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발달 속도에 대한 이야기
아기의 생후 1년은 엄청난 성장속도를 보인다. 초기 6개월까지야 거의 누워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느리게 시간이 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6개월 기점으로 뒤집기가 더욱 능숙해지고 배밀이가 시작되면서는 정말 하루하루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심리학자로서 6개월부터 현재 10개월을 앞둔 이 기간 동안은 마치 뇌의 어떤 부위가 성장하는지 눈으로 보이는 것만 같이 하루하루가 다르고 괄목할만한 성장이 체감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은 아이마다 정말 천차만별이다. 이즈음되면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비슷한 월령의 아가들의 빠른 발달을 보며 발을 동동거리게 되고, 친정 부모나 시부모님으로부터 벌써부터 엄친딸, 엄친아 레퍼런스로 "그 사람 손주는 벌써 말을 하더라~", "걔는 벌써 몇 키로래", "누구 손녀는 벌써 네발 기기한다던데?"라는 말들을 솔찬히 듣기 시작한다.
아니 어쩜,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아가들은 발달이 그렇게나 빠른지 원 참!!
괜히 엄마 마음이 조급해진다.
엄마들 모임에 나가면 아기 발달에 대해서 모두들 걱정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애는 뒤집기가 늦어서..", "우리 애는 아직 길 생각이 없.." 등등..
심지어 나는 지금도 현장에서 발달검사를 하는데도 간혹 내 아기의 발달에 대해서 종종거리며 걱정될 때가 있기 때문에 영유아 엄마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된다.
지난 포스트에 잠시 언급을 한 것 같은데, 보통 대학병원 정신과에서는 아이 발달관련한 검사로 베일리를 많이 사용하고 만 2세 6개월, 30개월부터는 상황에 따라 K-WPPSI 윕시 검사를 할 수 있고 42개월 이후에는 윕시 검사로 지능지수로 아이의 인지능력을 판단한다고 볼 수 있다.
윕시부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IQ 지능지수를 측정하는 것이고 이는 내외부의 큰 이벤트나 일신상의 문제가 없다는 가정하에 평생에 걸쳐서 크게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진다. 그만큼 우리 삶에 중요하고 기본적인 적응 수준을 파악하는데도 아주 중요한 지표이다.
영유아의 경우 잘 발달이 되고 있는지 여부는 베일리나 덴버와 같은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보통 체크리스트와 같다. 특정 월령대에 '아, 어, 오'와 같은 소리를 내는지, 엄마를 향해 웃는지, 호명 반응을 하는지 등의 발달지표들을 충분히 이행하는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환산하여 표준점수를 산출하고 평균에서 어느 정도에 위치하여 있는지를 측정하여 아이 발달상태, 속도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디테일하게 인지, 정서, 사회성, 자조 등 여러 세부 영역에서의 발달 정도도 알 수 있어서 혹시 미흡한 영역이 있다면 예후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고 그 부분을 더 자극하여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한 검사도구라고 볼 수 있다.
단, 이를 토대로 지나치게 아이의 전반적인 능력을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
베일리는 영아의 발달 전반을 파악하고 보완하도록 도울 수 있는 이로운 도구이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일리 검사상 발달이 또래보다 빠르다고 반드시 지능이 높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베일리 2판의 경우에는 미래의 아동의 지능이나 적응 등을 의미 있게 예측하는 것이 부족하였고 베일리 3판으로 개정되면서는 좀더 예측력이 올라간 듯하나 약 38% 정도라고 한다.
연구로서는 훌륭한 수치이나 개개인의 삶에 적용하여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영유아의 발달 검사 점수 자체는 현재의 상태에 대한 이해와 보완할 점을 탐색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보완이 필요한 영역이 발견되었다면, 되도록 지체하지 말고 필요한 자극을 주어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아이의 첫 생애 3년은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부분이고, 다양한 육아, 영유아, 뇌 관련 전문가들도 강조하여 말하는 부분이다. 뇌, 지능 등의 부분은 정말 타고난 것이 크다고 여겨지는데, 심각한 지연 상태가 아니라면 크게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고 만약 지연이 있다면 자극을 주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고 아이에게 과몰입되기 쉬우나 부모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니 마음을 잘 정비하여 조급하지 않도록 다스리는 것이 아주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들을 위해 요약한 발달 삼계명은 이렇다.
발달은 아이마다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 아이의 고유한 속도를 수용하는 태도 중요
발달이 빠른 것은 정말 의미가 없다 - 발달이 빠르지 않다고 쓸데없이 조급해지지 말기
발달이 느린 것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 그렇다고 아이의 전반적인 능력을 속단하지 말기
오늘도 엄마, 아빠 화이팅 :)
Bloori,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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