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기는 21년, 한창 코로나가 심할 때 태어나 친구와 만나는 경험이 적었어요. 친구들과의 언어 수준 차이를 느끼기는 했지만, 아직 어리니까 곧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22개월 무렵 받은 4차 영유아 검진에서 언어발달에 대한 심화 평가 권고가 나왔을 때도 아직 어리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24개월에 어린이집을 입소하고 반 친구들과 엄마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언어 수준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좋아하는 친구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었죠. 그때의 우리 아이는 ‘좋아, 싫어’라는 표현조차 하지 못했거든요. 생일이 반년 이상 차이가 나는 친구들도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점차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유치원 교사를 오래 했지만, 유치원은 3~5세 친구들이 다니는 곳이다 보니 0~2세의 발달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는 있어도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어느 정도 느린지 가늠이 잘되지 않았어요.
저는 우선 어린이집 선생님과 원장님께 아이의 언어발달에 대한 상담을 받았어요. 또래 친구들보다, 그리고 과거에 가르쳤던 아이들에 비해서도 우리 아이는 느린 것이 맞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렇지만 말을 이해하고 지시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리면 말이 트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30개월 정도까지는 집에서 더 노력해 주리라 생각했었죠.
검사를 예정보다 빨리 받게 된 것은 27개월 소아청소년과에서 언어발달 검사 받을 것을 권유받았기 때문이에요. 고민 끝에 일단 검사부터 받아보고 그 결과에 따라서 언어치료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어요.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 경우였기 때문에 예정보다 빨리 언어발달 검사를 받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의 언어가 느리다고 생각되지만 기다려 주어야 할지, 검사를 받아보아야 할지 고민이라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그리고 가까운 소아청소년과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돼요.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거나 더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면 가까운 육아종합지원센터나 가족센터, 발달지원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온라인 상담을 받으실 수 있어요. 센터마다 상담 운영 방식이 다르므로 홈페이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의 경우 양육지원 – 육아상담 항목에서 온라인으로 언어발달 고민을 비롯한 육아상담을 받으실 수 있어요. 각 지자체 별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도 상담연결이 가능합니다.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https://www.childcare.go.kr/?menuno=312
상담실 – 육아 상담 – 육아종합지원센터 육아상담 항목에서 육아 상담을 받으실 수 있어요.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
https://iseoul.seoul.go.kr/portal/info/content.do?page=08101
찾아가는 어린이집 발달검사 사업을 통해 어린이집과 연계하여 발달검사를 받을 수 있고, 18~30개월 영유아 대상으로 온라인 발달검사와 상담을 지원합니다.
저는 언어발달 검사를 받기로 결심한 후, 많이 알아보지 않은 상태로 이전 진료기록이 있는 세브란스 병원에 바로 진료 예약을 했어요. 이후 검사와 언어치료 시작까지 멀리 보지 못하고 그때그때 하나씩 알아가며 진행했죠.
언어치료를 제공하는 기관은 자기 기관의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언어치료 후기도 많지만, 후기마다 다른 검사와 치료 경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기관에서 언어발달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흩어져있는 정보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육아종합지원센터, 복지관
지역별 육아종합지원센터, 복지관에서도 언어/발달검사를 받으실 수 있어요. 지역마다 검사비도 차이가 나고, 지원이 되지 않는 곳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장점: 지원이 되는 곳의 경우 검사비가 매우 저렴하거나 전액 지원이 되므로 지연 정도가 심하지 않고, 거주지 센터나 복지관에서 지원이 된다면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에요.
단점: 지역에 따라 지원 정도가 다르고, 치료가 연계되는 경우 저렴한 비용 때문에 치료 예약이 쉽지 않습니다.
언어발달/치료기관(언어발달센터)
일반적으로 포털사이트에서 언어치료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센터, 연구소’가 해당합니다.
장점: 병원에 비해 수가 많아 접근성이 좋습니다. 추후 언어치료를 받게 된다면 매주 1~2회 방문해야 하므로 거리가 매우 중요해요. 상담 및 검사예약도 이른 시일 내로 잡을 수 있고, 결과도 빨리 들을 수 있어요. 병원에 비해 수가 많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따라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 검사비와 별도로 초기 상담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상담 비용의 경우 센터마다 차이가 있고, 비교적 높은 검사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바우처 사용이 가능한 곳이 정해져 있으며, 바우처 신청 시 재활의학과 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발달 재활 서비스 의뢰서가 추가로 필요해서 병원 진료가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언어치료를 제공하고 있는 개인병원·의원
지역에 있는 소아청소년과, 소아 정신의학과에서 언어/발달검사를 받을 수 있어요.
장점: 대학병원보다 이용하기 편하고, 이른 시일 내에 상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결과에 따라 치료 일정을 잡기도 대학병원보다 편합니다. 그리고 검사 비용을 보험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보험 청구는 언어발달검사에서 단순 언어 지연 판정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정상 또는 장애 등급이 나오면 보험 혜택은 받을 수 없어요.).
단점: 센터보다는 수가 적어서 지역에 따라 가까운 곳을 찾기 어려울 수 있어요. 검사비와 별도로 초기 상담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요. 기관에 따라 바우처 신청 시 발달 재활서비스 의뢰서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바우처 신청 계획이 있으시다면 미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상급 종합병원 재활의학과
초진 시 소아청소년과에서 의뢰서 또는 소견서를 받아 가셔야 해요.
