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야블라썸 Aug 23. 2022

전지적 독자 시점,  브런치를 읽다 보니

- 십수 년간 일기를 써온 사람들의 글이 눈에 잘 들어오네요.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니,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브런치를 하는 사람, 아니면 브런치를 하지 않는 사람


브런치를 하는 사람이 되고 보니,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필력이 좋은 사람, 아니면 그렇지 않은 사람


필력이 좋은 사람의 글을 읽다 보니,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문예나 문학 관련 전공자 거나 아니면 비전공자인 사람들

혹은,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 아니면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


글빨이라는 게 타고난 재능일 수도 있지만,

글을 읽다 보니, 글빨만으로는 글이 내게 와닿지 않았다.

유려하고 다채로운 언어를 이용하여 재능으로만 쓰인 글에는 감동이 없었다.

때로 기품 있고 수려한 단어들은 글이 뛰어나게 멋져 보이게 하지만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려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수준 높아 보이게 애쓰는 단어들은 작가의 메시지를 어렵게 벨벨 꼬아버렸다.


책을 많이 읽고 일기를 쓰는 사람의 글은

읽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잔잔히 서서히 젖어들게 하는 감동이 있었다.

화려하지도 않은 일상의 단어들이지만, 귀 기울여 듣게 만드는 작가의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멋은 없는 데 자꾸만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힘주어 강조하지 않아도 실타래 풀리듯 한 올 한 올 켜켜이 풀어져 나와서

작가 마음속에, 머릿속에 있는 말들이 독자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쓰던 작가의 마음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글을 읽으면, 나도 덩달아 슬퍼서 눈물짓게 되기도 하고, 화나서 주먹으로 허공을 치게 되기도 하며,

분하여 무릎을 탁 치다가, 기뻐서 저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설레어 심장이 두근대기도 했다가,

때론 억울하여 "악~~"하고 소리 지르고 싶기도 했다.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니, 작가를 응원해주고픈 마음도 생겨서 하트도 클릭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구독 신청도 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야기가 내 인생이 될 수 없지만,

글에 심취한 나머지, 내 인생이 아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가

내 인생이었으면 싶을 만큼 부럽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한 호흡에 다 읽게 되는

질투날만큼 잘 쓴 글임에 나도 따라 그렇게 써 보고 싶어지는 글들.

그런 글들이 그냥 한순간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읽고 쓰기를 반복함에 갈고 닦인

정갈한 글 행간마다 구절마다 내뿜어져 나오는 내공일 터라,

내 글의 내공 없는 이유에 오히려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기 같은 글이라도 써보려 한다.

일기 쓰기를 놓쳐버린 수십 년의 세월이 아까워서,

나에게도 글쓰기 근력이 붙길 바라면서,

가벼운 일상 이야기에도 나의 깊은 생각이 묻어나길 바라면서

스쳐가는 사소한 일들이 별 것 아닌 일이 아니라 조금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글감이 되길 바라면서



그런, 훌륭한 글들을 써 주신 모든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내고 싶어지는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렵게 쓰여진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