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함께 찾아가는 사람들

그늘의 온기

by blossom

나는 집 안을 조용하게 유지하길 바랐다.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말없이 머무는 고요가 나에게는 쉼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밤이 깊어질수록 작은 음악이 필요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라도 흐르면 마음이 가라앉았고, 하루의 끝에서 그 소리에 기대어

비로소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느낌을 갖곤 했다.


나는 말했다.

"그냥 조용히 있으면 안 돼?'


손 끝이 식었다.

조용한 공간이 나의 평화였다면, 음악은 그의 숨이었다.

서로의 평화를 지키려다 우리는 함께 머무는 평화를 잃어버렸다.




무언가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같은 공간, 같은 순간을 나누는 일이 그토록 어렵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당신의 것을 함께하려 애썼고, 당신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끝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것은 내 하루의 온도이자 나를 나이게 하는 마지막 숨결이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서로를 향해 몇 걸음 다가가다가도 다시_

제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그 거리감이 아프던 날도, 운명이라 여겨지던 날도 있었다.


사람은 아픔을 통해 성숙해진다고 믿어왔는데 왜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까.

여전한 모습이 안쓰럽기도, 한 편으로는 미련하기도 하다.


"이리나와, 햇살 좀 쬐자."


그 한마디가 마치 커다란 그림자처럼 느껴지는 날.

몸이 아닌 마음이 어두워져 있었기 때문일터.

볕이 따스하게 내려앉아도 내 안의 그림자는 쉽게 옅어지지 않는다.

그늘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던 걸까. 빛이 눈부시게 낯설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된다.

햇살은 밖에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번져오는 희망이라는 것을.

그 빛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따뜻함을 이해한다.


당신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나의 일부도 함께 사라졌다는 것.

그 상실의 자리에 오래 머무르며 오늘도 조금씩 나를 다시 배우고 있다.


사람을 잃는 일은 결국 나의 온도를 새로이 만들어가는 일이다.

당신을 잃고서야 내가 얼마나 뜨겁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지 깨닫는다.


삶의 그늘 속에서도 햇살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그 빛을 마주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마음의 온도를 재본다.

그늘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따스함 하나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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