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로 숨 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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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일까.
나로 살지 않는 시간들이 더 많아졌다.
정확하게 어느 날 부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며 '이것만큼은 안돼.'
그렇게 지켜오던 내 안의 선 하나가 천천히 허물어졌다.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했을 때,
가장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좋아서 하던 일들'이었다.
하루 온종일 운동하던 나,
혼자서 세계를 여행하고
새로 개봉한 영화를 가장 먼저 보러가고,
궁금한 것들은 직접 부딪히고 자세히 살펴봐야 직성이 풀리던 나.
호기심을 끄는 것은 주저 없이 도전하고 싶어 했던 내 모습, 이런 일들.
그 모든 나다운 일들을 조용히 뒤로 미루었다.
어느 날에는 많이 억울했고
'이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려니' 하며 스스로를 달래기도 했다.
감정의 파도가 잦아들고 적응이 익숙함이 되고
익숙함이 태만이 되어갈 무렵_ 나는 어느새 진짜 아줌마의 대열에 들어섰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긴 여행을 온 가족이 함께 떠나면서도
'휴 이게 정말 여행인가?' 의문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여행 곳곳에서 내 안의 잔불이 조금씩 깨어났다.
바다와 맞닿은 순간마다 묘한 설렘이 되살아났다.
나는 체온 변화에 약해 한여름 땡볕에서도 물 속에 오래 있지 못했다.
이십대 초반,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던 세부의 바닷가에서
하늘은 무척 맑고 그림같이 예쁜 날이었는데 나는 그 아래에서 병든 새처럼 떨고 있었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게 두려웠고, 만약 사고라도 나면
아무 대처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밀려드는 공포와 무기력도 한몫했다.
그래도 오기로 버텼다. 꾸역꾸역 자격증을 따냈지만, 그 후로 스노쿨링은
가볍게 여렸다. '다이빙이 더 멋있지.' 그런 오만함이 있었다.
그랬던 내가 이번 발리 여행에서 스노클링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무리하지 않아도 자연은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구나!
숨을 고르고 물 속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입에 뭘 물고 들어가는 게 어색했는데
두 번째 스노클링에서는 물속 깊이 들어가 보고 싶었다.
혼자 몇 번 해봤는데 영 안 들어가졌다. 에이 아쉽다.
그렇게 포기하려던 찰나,
발리를 떠날 때쯤 세 번째 스노클링을 하게 되었다.
남편에게 슬쩍 말했다. "나도 밑에 가보고 싶어.
그는 내 구명조끼를 벗겨주었다.
아, 그래서 안됐던 거였구나.
그래도 쉽지 않았다.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몇 번이고 다시, 다시, 또 다시 시도했다.
아이들이 빨리 올라오라며 배에서 나를 애타게 불렀지만
그 순간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아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것 같아서.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는 잠깐이나마 물속 깊이 내려갔다.
햇살이 바다를 관총하고, 작은 물고기들이 내 주변을 감쌌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물고기들 사이로 헤엄치던 그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지 못해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곧 그 마음을 지웠다.
충분했다!
그 설렘이, 그 두근거림이, 나로 다시 숨 쉬게 해준 그 순간이,
얼마나 값진 건지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