장점: 센터나 지역 병원·의원에 비해 언어치료 필요 여부를 명확하게 진단받을 수 있어요. 진료비와 검사비를 보험 청구할 수 있고, 언어치료 바우처 신청 시 필요한 발달 재활 서비스 의뢰서도 함께 발급해 주십니다. 아이의 언어 지연이 중증에 해당한다면(자폐 스펙트럼이나 질병, 질환 등) 연계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단점: 예약 후 진료를 받기까지 오래 걸리고, 진료일에 발달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료 후 검사를 처방받아야 검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최소 3회 이상 방문해야 하며 방문할 때마다 긴 대기시간이 발생해요. 우리 아이의 경우 검사를 2회에 걸쳐 받았기 때문에 총 4번 방문하였고, 진료 예약 일부터 결과를 받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경우 저희처럼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들은 후 치료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언어치료가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지역 센터나 병의원에서 치료를 먼저 시작하고 대학병원 진료를 보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껴지고, 유명한 교수님의 진료를 받고 싶다면 가까운 곳에서 먼저 검사와 치료를 시작하고 대기를 걸어두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아이의 연령에 따라 검사 도구는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언어발달 검사 받을 곳을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진료를 보다
저는 언어발달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덜컥 세브란스병원부터 예약했어요. 아이가 꾸준히 다닌 큰 병원이었기 때문이었죠.
병원에 전화를 걸어 언어발달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더니 진료를 받고 처방이 나와야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며 나동욱 교수님 진료를 잡아주셨어요. 저희 아이는 10개월에 받은 3차 영유아 검진에서 대근육 발달 지연 소견이 나와 의뢰서를 받아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 바로 예약이 가능했어요.
교수님과의 진료 시간은 짧았어요. 이전 진료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잘 걷게 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하시고, 우리에게 아이의 발달 정도를 물어보셨어요. 아이의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는지, 진료실에 비치된 장난감을 어떻게 가지고 놀이하는지, 부모가 불렀을 때 반응하는지 등을 관찰하시고 베일리 영유아 발달검사(Bayley scales of infant development)와 영유아 언어발달검사(SELSI)를 비롯해 여러 가지 검사를 처방해 주셨어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아프다
진료를 받기로 마음먹고 진료를 잡기까지, 나는 우리 아이와 같은 사례가 있나 찾아보지 않았어요. 아이의 발달 속도는 저마다 다르고, 아이마다 잘하는 부분과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언어발달검사를 앞두고는 아이가 받을 검사가 어떤 검사인지, 어떤 내용들을 평가하는지 궁금해서 카페나 블로그 후기들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많은 아이가 평가받을 때 긴장해서 평소에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들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그래서 결과가 더 안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우리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 외에 엄마와 분리해서 활동하는 것이 되지 않았고 낯가림이 심했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것은 예상하였어요.
검사 첫날, 저는 막연히 언어발달검사를 받는다는 생각만 하고 갔었는데, 언어발달검사 종류가 하나가 아니더라고요. 아이의 수준에 대한 문답을 먼저 하고, 영·유아 언어발달 선별검사(SELSI)를 포함하여 세 가지의 언어발달 검사를 받았어요.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베일리 검사를 비롯해 자폐증 검사, 주의력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습니다. 아이는 분리가 되지 않아서 함께 검사실에 들어가 아이는 선생님과 놀이하며 검사를 받고, 엄마는 옆에 앉아서 많은 양의 설문을 작성해야 했어요.
검사실에 앉은 아이는 예상대로 선생님의 지시를 거의 수행하지 못했어요. 그나마 말할 수 있는 동물 그림이 나와도 몇 번 이야기하다가 입을 꾹 다물고, 도구를 이용해 놀이할 때도 선생님이 이야기한 규칙과는 상관없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았어요. 장난감을 보여주시면 같이 놀기를 거부하고 혼자 가지고 놀며 옹알이하고요. 지시를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이 속상하긴 했지만, 아이의 성향상 예상한 부분이었기에 생각보다 덤덤할 수 있었어요. 아이가 집에서는 수행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은 부분들은 제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아이의 모습보다 제가 의외로 충격을 받은 것은 엄마가 작성하는 검사였어요. 아이가 이해하거나 말할 수 있는 단어에 체크해야 하는데, 명사 외에는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이 거의 없었거든요. ‘이 시기 친구들이 이런 말도 할 수 있다고?’ 싶을 정도로 구체적인 항목들을 보며 우리 아이가 생각보다 더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서서 속상한 시간이었어요.
검사 결과 당시 30개월이던 우리 아이는 언어발달 수준이 수용 언어 21개월, 표현 언어 16개월로 언어 지연이 확실했고, 베일리 검사 결과에서도 언어가 지연 수준으로 나왔어요. 인지발달은 평균 하위 수준, 운동 발달도 경계선 수준으로 언어치료 외에도 놀이치료와 감각통합치료를 병행하면 좋겠다는 소견을 받았어요.
‘아이가 좀 느려요’와 ‘이만큼 느려요’는 마음에 닿는 차이가 컸어요. 친구들과 우리 아이 사이 줄자가 놓아지고, 그 차이만큼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검사를 마친 후, 한동안 검사지에 있던 수많은 단어가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어요. 감정 표현들, 동사들,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사물 단어, 사물 중에서도 전체를 표현하는 말과 부분을 표현하는 말 등…
전 검사 과정과 결과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더 또박또박 여러 번 말해주려고 노력하게 되고, 단어 카드, 책 등으로 언어 자극을 주려고 했어요. 평소보다 더 표현해야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고도 하였죠. 엄마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이는 혼란스러워하고 힘들어했어요.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아차 싶었죠.
나도 모르게 엄마가 아닌 유치원 선생님처럼 행동하고 있었더라고요. 조급해하지 말자, 조급해하지 말자, 다시 마음을 챙기고 아이의 일상 전반에서 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표현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돕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