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상처 주는 댓글 때문에 처음 계정을 버리고 한동안 브런치를 떠났다가 주변의 격려와 응원 덕에 다시금 힘을 내서 지금은 두 번째 계정으로 활동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연 몇십억씩 광고 수익을 올리는 연예인들에게만 안티가 있고 악플이 달리는 줄 알았는데, 세상에 만상에 우리처럼 평범한 일반인에게도?
사실, 그렇게 놀랄 만한 일도 아녔다. 나에게도 브런치 첫 발행 글부터 악플이 달린 경험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 악플 하나가 뭐라고, 괜스레 내 직업이 교사임을 떳떳이 밝히기 부끄러워 좀 더 포괄적인 직업군인 공무원 집단에 나를 넣어버리고선 그렇게 반만 오픈한 채로 활동을 해 왔었다. 한쪽 눈만 뜨고 읽으면 그렇게 악플도 아닐 수도 있으려나?
그분의 의도를 내가 곡해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욕 한 마디도 없는 댓글이, 생각이 부족한 글에 대한 질책, 먼저 양해를 구했음에도 스스로를 작가라 칭했음에 대한 불편함, 교사 수준이 이밖에 안 되냐는 듯한 비아냥거림으로 느껴졌다. 괜히 나 때문에 다른 글 쓰시는 교사분들이 폄하될까 봐 얼른 교사라는 직업을 내리고 공립교사이니 두리뭉실하게 공무원인 채로 내 정체성 반쪽만 어정쩡하게 밝히며 활동했다. 그 악플이 액땜된 것인 지 그 이후론 댓글이 아예 안 달리거나 부족한 글에도 공감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선플만 달리긴 했다.
우리나라 한 유명 배우는 말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정말 폭력은 예쁜 꽃으로 저지르는 것이라도 미화될 수 없다는 말로 폭력 예방 교육을 듣는다면 꼭 한 번씩은 듣게 되는 말. 이제는 그 유명 배우를 모르는 세대들에게도 알려질 만큼 유명한 말이 되었다. 물론, 이때 말하는 폭력은 때리다라는 행위를 나타내는 동사와 함께 쓰여서 표면적으로는 물리적인 의미만을 내포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비단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꽃처럼 아름다운 것으로 행하여도미화될 수 없을 만큼 나쁘다는 말일 테다.
폭력! 교사이다 보니 내게 가장 익숙한 폭력은 학교폭력이고, 비대면의 공간인 브런치에서는 성폭력, 가정 폭력 등을 포함하여 폭력이란 폭력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곳이지만, 언어폭력이라고 하면 글쟁이들이 모인 이 공간에서도 흔치는 않지만 가끔은 볼 수 있는 그런 것인 거 같다.(실제로 느끼는 바는, 글 쓰는 분들이라 그런지대부분의 댓글은 댓글인데도 너무 수준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목적은 이 세상에 어느 한 명 얼굴 같은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작가님들마다 다 다를 터이다. 브런치에서 여러 사람들의 호응도와 평가를 받고 인지도를 쌓아서 책 출판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미 출간 작가이면 책 홍보를 위해서 글을 쓰거나 새로 쓸 책의 구상으로 밑그림이 될 만한 글을 써볼 수도 있을 테며, 다양한 글을 써보는 글쓰기 연습장과 같은 개념으로 브런치에 글을 쓸 수도, 글을 쓰면서 자신을 반추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쓰기도 할 것이며, 잊히지 않는 강한 경험과 추억의 기록을 위해서, 그런 경험을 공유하고파서, 혹은 출판사 제안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글쓰기 강좌를 홍보하기 위해서 등 여러 목적으로 글 쓰는 이유가 다양할 것이다.
글 쓰는 이유가 다양한 만큼, 작가님들마다 필력의 차이도 분명 있을 테고, 국문학이나 문예창작과 같은 글쓰기 관련 전공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글의 문학성도, 글의 세련미도 다를 것이다. 물론, 글의 종류도 다양해서 문학과 비문학 사이의 프리즘으로 촘촘히 연결된 듯하게 수천 수만가지의 다양한 글들이 있어서 "31 베스킨라빈스"보다 더 다양하게 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 브런치이다.
이렇게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은 평소, 자신과 결이 비슷하고 자신이 좋아해 마지않는 작가님들의 글을 본인 나름대로 구독을 하기도 할 것이고, 꼭 구독한 글이 아니어도 메인에 걸리거나 브런치 나우를 통하거나 혹은 내 글을 읽고 지나간 흔적이 있으신 분들의 글도 틈틈이 한 번씩 기웃거리며 읽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기웃거려 읽은 모든 글들이 나에게 모두 흥미롭거나 재밌거나 유익하지는 않다는 데서 생기는 거 같다. 아니, 내가 보기에는 어느 정도의 글 쓸 자격을 부여받고 존재하게 된 이 공간 내에서의 글들이 흥미롭지도, 재밌지도, 유익하지도 않은 글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문제는 그 글을 읽는 사람의 태도이다. 자신은 필력이 뛰어나고, 어쩌면 글쓰기 관련 전공까지 했거나 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 책 출간과 어울릴만한 그럴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어느 한 분야에 상당히 높은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는, 아니 자만하는 몇몇 사람들의 거만함이 문제가 되는 거 같다.
