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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야블라썸 Aug 15. 2022

전지적 작가 시점, 조회수의 비밀

- 조회수가 높으면 글 자존감이 높아지나요?

주제도 모르는 글을 쓴다고 

좌절한 지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고, 절망 속에서라도 희망을 찾아보고자 열심히 글을 썼더니, 주제도 모르는 글이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반응이 왔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피아노에 꽂혀서는 

피아노에 얽힌 사연을 밤늦게까지 썼고, 내친김에 추억을 곱씹으며 그 이틀 날 밤에도 글을 고쳐 쓰며 다듬었다. 발행할까 말까 고민이 되었지만, 어차피 주제 없더라도 편하게 써 보기로 맘을 먹었던 글쓰기이고, 난 그런 가운데서도 열심히 글을 쓰겠다고 독자들에게 선포하였으니,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무작정 떠오른 글감 하나에 꽂혀서 글을 써 내려갔고, 단숨에 완성시킨 글을 읽고 또 읽으며 글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어휘력 부족으로 늘 쉬운 단어로 글 쓰는 편이기에 섬세한 감정 하나, 하나를 어찌 풀어내야 할지 모를 때는 답답하여 글이 막혀버리기 일쑤인데, 이 글은 왠지 글감을 하나 찾으니 글이 술술 써졌고, 글을 쓰다 보니 주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듬어야 할 표현들이 있을 뿐이지, 글이 안 써지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내 글인데도 부끄럽게 내가 읽고 내가 눈물을 훔쳤다. 글에 빠져버리니, 그 글이 소환한 추억 때문에 눈물이 났다. 유명 작가의 글이 아닌 엄청 부족한 내 글 생각만으로도 지금 밝히기도 부끄럽게 눈가가 금세 뜨거워지며 글썽글썽 눈물을 맺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번의 탈고 후, 더는 수정 못하겠다 싶을 때 발행 버턴을 눌러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쓰인 게 없는 글을 붙들고 매거진 주제부터 생각한 꼴이라니, 난 순서가 잘못돼도 엄청 잘못되었다. 잘 훈련된 작가라면 계획하고 글을 쓸 수도 있지만, 난 계획하고 글 쓰는 타입도 아니며, 특히, 소설이나, 드라마, 혹은 자기 계발서와 같은 전문 서적이 아닌 감성을 건드리는 에세이나 시와 같은 종류의 글이라면, 계획하고 쓴다고 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혼잣말한다 생각하고 일단, 그때그때의 생각들을 글로 써서  차곡차곡 매거진에 담아두기만 하면, 그 글들 속에는 닮은 글도 있을 것이고 닮지 않은 글도 있어 여러 형태의 주제로 나눠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가 없어도 글부터 열심히 써보자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대충 포괄적인 이름으로 정해놓은 매거진 중 어울릴 만한 매거진을 선택하여, 이틀 밤에 걸쳐 쓴 글을 발행했다. 아직 몇 글 발행하지 않았지만, 늘 조회수 두 자리를 면치 못하던 글들이라 어떤 기대를 하고 쓰는 글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브런치 작가로서 할 일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내 만족에 가까웠으리라.... 


글을 쓴 다음날 늦게 시작하는 아침,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보니 알림이 와 있었다. 확인해 보니, 조회수가 1000을 넘었단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심장이 나대기 시작했다. 아직 오전 10시가 채 안되었는데, 밤새 사람들이 많이 읽었나 싶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내 맘속에는 조회수가 얼마나 더 오르려나 궁금해지면서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더 큰 조회수를 갈망하게 되었다. 평소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브런치 앱을 들락거리게 되었는데, 이 날은 브런치의 다른 글들을 읽기 위함이 아닌 통계를 보기 위함이었다.



목요일 밤에 쓴 글이었는 데, 

금요일 결국 대박이 났다. 토요일은 더 대박이 났다. 그리고, 일요일(오늘)이 되어서야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통 영문은 모른다. 통계를 확인한 결과, 브런치를 통해서 들어온 사람들보다는 95% 이상의 사람이 기타 경로로 유입된 경우였다. 특히, 한 유명 사이트에 걸린 것 같았다. 그 뿌듯한 모습을 캡처해 두려고 그 사이트를 샅샅이 뒤졌지만, 난 내 글을 찾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서 조회수가 올라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근데, 난 또 그걸 왜 굳이 찾으려고 그렇게 노력한 것일까?


