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행복으로 이어진다.
머릿속을 맴도는 누군가의 말.
“여행은 지속가능한 행복이 아니다. 고로 쾌락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길 위에서의 설렘, 이국적인 풍경 앞에서의 감탄,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_ 모두 너무 강렬하고 짧다.
그 순간은 황홀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어김없이 현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여행은 잠시의 쾌락, 일시적인 탈출처럼 느껴진다.
쾌락은 무엇일까?
쾌락은 단순히 감각적인 즐거움일까, 아니면 행복으로 가는 짧은 통로일까. 철학자들은 행복과 쾌락을 구분하려고 애써왔고 쾌락은 순간적이고 행복인 지속적이라는 구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순가의 쾌락이 쌓여 인생의 행복이 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쾌락은 순간의 즐거움이고, 행복은 그 즐거움을 오래 품는 힘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낯선 거리에서 마주치는 친절 (혹은 불친절),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의 곤혹스러움과 소통에 성공했을 때의 고마움.
그 감각들은 사라지는 듯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는다.
시간이 지나고, 문득 일상 속에서 그때의 공기를 떠올릴 때가 있다.
그 순간, 여행의 감정은 다시 살아난다.
그건 단순한 쾌락의 잔재가 아니라, 지속되는 행복의 흔적이다.
그렇다면 여행은 정말 ‘지속가능한 행복’이 아닌가?
여행은 ‘순간의 쾌락’을 통해 ‘지속되는 행복’을 배우는 과정이다. 일상의 틀을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때, 우리는 지금 가진 것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돌아온 일상 속에서도 그때의 감각이 삶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든다. 여행은 끝나지만, 여행이 남긴 시선은 지속된다.
행복은 끝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반복해서 찾아오는 경험이다.
쾌락이 순간의 섬광이라면, 행복은 그 빛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기억이 바로, 지속가능한 행복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이,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쾌락이자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