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치료를 결정한 후에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을까’였어요. 예민한 성향에 낯가림도 심한데 낯선 공간에서 낯선 선생님과 회당 4~50분의 수업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엄마와 떨어져서 치료실에 들어갈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 되었죠. 이번에는 예민 성향의 우리 아이의 언어치료 적응기와 언어치료 효과, 언어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팁 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요.
언어치료를 받을 기관을 선택하고, 매주 수업을 선생님, 시간이 정해지고 나면 언어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언어치료 수업 시간은 기관마다 다른데 보통 1회당 4~50분 수업을 해요. 수업은 언어치료+보호자상담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가 다니는 곳은 한 군데는 언어치료 35분, 상담 5분, 총 40분 수업을 하고, 다른 한 곳은 언어치료 40분, 상담 10분, 총 50분 수업을 해요. 첫 수업 때는 보호자와 아동이 함께 들어가서 아이의 현재 수준과 특이점에 대한 내용들을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는 초기상담을 진행한 후 수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언어치료는 선생님과 아이 1:1로 진행되고 보호자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상담 시간에 치료실로 들어가 함께 상담받아요.
예민한 아이 언어치료 수업 적응기
우리 아이의 경우 예민 성향도 가지고 있었고, 낯가림도 있는 편이어서 분리가 쉽지 않았어요. 어린이집을 잘 다니고 있어도 낯선 선생님과 1:1로 수업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초기에 엄마와 분리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요. 선생님들 모두 보호자와 분리가 어려운 아동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으시기 때문에 저는 대체로 선생님이 계획하시는 대로 분리를 진행했어요.
분리 과정은 선생님의 의견을 따르되, 아이의 성향을 고려하기
수업 때 엄마와 분리가 되어 선생님과 수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이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커요. 첫날부터 분리 수업을 문제없이 해내는 아이가 있는 반면 우리 아이의 경우 완전 분리 수업까지 3개월이 걸렸어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분리 수업이 가능한 시기는 달라질 수 있어요.
우리 아이의 경우 1주일에 언어치료 2회, 놀이치료 1회, 감각통합치료 1회 총 4회의 수업을 들었는데, 선생님마다 엄마와 떨어지는 전략을 다르게 사용하셨어요. 두 선생님은 엄마가 조금씩 멀어지는 방법을 원하셨고, 두 선생님은 완전 분리를 해서 빨리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원하셨죠. 저는 처음 각 선생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분리를 시작했어요. 조금씩 엄마와 떨어진 거리를 늘려가는 방식을 선택한 선생님 수업은 함께 들어갔다가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면 조금씩 문 쪽으로 이동해서 점차 문을 열고 밖에 나가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였고, 완전 분리를 원하시는 선생님 수업 때는 아이가 울어도 대기 공간에서 기다려 주었어요.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이후 완전 분리를 시도한 수업은 교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했고, 거리를 늘려가는 방식을 시도한 수업은 오히려 문을 조금 열어두면 엄마가 대기실에 있어도 혼자 수업을 받을 수 있었어요. 결국 선생님들과 의견을 조율해서 모든 수업을 엄마 떨어지는 거리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적응했어요.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선생님과 이견을 조율하며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분리해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이 수업 참여하기
우리 아이의 경우 낯가림이 심해서 처음에는 치료실에 엄마와 함께 들어갔어요. 초기에는 선생님이 내어주시는 장난감들도 엄마가 가지고 놀아주기를 바라고, 선생님이 이야기하셔도 엄마가 다시 말해주어야 반응할 정도로 수업 참여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치료사 선생님들은 전문가이시기 때문에 금세 놀이를 주도하며 수업을 이끌어가세요. 이때 부모의 역할은 같은 공간에 있되 최대한 아이와의 거리를 늘려야 해요. 저의 경우 아이의 경계심이 풀어지면 슬금슬금 문 쪽으로 자리를 이동한 후 아예 뒤돌아 앉아있었어요.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자꾸 선생님에게 아이의 행동을 설명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엄마가 수업에 계속 관여하면 아이도 수업에 집중할 수 없고, 분리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최대한 수업에 관여하지 않아야 해요.