내가 쓴 글이 인기가 많다면 

기분 좋은 일은 분명하다. 내가 진짜 이렇게 글쓰기에 재주가 있나? 하지만, 그 인기에만 도취되면, 초심을 잃지 않을까? 나는 처음부터 글을 못 쓰는 거 인정했고, 글 쓸 주제도 없어 글 쓰는 방향을 헤매고 있는 초보라고 작가 소개도 했다. 그래서, 많은 글을 써보면서 길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한 작가였는 데, 처음부터 너무 큰 관심을 받아 우쭐해진 마음에 초심을 잃을까 두려웠다. 실제, 내 마음은 이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높은 조회수 나온 것을 즐기고 싶어서 써본 잘난 체 버전의 덜 솔직한, 나의 허세...다. 



 


그 조회수라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처음 1,000이 3,000이 되고, 4,000이 될 때까지는 마냥 좋았는데, 5,000이 넘어가니 이상하게도 맘에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없던 구독자까지 생기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은 내게 뭘 기대하는 걸까? 그 기대를 부응 못하면 어찌 되는 걸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달랑 글 5편밖에 없고, 인기를 얻은 글이 실린 매거진에는 꼴랑 2개의 글 밖에 없는 데 말이다. 심지어, 앞으로 또 그만큼 관심받을 만한 글은 쓸 수 있을까? 근데, 조회수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하트의 숫자는 무슨 의미일까? 결국, 제목에 낚이어 들어와 보니 별거 아닌 글이었다는 의미일까? 다시는 이렇게 관심받는 글을 쓸 수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조회수만큼 공감은 크게 받지도 못한 글 같기도 하여 자신감은 급락하고 두려움만 커졌다. 그러다 급기야는 다시는 글을 못쓸 거 같았다. 앞으로는 내 가슴이 뭉클해질 글감을 찾을 수 없을 거 같았다. 내 평생 글로써 얻게 될 행복을 이 글에서 다 얻은 듯했다. 진짜 그런 거면 어떡하지? 이렇게 자꾸 아마추어 작가면서 프로작가가 해야 될 걱정을 하고 있는 가짢은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또한 절망감이 최대치로 커지기 직전인, 조회수 1만이 되기 직전에서 멈춰줘서 너무 다행스러웠다.(뭐 조회수 1만 가지고 이런 고민을 하냐고 하시는 선배 작가님들도 계시겠지만, 반백살 정도 살면서 이렇게 관심받아 본 것은 처음이라 부끄럼쟁이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너무나도 놀라운 숫자가 분명합니다.)  


<30년 걸려 도착한 선물>의 글에 대한 조회수는 

아직 입문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초보 작가를 목청 터져라 응원해 주는 힘찬 응원가로 생각하겠다. 주식으로 치면, '초심자의 행운'이랄까? 그러면, 부담을 떨쳐버리고 다시 뭐라도 쓰게 되겠지...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그럼에도 컴퓨터에 앉아서 생소한 이런 경험에 관하여 주제가 없음에도 글을 쓸려는 자세인 것이다. (이게 사실 제 매거진의 주제입니다만....)


다시, 생각해봐도 

매거진의 제목을 너무 잘 정한 거 같다. 정말 글의 주제도 몰라서 '주제도 모르는 글'이라 칭함이 마땅하지만, 억양을 조금만 바꿔도 정말 '주제도 모르는 게..."와 같은 투의 비아냥거림도 들어있어서, 쉽게 작가가 되었고, 어쩌다 쉽게 관심 받는 글을 쓴 경험을 앞세워 모지리처럼 잘난 척하지 않도록 나를 한층 더 겸손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비아냥거림에 맞서서 주제 있는 글을 써보겠다는 오기가 돋도록 자극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첫 글 <작가의 조건>에서 다짐했듯이, 

글로써 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이 되겠다. 순간의 조회수에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어 기대 부응치 못할까 봐 두려움에 압도되어 절필하는 것이 아니라, 절필하고픈 순간에도 글을 쓰면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작가가 되겠다고 다시 한번 맘을 추슬러본다.


근데, 또 주제가 없는 글이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주제가 있는 글이다.






위 글에서 제가 죄송스럽게 자랑인 듯 자랑 아닌 자랑 같은 글이 

대체 어떤 글일까라고, 혹여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올려봅니다.

<30년이 걸려 도착한 선물>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봅니다.


https://brunch.co.kr/@blossom1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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