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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야블라썸 Nov 03. 2022

내 맘을 알고 있는 브런치 알고(?)리즘

- 두 번째 다음 메인, 감사합니다.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작가가 되던 날의 설렘과 그 셀렘이 주던 다짐은 조금씩 옅어져만 간다. 천고마비의 계절이기도 하고,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니 글 쓰는 이들도 모두 자연을 벗 삼고 책을 벗 삼는 것인지, 구독 신청한 작가님들의 글이 뜸하다. 평소 음식도 편식을 하더니, 브런치마저 편식하냐며 심심한 마음을 꾸짖어 낯선 작가님들의 글도 기웃거려 본다. 하지만, 낯선 주제, 난해한 주제, 관심 없는 주제에 이내 곧 흥미를 잃는다. 이 넘의 편식!


편식을 참고서 다양한 글을 좀 시도해보는 건 어떠니? 그러면, 좀 더 재밌어지지 않겠니?


마음의 소리가 크게 아우성치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은, 음~ 내가 읽고 싶은 글은 말이야?"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해서 일까? "내 마음은 비뚤어도, 이쁜 마음이 적힌 글이야."라고 곧바로 되받아쳐버린다. 비뚠 마음을 가진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참 가소롭지만, 진실이다.


마음을 쓰는 작가님들이 종종 계셔서 그 참하고 고운 마음들, 긍정적이고 삶에 대한 사랑과 혜안이 가득 찬 글을 읽으며 그들의 마음이 조금씩 나에게 스며올 때면, 빈 곳간이 채워지는 듯 뭔가 든든한 느낌이었는 데, 요 며칠 다들 어디로 가신 건지?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이 글, 저 글을 기웃거려본다.


그럴 거면, 차라리 책이라도 읽어?


그래. 그게 낫겠지?


사실, 이렇게 브런치가 재미없는 날은 책을 읽기도 싫다. 그렇다고,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도 없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기도 싫다. 결국은 다 귀찮은 거다.


다른 날과 별다를 거 없이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텅 빈 집에 있게 되었다. 심심할 때면 습관처럼 들여다보게 되는 브런치. 반으로 접힌 폰을 열어 브런치에 접속한다. 알림이 와 있다. 기다리던 이웃 작가님들의 소식이라도 있을까 봐 알림을 들여다본다. 앗! 뭔가 심상치 않다. 조회수가 1000을 넘었다. 이거 어찌 한번 겪어본 그건가?


심심하던 차에 호기심의 불이 켜진다. 컴퓨터를 켜고 다시 들여다보니, 그새 또 조회수가 더 높이 올라가 있다. 거참 이상하다. 요즘 내 글에 라이킷은 별로 없는 데, 브런치 알고리즘은 내 맘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라도 자극을 주지 않으면 내가 브런치를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지한 걸까?


브런치는 정말 쉬운 공간이 아니구나, 라는 느낌이 들 때면 어김없이 한 번씩 다음 메인행이다. 크게 공감받지 못한 글이고, 더 공감받을 것 같지도 않고, 댓글이 더 달릴 것 같지도 않은데, 조회수만 열심히 올라가고 있다.

 

<두 번째 다음행 글>

<다음 메인에 걸린 내 글-1등 할 수밖에 없는 아이>

아~! 이번에도 제목으로 너무 독자님들을 현혹한 것 같다. 난 별로 교육 서적을 탐독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우리 집 아이 교육에도 크게 신경 쓰거나 관여하는 부모도 못 되는데, 제목이 너무 그런 사람들 혹하게 만든 것일까? 1등 안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다고... 자기 자식 1등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딨다고... 뭔가 대단한 팁(tip)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 안 되는데... 괜스레, 대단한 사람이 아닌 내가 용감하게 내 생각을 적은 게 미안해진다.


<첫 번째 다음행 했던 글>

<첫 번째 다음행 했던 당시의 느낌과 생각>


브런치 작가가 되고 9일 만에 다음 메인에 걸려본 적 있기에, 이것으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잘 안다. 처음에는 상당히 부담감도 느꼈는 데, 이제는 부담도 되지 않는다. 그 조회수라는 게 내게 뭔가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아니기에... 다만, 잠수함처럼 바닥으로 침잠하는 내 기분이 바닥에 부딪쳐서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만 조금 띄워주는 정도? 딱 그 정도의 느낌이다. 근데, 그 시점이 너무 적절하다. 마치, 내 맘 속에 한 번 들어왔다 간 것처럼.


브런치, 너 지금 이 순간에 안 그랬으면, 더 이상 날 못 볼 뻔했을지도 몰라.


브런치는 대답이 없다. 하지만, 브런치 알고리즘은 정말로 내 맘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 붙잡아주길 원했던 내 맘을...


브런치야, 고맙다.


다음에는 진짜 제목에 낚였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의 좀 더 사유 깊은 글을 써서 메인에 걸린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메인에 걸릴 때마다 직전에 걸린 글보다는 조금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 작가가 되면 좋겠다. 이렇게 소소한 꿈으로 어영부영 헤매며 나아가더라도 꾸준히 글 쓰는 사람으로 남아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조회수가 주는 기쁨도 좋지만 직전에 쓴 글보다는 조금 더 온기 있는 글로 사람들을 토닥일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에 기뻐하는 작가로, 직전에 쓴 글의 마음보다는 조금 더 자란 마음으로 독자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한 작가가 되면 좋겠다. 근데, 어영부영하다가 벌써 작가 된 지 100일이 다 되어간다.


너를 응원해.

글 쓰는 네 인생에

따뜻한 해가 비치고 꽃도 펴서 그 향기에 벌과 나비도 드나들길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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