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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Oct 09. 2019

안 방 비치에서 모히토 한 잔?

생각 없이 멍 때리기

2019년 7월 23일  에코 쿠킹 투어& 안 방 비치

6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놨지만 새소리에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에 잠이 깼다. 호텔이 사진발이라고 투덜댔지만 새소리, 개소리에 작은 도마뱀까지 자연친화적인 건 분명하다. 게다가 초록 나무와 작은 수영장을 앞에 두고 먹는 조식은 한없이 평화롭다. 사진발이 쪼~끔 있긴 하지만 예쁜 건 인정!

오늘은 바구니 배 타기 체험과 쿠킹 클래스를 신청한 날이라 8시 30분에 호텔로 픽업을 오기로 했다. 프런트에서 전화가 와서 내려가 보니 어라? 이 분은 어제 호텔 체크인해주던 직원분? 어찌 된 거지? 투잡을 뛰시나? 암튼 가이드님을 따라 차를 타고 호이안 시장 앞에 내렸다. 우리 말고도 한국인 가족, 일본인 가족, 한국인 커플 그 외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가이드 언니가 모두에게 바구니를 하나씩 들려주고는 장을 봐야 하니 잘 따라오란다. 시장이 엄청 비지하니까 소지품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가이드 언니 말대로 시장은 현지인들과 관광객 그리고 오토바이까지 뒤엉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이드 언니가 오늘 만들 음식의 재료들을 사면서 하나하나 알려주고 각자의 장바구니에 넣어준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정육점에서는 날고기 냄새에 비위가 좀 상했다. 붉은 고기들의 비주얼도 보기 힘들었지만 날것 그대로의 비릿한 냄새는 견디기 힘들었다. 얼음도 냉장고도 없으니 당일 도축, 당일 판매가 원칙이고 저녁때가 되면 고깃값이 싸진단다. 우린 아침 일찍 왔으니 그나마 싱싱한 것일 텐데도 적응이 안 되는 냄새였다.

정신없이 시장을 보고 통통배 같은 배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코코넛 빌리지에 도착했다. 배가 거의 도착할 때쯤 우리 배 주변으로 바구니 배들이 다가온다. 배에서 배로 옮겨 타는 거였다. 가이드 언니 손을 잡고 코코넛 배에 옮겨 타니 아주머니께서 베트남 전통 모자 농을 건네주시고, 야자수 잎으로 만든 반지랑 메뚜기를 손에 끼워주신다. 작은 코코넛 크랩 잡기 체험도 했는데 애들이 그동안 너무 많이 속아서 그런지 통 나오질 않아 아주머니께서 잠시 당황하셨지만 포인트를 바꿔서 결국 잡게 해 주셨다.

바구니 배 체험을 마치고 바로 쿠킹 클래스가 시작됐다. 기계가 없던 시절 쌀을 도정하는 과정을 체험하게 해 줬는데 신기하게도 옛날 우리나라처럼 절구질을 하고 체에 거르고 까부르는 과정이 비슷하다. 그리고 자주 먹어본 라이스페이퍼 만드는 체험도 직접 하게 해 줬다. (난 귀찮아서 안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쿠킹 클래스! 먼저 가이드 언니가 시범을 보이면 우리가 각자 자리로 돌아가 만들어 보는 것인데, 머리가 나빠서인지 집중을 안 해서인지 순서도 헷갈리고 뭘 넣어야 하는지도 왔다 갔다 한다. 스프링롤, 반쎄오, 이름이 너무 어려웠던 볶음국수, 소고기 쌀국수까지...


한두 가지만 만들 줄 알았는데 무려 네 가지나 만든다. 반쎄오까지는 할 만했는데 그 이후로는 만드는 족족 먹어야 하니 배도 부르고 계속 서서 요리를 하려니 힘이 들었다. 나중엔 내 기억력이 오작동을 일으켜 엉뚱한 그릇에 물이랑 간장을 들이붓고 있었다. 그때 도와주던 아저씨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황당함 그 자체? "얘는 대체 지금 뭐 하는 거니?" 하는 그 표정. 집에서도 안 하는 요리를 하려니 안 되는 게 당연하지. 근데 신기하게도 내가 만든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다. 먼 타국에 와서 음식을 만들어 보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호텔에 돌아오니 1시 30분. 날씨가 막 덥진 않은데 이상하게 습도가 높아서 잠깐만 나갔다 와도 온 몸이 끈적거린다. 에어컨 바람으로 몸을 식히고 침대에 누워 잠깐 쉬기로 했다. 계속 이렇게 뽀송 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3시가 다 돼서 그랩으로 택시를 불러서 안 방 비치에 있는 뷰가 좋다는 카페로 갔다. 모히토를 시켰는데 한 모금 마시자마자 럼주의 향이 확 올라온다. 딱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리며 시간을 보낸다. 모히토 한 잔을 비우니 잠이 솔솔 쏟아진다. 쿠션에 기대고 누우니 정말 잠이 들 것만 같이 나른하다. 이런 나른함이 대체 얼마만인지...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아니 아무것도 안 해서 좋다.

안 방 비치로 나가 해변을 거닐어 본다. 사람은 많지만 그래도 다들 행복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하늘 위에선 패러세일링 하는 사람들이 바다에는 제트 스키와 바나나 보트 타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가 패러세일링이 해보고 싶단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난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만큼 아찔하니 정중히 사양하고 친구가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다. 정말 대단하다~! 완전 멋져~!

해변을 좀 더 거닐다가 카톡으로 예약한 레스토랑에 가서 그릴드 치킨이랑 반미를 시켰다. 치킨은 밥까지 주는데 완전 맛있었고, 반미는 이 맛이 아닌 것 같았다. 반미는 다음에 제대로 다시 먹는 걸로 하고 로컬 맥주 한 병을 시켜서 마신 후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참 알차게 썼다. 그만큼 많이 피곤하지만~ 근데 벌써부터 한국에 돌아가기가 싫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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