그런 이들에게는 나처럼 글쓰기 강좌라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이 글쓰기와 관련하여 아무런 자격도 갖추어지지 않은, 다듬어지지도 않은, 깊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쓴 글을 못 견디는 듯하다. 그냥 가만히 있어주면 좋겠는 데, 글쓰기 근력을 기르겠다는 둥, 글쓰기 연습을 한다는 둥 하면서 자꾸만 쏟아내는 이런 글들이 꼴사나울 것이다. 혹여나, 라이킷이나 댓글이 몇 개라도 주렁주렁 달려있다면 더더욱 밉상이 되어서 욕해주고 싶은 그 무엇이 되어 버리는 거 같다.
이렇게 쓸 거면 제발 그 시간에 그냥 발 닦고 잠이나 자라고, 다시는 이 구역에서 얼쩡 거리지 말고 꺼져버리라고, 더는 작가라는 미명 하에 글 같지 않은 글 쓴다고 꼴값 떨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아니, 그러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표현만 다를 뿐이지 그렇게 말해버린다. 그런 말들이 실제 그 글을 쓴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큰 실례가 될지, 큰 좌절이 될지, 큰 실망이 될지, 큰 슬픔이 될지를 잘 알면서...
그렇게, 우리의 소중한 공간에서 소통하고 함께 성장해 나갈 한 명의 작가님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그런 사람들이 여기 브런치에도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순수하고 순전한 의도로 단지 글쓰기가 좋아서,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이라서, 글쓰기의 치유 능력을 믿어서, 글쓰기로 내가 좀 더 자라는 거 같아서 등의 이유로 글을 쓰는 사람을 글 못 쓰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폄훼하는 것도 애석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로 상처를 받아서 한 명, 두 명, 브런치 공간을 떠나게 된다면 더욱 슬픈 일이 될 것이다. 결국은 떠나간 이들이 곧 내 글의 잠재적 독자인 것을... 어떤 글을 쓰더라도 내 글을 읽고 반응해 줄 단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서로 무슨 목적으로 무슨 이유로 글을 쓰든지, 어떤 글을 쓰든지, 어떻게 쓰든지, 잘 쓰든지 못 쓰든지 비평하려 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미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지금 나의 글이 어떤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이건 글을 쓰는 순간 느낌이 오는 거 같다. 그냥 술술 적히는 글도 있고, 때론 쥐어짜서 겨우 써지는 글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여 쓰기보다는 쓰고 싶어서 쓰는 경우가 더 많을 테니까...
자신이 원한 내용이 아니고 자신의 맘에 흡족하도록 쓰인 글이 아니라면, 혹은 읽는 내내 눈에 거슬리는 표현이 있다면, 거기서 멈추면 된다. 창을 닫거나 ←를 눌러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서 다른 글을 읽으면 된다. 아무도 그 글을 꼭 읽어야 된다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글을 읽었으니 그 글에 글 쓴 작가의 노력과 정성을 폄훼하는 댓글을 달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다.
이미지 출처�커피향기 블로그
개인의 고유 생각과 느낌에는 맞고 틀리고는 없고 다름만 있을 뿐이 듯이, 글쓰기에도 맞고 틀리고는 없고 다름만 있을 뿐이다. 이 사람이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나 의심하거나 평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건 이미 브런치에서 다 끝낸 작업이니까... 여기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작가이고, 어떤 형식으로든, 무엇에 대해서든 자유롭게 글을 쓰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글이 싫으면 읽고 있는 당신이 그 글을 떠나면 된다. 대신, 떠날 때, 뒷정리는 깨끗하게 아무것도 남김없이...
제발,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그리고,
. . . . . .
글로도 때리지 마라.
P.S. ================
이 글은 무조건 친한 이웃 작가님들 글을 옹호하고 동조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글 쓰시는 분들은 프로이신 분도 있고, 아마추어이신 분들도 있는 만큼, 글을 읽는 중 글쓰기 기술면에서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보다 글 속 작가의 마음에 중점을 두고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비평은 출간이라도 하면, 비평가들이 알아서 해줄 일 아닐까요? 적어도 브런치는 비평과는 무관하게 글 쓰고 글로써 소통하는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원한다면, 해줘야겠지만...(본인이 원했다면 다른 말 하지 말길 바래요~^^) 브런치가 진실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글 속 마음에 대한 따뜻한 소통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함께 그렇게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