꾸준히 수업 참여하기
같은 개월 수의 친구들보다 언어가 지연된 정도가 큰 아이들은 주 2회 이상 언어치료를 받는 것이 경과가 좋다고 해요. 우리 아이는 표현 언어가 14개월 지연된 상태였기 때문에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주 2회 이상 언어치료를 받으라고 하셨거든요. 언어치료사 선생님께서도 주 2회 치료받는 아이들이 경과가 좋다고 이야기 하셨어요. 같은 선생님께 2회 치료를 받는 것과 각각 다른 선생님께 치료받는 것은 장점이 다른 것 같아요. 예민 성향의 아이라면 한 선생님께 치료받는 게 훨씬 심리적으로 편안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계획한 치료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어요. 다른 선생님께 치료받는 것은 두 선생님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더 풍부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치료를 시작한 다음에는 최대한 결석하지 않고 꾸준히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결석을 하면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어려워하고, 수업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꾸준히 수업을 들으니 아이의 언어표현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 신뢰하기
주변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아이의 언어치료를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치료받으면 금방 말한대~’ 였어요. 남의 아이는 빨리 큰다고, 어쩌다 한번 보면 아이가 부쩍 큰 것 같지만, 매일을 함께하는 가족들 눈에는 그 성장이 더디게 보이죠. 언어치료를 시작하면 마법처럼 아이가 문장을 쏟아내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눈에 보이는 빠른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은 어떤 부모라도 같은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변화가 더디더라도 선생님을 믿고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필요해요. 선생님이 바뀌면 아이도 적응해야 하지만, 선생님도 아이의 수준과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몇 주의 시간을 보내야 하므로 진전이 되기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는 낯가림이 심해서 선생님이 바뀌면 관계가 형성될 때까지 엄마와 분리도 잘되지 않고, 수업 참여도도 낮았어요.
치료실에서 좋아하는 놀이 파악하기
치료실에서의 경험을 확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치료실에서 좋아하는 놀이의 장난감과 비슷한 종류의 장난감을 구입했어요. 치료실에서 선생님과 재미있게 했던 놀이를 집에서도 할 수 있어서 복습 효과가 좋았습니다.
치료실에서 선생님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참고해서 함께 놀아주었더니 우리 아이는 거부하더라고요. 엄마는 선생님이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엄마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놀아주려 노력하고, 말하기를 유도하기보다 아이의 행동을 설명해 주거나 ‘친구들 지금 어디가? 놀이터가? 마트가? 등 짧은 질문들로 놀이의 방향을 알려주자, 아이의 놀이가 더 풍부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치료실에서의 경험을 집으로 확장하기
저는 상담을 하며 듣게 되는 ‘오늘 아이가 배운 표현’들은 집에서 더 강조해서 이야기해 주었어요. ‘밀어’에 대해 배웠을 때는 집에서 ‘밀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어요. 공을 굴릴 때도, 유모차를 밀어줄 때도, 청소기를 밀 때도 ‘밀어’라고 이야기해 주며 이 단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어요. 그다음 ‘굴려’를 배웠을 땐 공을 굴리며 ‘굴려’에 대해 알려주거나 색연필을 굴려보기도 하고, 물감 놀이를 할 때 롤러를 사용해 색칠하며 굴려라는 단어에 대해 알려주었어요. ‘낚시’에 대해 배웠을 땐 낚시 놀이 장난감을 꺼내주고요. 이렇게 치료실에서 배운 단어를 집에서도 더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놀이로 경험하게 해 주니 배운 단어들을 더 잘 기억하더라고요.
얼굴을 사용하는 놀이 하기
말이 느린 아이들은 얼굴 및 구강에 위치한 근육이 발달을 하지 않아 조음에 문제가 되기도 하고, 폐활량이 모자라 하나의 단어도 끊어서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일상에서 다양한 얼굴 근육을 사용한 놀이를 해 주는 것도 언어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구강 안면 근육을 기르기 위해 윗입술 누르기, 볼과 턱 마사지하기, 볼 당겨주기, 볼 두드리기, 볼 꼬집기 등의 자극을 줄 수 있어요. 목욕 후 아이에게 로션을 발라주며 해 주면 좋습니다. 거울을 보며 마사지해 주변 아이도 크게 불편해하지 않더라고요.
