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야블라썸 Aug 25. 2022

글 못 쓰는 작가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

- 너무 쉽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만....

브런치 앱을 알게 되자마자, 보이는 대로 클릭해 들어가서 글 하나를 읽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의 글인 줄 알았는 데, 글이 너무 따뜻하고 정갈하면서도 긍정의 에너지를 뿜뿜하는 훌륭한 에세이였다. 냉큼, 다른 글도 읽었는 데, 책도 매거진도 많았다. 뭔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작가 소개를 보니, 이 분은 이미 프로그램명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TV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한 경력이 있으셨다. 물론, 책 출판 경험도 있는 작가셨다. 브런치는 이런 분들이 글을 쓰는 곳이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내가 브런치 앱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이런저런 글을 읽다 보니 일반인들의 글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의 글을 읽으니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는지 검색해보니, 여러 번 떨어진 사람들의 경험담들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역시, 작가 되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하지만, 그 누군가의 글이라도 읽으려고 브런치에 로그인할라치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작가에 도전하라고 브런치는 자꾸만 나를 자극했다.


브런치 <시작하기>를 클릭하면 나타나는 화면


그래도, 심장 쫄려서 감히 도전하지 못했는 데, 7월 마지막 날, 요즘 블로그에 에세이를 써서 재미(?) 좀 보고 있다는 친한 언니의 행복한 말투에 자극을 받아, 나도 작가가 되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쉬운 마음으로 그날의 에피소드를 글로 써서 정말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덜컥 신청해 버렸다.


작가 신청을 누르면 작가 소개와 쓸려는 글의 방향, 쓸려는 글의 계획(?)이나 목차, 이미 쓴 글 몇 편을 보여달라고 한다. 작가 소개란에 소개할 것도 글의 방향이나 계획도 마음먹은 김에 즉흥적으로 신청하는 거라서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 이전에도 신청하고 싶었지만, 늘 거대한 첫관문에 막혀서 포기하곤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 먹은 김에, 솔직하게 그런 게 없지만, 그럼에도 글을 꾸준히 써서 작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라 했다. 보여줄 글은 다행히도, 예전에 개인 블로그에 몇 편 써둔 게 있어서, 목차에는 그날 즉흥적으로 쓴 글과 블로그 글  몇 개. 제목을 적고 링크했다. 그러고서 마지막으로 작가 신청하기를 클릭하려니 다시 한번 심장이 쫄깃거려 순간 멈칫했지만, 떨어지면 어떤가? 이렇게 허술한데.... 이런 맘으로 결국 <신청하기>를 꾸욱 눌렀다.


결과 알림은 수일이 걸린다는 메시지 하나에 그냥 잊고서 가족들과 휴가를 떠난 곳에서 합격이라는 알림을 받게 되었다.


내가 읽은 몇몇 글의 작가뿐만 아니라, 지금은 브런치 작가로서 책도 출간하시고 어마 무시한 수의 구독자를 거느리며 글쓰기 강연까지 하시는 분들도 처음 시작할 때는 단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지 못한 경우를 보았다. 분명, 작가 되기가 쉽지 않은 거 같은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브런치는 내게 후했다. 나의 앞뒤 생각 없이 저질러버린 도전을 무슨 생각에서인지 쉽게 받아들여줬다. 브런치는 나같이 막무가내인 사람도 작가로 성장 가능한 지 실험해 보기로 한 건가? 아니면 전 국민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라도 계획하고 있는 건가? 단번에 덜컥 합격시킨 이유를 지금도 도무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그래서 아직 나는 부족한 작가. 글을 못 쓰는 작가라는 거다.


