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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야블라썸 Sep 30. 2022

내 글은 글 공해였을까?

- 구독과 맞구독 사이. 필력도 없으면서 열심히 글을 발행함에 대한 사죄

구독과 맞구독 그 사이. 이제 브런치에 입문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브린이는 고민한다. 구독을 망설이는 사이, 맞구독 목적으로 구독신청을 해온 이가 구독 취소한 것에 마상(마음의 상처... 실제로는 자그마한 스크래치라고 표현하셨지만...)을 입었다는 솔직한 어느 작가님의 글에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어서,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구독의 목적이 맞구독이라니.... (한 달도 되기 전에 알아버렸습니다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브런치. 부족한 글에도 라이킷을 눌러주시면 너무 감사해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픈 마음이었고, 댓글까지 달아주면 너무 황송해서 90도 숙여 배꼽인사라도 할 마음이 들었다. 근데, 구독이라니? 구독은 나 같은 초보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일이지만, 마음 착한 작가님들께서 눌러주시는 구독. 이 분들에게는 큰 절을 올리고 자칭 시녀가 되어 섬겨 드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물론,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고, 양팔 저울의 반대편에는 기쁜 만큼 거룩한 책임감의 무게도 실렸다. 주제도 좀 있고, 생각도 좀 하게 하는 글 같은 글(?)을 써야 하지 않겠니?(제 자신에게 하는 말 입니다만....) 


그렇게 구독이란 것의 의미에는 "글 잘 쓰시네요. 글이 쏙쏙 읽혀 흡수됩니다"라는 인정의 의미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내 마음과 작가님의 마음이 통하는 거 같아요." "너무 재밌어서 다음에 또 작가님의 글을 읽고 싶어요." "작가님의 글을 보면 내 마음을 대변해 주시는 거 같아서 위로가 됩니다." 등 글로써 통하는 마음을 담은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필력의 문제가 아니라, 글에 대한 응원이자 칭찬이며 위로였다. 언제 또 글로 만나주실지 모르는 작가님을 언제든 기다리겠다는 방금 읽고 헤어진 글을 또다시 기다리는 내 마음이었다.


내가 구독을 하게 되는 글은 그 작가님의 구독자수나 글의 인기와 상관없다. 역시나 구독자 수가 많은 작가님이 글자체를 잘 쓰시기도 하고 세간에 흥미로울 주제를 찾아 혼이 쏙 빠지게 재미있게 쓰시기도 하지만, 세간의 관심이 뭐든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면 선뜻 다시 읽기가 쉽지 않았고, 내 수준이 그만큼 되지 못하여 읽기 버거운 경우도 있었다. 


내가 구독을 하게 되는 글은 왠지 끌리는 글이었다. 나와 공통점이라곤 개구리 눈물만큼도 없지만 담백한 어투가 좋아서, 작가님의 마음 씀씀이가 내 눈에는 이뻐 보여서 그냥 자꾸 눈길가게 되는... 마치 사랑에 빠질 때 상대가 왜 좋은지, 왜 사랑스러운지 이유를 잘 모르듯이, 그 작가님을 잘 알지 못하는 데도 이유 없이 그냥 끌리는 내게 좋은 글들이 있다.


때로는 글들이 너무 재밌어서 다음에 또 읽고 싶을 만큼 기다려져 구독하게 되는 글도 있고, 반대로 생각게 하는 글도 구독을 하게 된다. 즐거움도 사색도 브런치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요소이니까...


그런데, 눈치 없이 맞구독을 안 해서 구독취소가 된 적이 있었다. 지금도 몇 없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두 주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금방 눈에 띄었다. 브린이기에 내 글을 구독해주신 분이라니 당장 달려가서 글을 읽었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먼저 시작하신 분이었는 데, 취미도 분명하시고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세 자릿수 구독자를 확보하신 분이었다. 


단기간에 저렇게 구독자가 많이 생겼다니... 평소처럼 그의 모든 글을 읽었다. 근데,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사실 나는 이내 곧 지루함을 느꼈다. 그 글을 쓴 노력을 알기에 라이킷은 눌러 드릴 수 있었지만, 구독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잠시, 망설여지긴 했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작은 구독자. 그분들은 내게 너무 감사하고도 소중한 분들이기에, 응원차라도 라이킷이며 구독을 눌러 드리고 싶었지만, 그분이 글을 발행할 때마다 읽지도 않을 글의 알림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공감하지도 못하는 글을 읽고, 열심히 쓰신 글에 보답하고자 라이킷을 누르며 거짓 독자가 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미처 구독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조금 브런치가 익숙해져서, 아직도 미약하지만, 라이킷이나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은 감사한 마음에라도 꼭 찾아가서 그분들의 글을 읽어본다. 모두들 나보다 브런치에서 상당히 선배이신 분들의 글이라 과히 내가 흉내도 못 낼 정도로 모든 글은 훌륭하다. 라이킷도 해드리고, 댓글도 달아드리고, 구독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내 글을 라이킷 해주셔서, 댓글을 달아주셔서, 구독자시니까 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글을 읽고 내 맘이 동할 때 그 맘의 표현으로 라이킷도 눌러 드리고, 그 글로 내가 기쁨이든 위로든 아니면 짧은 생각이라도 얻으면 너무 감사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또 부족한 나의 글로 댓글을 단다. 그걸로도 부족하면 구독을 신청한다.  물론, 훌륭한 글임에도 내가 감히 구독을 신청하지 못하는 글도 있다. 그건 내 수준이 그 글을 소화할 만한 그릇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구독과 관련하여 쓴 이웃 작가님의 댓글 중에, 구독을 많이 하다 보니 피드에 올라온 글들을 다 소화하기 힘들어 잘 읽지 않는 몇몇 글들은 결국 구독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댓글에 움찔!했다. 혹시, 쓸데없는 열심을 장착하고서 자기만족으로 쓰고 있는 내 글이 구독자분들에게는 글 공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성질이 급하여, 글을 쓰고 나면 퇴고를 몇 번하고 바로 발행을 눌러 버린다. 어떤 때는 발행을 하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계속 퇴고 과정을 거치는 글도 있다. 그런 글들이라 공해가 되었다면, 그동안 내 글을 구독해주신 작가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금만 열심 낼게요. 글 공해가 되지 않도록~

(앗! 이러면 며칠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제주여행 3일 차 이야기는 언제 발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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