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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Oct 08. 2019

망고맛은 1도 없던 망고 케이크

망고 케이크는 원래 망고맛이 안 나는 건가?

2019년 7월 22일    베트남 호이안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의 여행은 멀미약을 먹는 것으로 시작됐다. 지난번에 프랑스 갈 때 너무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바람에 빈속에 멀미약을 먹었다가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새벽 공항버스에 대한 트라우마 비슷한 게 생겨서 이번에는 새벽 4시임에도 계란 프라이를 해서 먹고 멀미약을 먹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다행히 멀미 없이 공항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다. 그래도 새벽 공항버스는 정말 싫다... 멀미도 지긋지긋하다...

체크인을 늦게 해서 비행기 자리가 안 좋았는데 오늘 만석이라 비상구 자리로 바꿔준단다. 덕분에 덜 불편하게 가겠네. 뭔가 시작이 좋은 느낌이다. 베트남 다낭까지 비행기로 4시간 30분. 유럽에 비하면 껌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간은 예상보다 더디게 흘러갔다. 한참을 잤다고 생각했는데 깨 보면 2시간, 또 자고 일어나도 3시간... 저가항공이라 모니터가 없으니 영화도 못 보고, 게임도 못 하니 시간이 더디 갈 수밖에... 게다가 기내식도 음료수도 없고 심지어 담요 한 장 주질 않으니 여러모로 불편해서 그런지 시간이 안 가서 힘들었다.

12시간 같은 4시간 30분이 어찌어찌 흘러 다낭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유심을 사고(베트남 언니들이 한국말을 너~~~ 무 잘한다) 짐을 찾아서 공항 밖에 있는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호텔 픽업 기사님을 만나 호이안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기사님이 영어를 못 하시는지 가는 내내 말 한마디 안 한 채, 정확히 시속 60킬로의 속도로 얌전히 정주행 하신다. 아마도 오토바이가 너무 많아서 조심조심 운전하시는 것 같다. 도로에 가득찬 오토바이를 보니  베트남에 온 게 실감이 났다.

30여 분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아담하고 약간 오래된 느낌이다. 역시 사진발!!! 이었군. 그래도 올드타운과 가까우니 그걸로 퉁쳐야겠다. 짐을 대충 풀어놓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올드타운으로 걸어갔다. 아까 올 때 보다 오토바이랑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투본강을 끼고 오색 전등으로 장식한 올드 타운은 뭔가 빈티지하면서도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었다. 어찌 보면 대만의 지우펀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예쁘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 시간을 보니 한국시간으로 저녁시간이 다 됐다. 아침에 공항에서 해물순두부찌개 먹은 게 다니까 배가 고플 만도 하다. 베트남 음식을 파는 식당에 가서 달랏산 와인을 한 잔 주문하고 반쎄오랑 소고기 볶음밥을 시켰다. 근데 그 유명하다는 달랏산 와인은 단맛이 1도 없다. 단맛이 좀 있는 게 좋은데... 나머지 음식은 먹을만했다. 배를 채우고 강가에 있는 라이브 카페에 가서 타이거 맥주 두 잔을 비우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아~~~ 좋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아까 먹으려고 했던 찹쌀떡 같이 생긴 망고 케이크가 있어 얼만지 물어보니 3개에 5만 동. 우리 돈으로 2500원 정도 한다는 건데 얼떨결에 사고 보니 아무리 봐도 우리가 비싸게 산 느낌이다. 게다가 분명 망고 케이크라 했는데 망고맛은 1도 안 난다. 흑설탕에 땅콩을 갈아 넣은 찹쌀떡 느낌? 너무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봤는데 나처럼 망고맛은 1도 안 나는 망고 케이크를 먹었다는 글이 꽤 있다. 원래 베트남 망고 케이크는 망고맛이 안 나는 건가? 그럼  대체 왜 이름이 망고 케이크인가?미스테리다... 망고 케이크에 당하고도 오는 길에 바나나 팬케이크가 보여 속는 셈 치고 사서 먹어보니 이건 다행히 바나나 맛이 났다. 그래! 이래야 바나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거지. 과연 망고 케이크의 미스테리는 풀 수 있을까?... 아님 그냥 눈탱이를 맞은 걸까?...

걸어서 호텔로 가는 길. 역시 여름이라 밤인데도 후텁지근한  것이 시원하지가 않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뒤 바스락거리는 새하얀 이불을 폭  덮고 누우니 온몸이 뽀송뽀송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딱 좋아하는 뽀송뽀송한 느낌이다. 잠이 솔솔 올 것만 같다. 


오늘 아침만 해도 집에 있었는데 베트남에 와 있다니 참 기분이 묘했다. 내일은 호텔에 바구니 배랑 쿠킹 클래스를 신청해놔서 8시 30분에 픽업하러 온다는데 쿠킹 클래스는 처음이라 뭘 만들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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