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 셜리 Oct 14. 2019

베트남에서 롤러코스터는 처음이라

Are you ok?

2019년 7월 24일   빈펄 랜드& 호이안 야시장

어젯밤의 인연으로 스마트한 그랩 기사님과 큐알코드로 카톡 친구가 되었고, 그래서 오늘 빈펄 랜드도 그 기사님이 태워주시기로 했다. 베트남 여행이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대중교통 걱정 없이 에어컨 빵빵 나오는 택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일거다.


아무튼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택시를 타고 15분쯤 달려 호이안 구시가지를 벗어나니 한적한 벌판이 나온다. 소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좀 더 달리다가 허허벌판에 아주 허름한 천막? 판자집?에 기사 아저씨가 잠시 정차하더니  "티켓?"이라고 묻는다. 그 허름한 천막에서 나온 아저씨가 1인당 55만 동 둘이 합쳐 110만 동이란다. 어제 인터넷으로 검색해봤으니 입장료가 55만 동(27,000원) 이란 건 이미 알고 있는데 한국의 삼성그룹쯤 된다는 빈펄 그룹에서 만든 놀이공원(우리나라로 치자면 에버랜드 정도?) 입장권을 이렇게 야매스럽게 판다고? 이거 사기 아니야? 순간 또 눈탱이 맞는 거 아닌가 싶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영부영하다 우린 결국 110만 동을 세서 아저씨한테 주고 카드식 입장권 2장을 받았다. 계속 찜찜한 마음이 들었으나 이미 돈을 냈으니 사기가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10여분을 더 달려 빈펄 랜드에 도착했다. 이미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앞에 줄을 서 있었다.  게이트 입구에 카드를 넣으면 돌림 바를 밀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바가 안 열리면 어쩌지? 두근거리는 맘으로 카드를 밀어 넣었는데 순간 빨간 X가 뜬다. 순간 "아! 사기당했구나! 못 들어가는구나~"했는데 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란다. 원래 이렇게 빨간 X가 다 뜨는 건가? 정말 이상했지만 들어갔으니 그걸로 됐다.

오늘 다낭 호이안 지역 날씨가 구름 많음이었는데 여기 빈펄 랜드만 이상하게 햇볕이 쨍쨍이다. 그래서 그랩 기사님이 수줍게 큰 양산을 준비해 주셨던 거구나. 우린 들고 다니면 다 짐이라고 사양했는데 들어가자마자 후회가 됐다. 살이 타들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쨍쨍한 날씨 덕분에 하늘도 구름도 너~~~ 무 예쁘니 쌤쌤인 걸로 해야겠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가운데 물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전통적인 호이안식의 건물이 오른쪽은 유럽식의 건물이 완전 예쁘게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만 보면 유럽이라 해도 믿을 만큼 그럴싸하다. 그러나 아무리 예뻐도 뜨거운 태양을 이길 재간이 없으니 일단 가까운 실내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게임랜드란다. 아주 큰 오락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카레이싱 게임도 하고 농구공 넣기 게임도 하고 오랜만에 오락실에 온 기분이 들어 좋았다. 날씨 탓인지 계속 목이 말라서 물을 사서 마실까 하다가 아까 지나가던 꼬마들이 먹던 망고 쭈쭈바처럼 생긴 아이스크림을 찾았는데 찾고 보니 아주 낯익은 글씨가 보인다. '빙그레 바나나 뽕따' 세상에 베트남까지 와서 뽕따를 먹다니~ 근데! 더 놀라운 건 너~~ 무 맛있다는 거다. 내가 지금껏 먹은 뽕따는 뽕따도 아니다. 바나나맛 뽕따가 최고! 한국에도 있는지 꼭 찾아봐야겠다.

뽕따를 감탄을 하며 먹고 평소엔 절대 가지 않을 4D 영화관에 시간이 맞는지만 확인하러 갔다가 11시 타임이 딱 맞아서 얼떨결에 들어갔다. 공룡이 나오는 15분짜리 4D 영화다. 애들이 보면 딱 좋을 정도의 퀄리티지만 몇 번씩 소리를 지른 걸 보면 생각보단 볼만하다.