떨어진 경험이라도 있다면, 글쓰기 수업을 듣던지,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던지, 것도 아니면 글쓰기 실력을 쌓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노력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님, 그 반대로 바쁜 일상을 핑계로 포기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여하튼, 나는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아기 작가다. 그래서, 아직도 무얼 써야 하나 매일 고민한다. 스쳐 지나가면서 듣는 말도 의미가 있다면 글감이 될까 하여 메모해 놓는다.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특별한 일이 있으면, 아주 사소하지만 글로 적어보려고 한다. 결국 발행은 못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도 처음엔 이러지 않았을까? 그런데, 모두들 글쓰기 수업을 마스터하고 온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글쓰기 천재들인지, 것도 아니면 글쓰기 전문가들인지, 모두들 완성된 잘 쓴 글들만 보여주고 나처럼 글감이 없어서, 주제가 없어서 헤매는 글을 보여주는 이는 없다. 내가 굳이 그런 사람들 글을 찾아서 읽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다른 작가님들은 실제로 글 쓸 계획이 다 있는 상태로 작가가 돼서 그럴지도 모른다.(이쯤 되니, 브런치가 진심 나한테만 후한 게 맞다는 확신이 든다. 제발, 지금 쓸려는 글의 계획이 없어서 브런치 도전을 망설이는 분이 계시다면, 바로 도전해서 나의 동기가 되어 주시길 바란다. 브런치가 내게만 후한 게 아님을 증명시켜 줄 동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단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브런치와 한 약속을 지키도록 열심히 꾸준히 글을 쓰는 일일 테다. 언제 글감을 찾게 될지, 언제 전하고 싶은 나만의 목소리가 생길지는 여전히 모른다. 지난 추억 속의 무엇 하나에 대해서 쓰려고 해도 기억력이 나쁜 나는 떠오르는 게 잘 없다. 수많은 날의 추억은 어디로 다 사라져 버린 건지, 좀처럼 꺼내지지가 않는다.


열정 하나만으로 앞뒤 생각 없이 브런치에 도전한 사람이 무엇을 왜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글을 쓰고 있다. 글감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글감 없음이 사실 나의 글감이다. 글감이 없어서 주제도 모른다. 이 것이 내 글의 주제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런 어이없음이 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다. 글감이 없어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어도, 한마디로 요약되는 주제가 없어도, 글을 쓰는 상태. 이 것이 브런치를 사랑하는 작가의 자세가 아닌가?(물론, 이런 게 다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브런치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브런치가 사랑하여 아끼는 작가일 것이다:D)


글감이 없다고 생각하면, 도무지 글의 첫 구절, 첫 문장도 쓸 수가 없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글 쓰려고 먹었던 마음마저 움츠려 들게 된다. 글을 쓰다가 주제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면, 글을 아예 포기하게 된다. 근데, 이상하게도 마음을 내려놓고, 글감이 없어도 한번 써보자라고 마음을 먹으면, 내가 무슨 말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마음들이 글로 나온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는 것 같았는 데, 쓰다 보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생긴다. 글은 열심히, 꾸준히 써야 된다는 그런 메시지. 주제도 분명 없는 글이었는 데, 쓰다 보니, 이런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아무런 부담도 없는 글이, 하나의 글이 될 수 있다는 이상한 주제도 생긴다.


물론, 이 글을 읽고서, 이게 무슨 글이냐고 생각하거나 평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그분들의 마음을 충족시키고자 글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어떤 비평도 두렵지 않다. (사실, 누가 이런 글을 읽고 비평까지 하려 하겠는 가? 지금 심정으로서는 차라리 비평이라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글이 되면 좋겠다 싶다.)


다만, 이렇게 글을 쓰려고 하니, 생활 속 사소한 일 하나라도 글감으로 만들려는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게 된다. 순간의 느낌이라 무얼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아직 알 수 없어서, 그 순간을 쓰고도 서랍 속에 담아둘 뿐이지만.... 그래도, 맘은 편한 거 같다. 글감이 없으니까, 이 글을 읽는 누구든지 간에 기대 없이 읽게 될 거라는 생각이 나를 편하게 글을 쓰게 만든다. (글 같지 않은 글이라고 읽다가 포기하는 분이 계신다면 그건 좀 슬프겠지만 말이다. 지금의 나는 그런 것이 염려가 되지는 않는다. 여기까지 읽은 거면 다 읽은 거다.) 막힘이 없다. 그냥 줄줄 써진다. 일상의 일도, 단상도, 사색도 이렇게 줄줄줄 글로 써지면 참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지적 독자 시점, 브런치를 읽다 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