입술과 볼 근육 기능 증진을 위해서는 뽀뽀하기, 입술로 연필이나 종이 등 물어보기, 입술 진동하기, 볼 부풀리기, 혀 길게 메롱 하기메롱하기, 입술 말기, 입술 오므리기, 촛불 불기, 비눗방울 불기, 휘파람 불기, 풍선이나 코끼리 피리불기 등의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상담시간 활용하기
상담 시간에는 보통 아이가 오늘 사용한 말과 배운 표현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그 이후 내용은 선생님에 따라 앞으로의 지도 계획에 관해 설명해 주시기도 하고, 오늘 활동에서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알려주시기도 하고, 집에서 지도 방향 위주로 설명해 주시기도 하는 등 선생님마다 상담해 주시는 방향은 차이가 있어요. 저는 상담 시간에 항상 집에서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를 물어보았어요. 언어치료를 전적으로 치료사 선생님께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도한다고 생각해야 언어치료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와 일상을 지내다 보면 ‘왜 이러지?’ 하는 순간들이 찾아와요. ‘왜 이러지?’ 하는 순간들이 찾아와요. 저의 경우 ‘아이가 왜 짧은 단어로도 경험을 이야기하지 못할까?, ㅂ발음이 ㅎ발음으로 대치되는 경우가 있는데(바나나-하나나) 교정이 필요한지’ 등 매주 그때그때 궁금한 점을 상담했어요. 미리 생각을 해 놓았다고 해도 막상 상담하러 들어가면 상담실 안에서 아이가 놀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살피며 선생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떤 내용이 궁금했었는지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궁금한 점들은 미리 메모해 두었다가 상담을 받으시면 짧은 상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실 거예요.
위의 질문의 경우, 상담을 통해 경험을 묻기 좋은 상황에 대해 선생님과 고민해 보았고, 선생님께서도 수업이 끝나면 꼭 ‘오늘 우리가 뭐했지?’라고 묻고 답하는 연습을 시켜주셔서 아이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 주셨어요. 발음의 경우 입 모양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입을 보고 차이를 알려줄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주셨어요.
* 발밤발밤 앱을 사용하면 상담 내용을 녹음해 AI가 리포트로 만들어 주어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 좋았어요. 문서로 정리되어 배우자와 정보를 공유하기도 좋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hye_iii/223736934898
글을 마무리하며
아이의 말 늦음을 인지했을 때 ‘우리 아이는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모방을 좋아하지 않아 말이 느린가보다, 그래도 눈 맞춤은 잘 하니까 괜찮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기다리던 시간이 있었어요. 세브란스병원에서 언어지면 소견을 받고 사회성도 낮으니 소아정신과 예약을 잡고 가라고 하셨을 때, 내가 괜히 기다렸나? 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아이의 상태에 대해 확신할 수 없어 아주 불안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는 목 투명대 두께가 정상이기를, 손가락 발가락 10개 다 있기를 바랐고, 태어난 이후에는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자라면 자랄수록 왜 이렇게 아이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많아질까요?
씩씩하게 아이의 언어치료 스케줄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엄마로만 남는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이야기해 주어도, ‘이제 아이가 말하니 걱정 없겠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어도 당장 내 눈에 보이는 아이와 친구들의 격차를 메우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음을 알기에, 마냥 기뻐할 수 없을 때도 많고요.
그래서 목표를 가까이 두고 작은 것에 기뻐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아직 아이의 수준이 친구들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오늘 아이가 지난주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경험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아이가 오늘 ‘보글보글’했다고 표현하는 것에 기뻐하는 그런 마음이요. 아이가 말이 트이면 정말 예쁘다는데, 친구들과 비교하다 보면 그 예쁨을 자꾸 놓치는 것 같아 의식적으로 그 예쁨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언어치료는 끝은 있지만 그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긴 여정이에요. 그리고 언어치료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엄마가 정해야 하는 수많은 갈림길이 있는 길이죠. 곧 6세가 되는 저희 아이는 이제 언어지연으로는 보이지 않고, 주변에서도 치료 종결을 해도 되지 않냐고 물어보시지만 저는 아직 유지하고 있어요. 발음이나 문장 표현 등을 계속해서 다듬어가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언어치료를 하는 친구와 2년만 바짝 하고 종결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그 끝이 쉬이 보이지는 않네요. 저도 아이와 함께 계속해서 나아갈거고요, 앞으로 미로같은 이 길을 걸으실 분들께, 수많은 선택의 여정에서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