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쓰여진 글
- 쓰던 글이 안 쓰여져 윤동주 시인의 시를 어그로 끌다.
우영우 마지막화를 보다가 우영우 대사가 너무 멋져서 받아 적었다.
"저는 길 잃은 외뿔 고래가 흰고래 무리에 속해 함께 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요. 저는 그 외뿔 고래와 같습니다. 낯선 바다에서 낯선 흰고래와 함께 살고 있어요. 모두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6화 中, 우영우 대사에서
비단, 우영우뿐만 아니라, 우리도 가끔은 길 잃은 외뿔 고래가 되지 않는가?
그 감동을 글로 표현해보려고 하는 데, 자꾸 말이 꼬인다.
밀려온 감동이 이 말이었다가, 저 말이었다가, 결국 아무것도 아닌 말이 된다.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쉽게 씌어진 시> 한 구절이 떠올라,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끝내, 천재 시인을 질투하고 만다.
시인은 살기 어려운 인생 속에서도 시가 쉽게 쓰여짐이 부끄럽다고 하는데,
나는 쉬운 인생이라 글이 어렵게 써짐이 부끄럽다.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여,
일본 여행 시 일제시대 윤동주 시인이 다녔다는 도시샤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대학교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있기 때문이었다.
시비에는 시인 자필의 <서시>가 적혀 있었다.
시비 앞에는 방금 누군가 두고 간 듯 싱싱한 국화꽃 몇 송이가 놓여있었다.
시인은 죽었지만, 시는 살아남아서, 그 시를 읽는 누군가를 위로함이 참으로 따뜻했다.
<서 시>
죽는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를 읊조릴 때마다,
부끄럼 없는 삶 살기를 간절히 바라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했던 순결한 시인의 삶을 닮고 싶었다.
시인의 자필 시비 앞에 서게 된 나는,
시인처럼 누가 언제 읽어도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
이런 글 하나 쓸 수 있기를, 순간, 빌었다.
그런 지가 어언 20년....
시인처럼 별을 노래하듯, 순수한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수 있기를...
그래서, 그 사랑을 닮은 따끈한 글 하나 남길 수 있기를...
별이 바람에 스치듯,
오늘 밤에도 글 하나 쉽게 쓰여지지 않아서 현실에 몰아치는 바람따라 흔들리지만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아니, 주어지길 바라는 그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