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내가 좋아서 쓰는 글이라지만, 아무리 내가 구독자수니 라이킷 수에 초월하고서 내 쓰고 싶은 글을 쓴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아니 브런치에 글을 쓰시는 여느 작가님들보다 더 세차게 흔들리는 심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통계를 들여다보고, 새로운 글을 발행하지 않는 날은 0에 가까이 수렴이라도 할 듯 너무나도 작아지는 귀여운 통계수치를 보며 이대로 괜찮은 가 생각하게 된다. 나 분명 초월하리라 마음먹었는 데...
브런치는 에세이 위주의 글을 쓰는 곳이라 그래라며 내 맘을 토닥토닥해보기도 하지만, 사실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라도 잘못된 착각을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쓰다가 뜬금없이 소설을 쓰니, 계속 찾아와 주시는 의리파 구독자분들도 몇몇 계시지만, 이미 떠나버리신 구독자님들이 더 많은 느낌이기도 하고, 이쯤 되니 의리파로 남아 계신 이웃 작가님들도 에세이가 주는 공감이 없는 글을 읽으시며 지쳐가고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생기며 괜스레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글을 계속 써야 하는 가? 글을 쓸 때는 독자를 염두해 두고 써야한다는 말이 이런 뜻이였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나는 내 소설쓰기에는 별로 불만족이 없다. 소설을 쓸 때 나는 행복하니까. 이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공감도 얻을 수 없는, 관심 1도 받을 수 없는 소재의 소설을 쓰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다가왔던 사람들마저도 다 쫓아내는 격이니... 그럼에도, 나는 그 유명한 김은숙 작가도 노희경 작가도 김은희 작가도 아니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사실 나조차도 모든 소설이나 드라마가 재밌는 사람은 아니다. 이슈가 되는 드라마나 소설이라도 내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보는 나만의 색깔이 있다.
그 색깔을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보통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담긴 따뜻한 드라마를 좋아한다. 대표적인 작가로 노희경 작가님이 계시다. 아~ 따뜻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를 찾아보면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면, 정말 나를 혹하게 할 만한 달달한 로맨스가 있는 이야기여야 할 것이다. 주로 이 경우엔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작가를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본 것도 아닌데, 드라마가 끝날 무렵 누구의 작품인가 검색해 보면 주로 이분들의 작품이었다.
특히, 김은숙 작가님의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 이어 미스터 선샤인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의 방식대로 나라를 사랑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마치, 나조차도 구한말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서민처럼 가슴이 아파서 매 회차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애국심의 불을 내 가슴속에 살며시 지피기도 했으니까...
정말 위대한 작가란 그런 것이다. 나는 2000년대를 살고 있지만, 작가가 그리는 1900년 초의 배경 속 삶을 시청자인 내가, 혹은 독자인 내가 그 삶을 생생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그런 힘...
나랑 겨우 한 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 김은숙 작가는 그렇게 내가 존경하는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위대한 작품이 아니어도 내가 조금이라도 표방하고 싶은 작가들이 있다. 먼저, 책을 냈는 데 드라마로 만들어진 경우의 작가님들이다. 소설을 쓰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드라마의 느낌도 처음부터 다른 드라마들과 조금은 다르다고 느껴졌다.
처음부터 드라마 대본으로 쓰인 작품이 아니다 보니, 한 편의 장편시를 읽는 듯, 드라마 대사 한줄한줄이 시 같아서 놀랐던 작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그러하고, 드라마 전개가 조금은 느린 듯 답답한 면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현실성 있게 와닿아서 자꾸만 기다리게 되었던 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그러했다.
막장이 극에 달하는 그런 드라마도 아니고, 화려한 주인공도 없는 우리의 보통 일상과 닮은 주인공들이 각자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며 잔잔하고도 느릿하게 전개되는 하지만 우리에게 한 번쯤은 있었던 일상 같은 이야기여서 거리감없이 다가가 귀 기울여 듣게 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나도 하고 싶다.
살아온 세월이 적지 않음에도 내 삶의 깊이는 깊지 못하고, 내 삶의 깊이만큼 사유도 깊지 못하여 내 마음이 깊이 우러나는 에세이도 못 쓰면서, 여지껏 이것저것 주워듣고, 곁눈질로 보았던 주변 인물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내 소설 속에 녹여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잘난 누군가가 아닌, 멋진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이 아닌, 엄청난 우여곡절이 있는 인생이 아닌, 평범한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이 이도우 작가님(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나 이혁진 작가님(사랑의 이해)이 쓰신 소설처럼 하나의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드라마라는 게 속되게 TV에 방송되는 극이라는 개념으로만 이해하면,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대화를 기본 수단으로 하여 표현하는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그 무게가 조금은 묵직해진다. 가볍게 사람들을 웃기는 드라마도 있을 것이고, 삶을 잘 우려내어 진한 감동으로 시청자들을 울릴 수밖에 없는 드라마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가볍게도, 무겁게도 어떠한 무게로도 표현 안 되는 글을 쓰고 있지만, 내 글이 가볍지 않은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글을 쓸 때마다 꿈을 꾸며 글을 쓴다. 지금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적고, 때로는 읽히지도 않은 채 조회수가 증발해 버린 글이 되기도 하지만, 내게는 고작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꿈을 부여한다.
브런치에서 방금 발행된 모든 글들은, 책을 몇 권씩 출간한 작가라 하더라도, 아직은 이 글이 무엇이 될지도 모른 채 연습장에 쓰여진 글에 불과하지 않은가?(절대로 모든 작가님들의 글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부족한 내 글이 그렇게 비참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전문가의 눈으로 엄밀히 따지고 들어가면 출간 작가들이나 아직 출간하지 않았어도 뛰어나게 글을 잘 쓰시는 작가님들과는 필력부터 시작해서 사유의 깊이와 내용의 퀄리티마저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만, 모든 글이 연습장에 쓰여진 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용기를 주곤 한다.
최근에는 일상의 바쁨으로 18편까지 쓴 채 소설 쓰기가 중단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다시 의욕을 불태워서 그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지쳐서는 아니 된다. 그래서, 나를 응원하기 위하여 이 글을 적는다.
더불어, 내 글을 읽으며, 내 소설에 지쳐가고 계실지도 모르는 독자님을 위해서도 적는다. 아직 갈길이 먼데, 함께 걸어가 주실 의향이 있으신 지 묻고 싶어서... 대체, 소설에 주제는 있냐고?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묻고 싶은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현실이 가난하다고 사랑마저 가난하지 않기를, 혼자만 불행한 것 같이 느껴질 때도 둘러보면 행복해 보이는 이들조차도 각자의 무거운 짐 하나씩은 이고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 각자의 삶들이 경제적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살아가는 삶의 과정 속에서 겪는 마음은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말하고 싶었음을...
아직은 내 능력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은 부분들이 다 표현되지 못했을 수도, 앞으로도 못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참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더더욱 고맙고 소중하다. 그런 분들 한분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내 욕심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지껏 함께 해 주심에 대한 고마움은 표하고 싶다.
그동안 인사할 기회가 없어서, 아니 그 기회를 만들지 못했음에 죄송함을 느끼면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에세이보다는 지루한 소설이 더 많이 발행되겠지만,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당근과 채찍도 함께 주시면 더 좋구요. 가끔은 이렇게 글을 쓰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도 글로 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주제도 모르는 이 글을 읽는 수고로움을 참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