베트남 전통가옥과 전통 공연이 있는 민속촌을 구경하고 그다음 간 곳은 리버 사파리 투어다. 인공으로 만든 물길 양 옆으로 동물들이 있고 배를 타고 가면서 동물들을 보는 건데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아서 여기가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배 안에서 안내를 해주는 직원도 동물 소개를 거의 한국말로 해준다. 한국사람에게 최적화되어있는 느낌? 여기가 에버랜드인가 싶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려는데 한국, 일본, 베트남 식당 등 다양하긴 한데 딱히 당기는 게 없어서 롯데리아에 가서 먹기로 했다. 주문을 하려는데 옆에 한국인 가이드라는 아저씨가 여기 햄버거는 작아도 너~무 작다고 한마디 해주신다. 그 말에 냉큼 치킨 한 조각씩을 추가해서 감자튀김과 함께 먹었다. 아저씨 말대로 햄버거는 어린이용처럼 작았고 맛도 한국만 못 했다. 사이다가 없대서 평소엔 카페인 때문에 잘 안 마시는 콜라를 시켰는데 날이 더워선지 콜라가 쭉쭉 들어간다. 리필은 안 된다 하니 라지 사이즈로 하나를 더 시켜 둘이 나눠 마셨다. 오늘 카페인 치사량을 넘긴 것 같은데 잠이 오려나 모르겠다.

워터파크는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었으니 이제 남은 건 놀이기구인데 평소에도 워낙 못 타는지라 일단 범퍼카를 타기로 했다. 여긴 현지인들 뿐이어서 좋았는데 한국 범퍼카 보다 세서 부딪혔을 때 충격이 꽤 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또 타고 싶어 질 만큼~

베트남 사람들은 무서운 놀이기구를 잘 못 타서 대기할 필요가 없다고 들었는데 그것 보단 너무 더워서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무언가에 홀린 듯 롤러코스터를 타러 갔는데, '내가 미쳤지... 한국에서도 절대 안 타는 놀이기구를 왜 여기까지 와서? 대체 왜?' 후회할 틈도 없이 직원이 안전바를 내려주며 '파이팅!'을 외친다. '어? 파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무섭다는 뜻인가?' 걱정과 후회 속에 우린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올라갈 때까지는 소리는 질렀지만 눈은 뜨고 있었는데 그다음부터는 눈을 뜰 수 없었고 소리는 또 얼마나 질러댔는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느낌이었다. 살려달라고 소리소리 지르다 보니 어느덧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애처럼 징징거리며 눈물이 터졌다. '아...  창피하다... 이 나이에 남의 나라까지 와서 왜? 온갖 주접을 다 떨고 있는 거니...' 징징거리는 나를 보고 아까 파이팅하라던 직원이 다가와서 "Are you ok?"냔다. 탈탈 털린 영혼을 다시 부여잡고 괜찮다고 눈물을 훔치며 웃어 보였다. 근데 그 순간 진짜 웃음이 났다. '난 대체 왜 이걸 탄다고 했을까?' 뭔가에 홀린 게 분명했다. 우리 앞에 앉았던 현지인들도 우리 얘길 하면서 웃는 눈치다. 우릴 돌아보며 야릇한 웃음을 보이던 남자애 모습이 선명하게 콕 박힌다.

다리도 풀리고 목도 말라서 물을 사서 마시고 정신을 재정비하고 한참을 기다려 아까 타고 온 그랩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땀을 식히고 쉬다가 저녁때가 돼서 구시가지에 있는 '미쓰리'라는 맛집을 찾아갔다.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대기자들도 많고 진짜 맛집인가 보다. 까오러우라는 베트남식 비빔국수와 완탕 튀김, 모닝글로리 볶음, 망고주스에 밥을 추가해서 먹었는데 완전 맛있다. 내가 지금껏 외국에 나가서 먹은 음식 중에 베스트5에 들만큼 전부 다 맛있었다. 호이안에 온다면 꼭 먹어보길 추천! 엄지 척!!!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고 야시장에 가는 길에 첫날 갔던 올드타운에 다시 갔는데 배에 단 전등의 불빛은 여전히 감동스러울 만큼 아름다웠으나 사람이 많아도 너~~~ 무 많다. 베트남 사람들도 휴가철에 호이안을 많이 온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 현지인 할 것 없이 너~~~ 무 많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야시장에서 뭘 살 엄두가 안 난다. 원래는 예쁜 슬리퍼랑 라탄 백도 사고 망고랑 망고스틴을 사갖고 가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못 사고 힘겹게 인파를 헤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엔 호이안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 방 비치에서 모히토 한 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