짠한 동질감과 공감의 사이에서
/
온전히 내 일, 아니..
아이 이유식 준비, 남편 도시락 준비, 집안일을 하고 나니 이시간이다.
아 맞다. 그게 내 일이었던가.
/
문득 오늘 나의 고된 하루를 되돌아보니 엄마가 생각난다.
이앓이를 하는 통에 새벽에 한두시간 마다 깨어나는 아이 덕에 잠은 잠대로 설쳤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면서도 녹아내리는 것 같은 이중적인 시간으로 하루를 채웠으며, 끼니는 여유로이 커피와 함께 먹고자 만든 샌드위치로 때웠다.
여유라니, 헛된 꿈이었지.
야근한 남편이 퇴근하고나서야 저녁을 챙겨먹을 수 있었다. 어제 만든 김치찜에 대충 밥을 비벼 먹었다. 별다른 그릇도 없이 차려진 내 밥상에 초라함이 비쳤다.
우리엄마는 왜 다 식은 밥에 남은 반찬 뚝딱 비벼먹었는지. 제대로 앉아 먹으라고해도 어딘가에 걸터서 대충 털어넣듯 먹어치우는 엄마 모습이 내 가슴 한켠에 남아있다.
근데 지금 보니 내가 그러고 있다.
이 짠한 동질감이 뭐라 표현할 길없이 마음을 울린다.
남편이 채울 수 없는 차이가 있고, 그 미세한 차이에 나서는 나는 결국 또 초라한 밥상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