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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Oct 19. 2019

한시장에서 호갱이 되다

알아도 눈탱이는 맞는다

 2019년 7월 25일 오행산(마블 마운틴)&다낭

오늘은 호이안을 떠나 다낭으로 가는 날. 3일 동안 호이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새 정이 들었나 보다. 떠나려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호이안은 정말 내 스타일이다.

다낭에 가기 전에 오행산에 들러서 가기로 했다. 어제 그 그랩 기사님과 카톡으로 딜을 해서 호이안과 다낭 중간지점에 있는 오행산에 가서 우리가 구경하는 동안 1시간 대기하고, 다낭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맡긴 후 다시 한시장에 데려다주는 조건으로 45만 동에 협상을 했다. 화폐 단위가 너무 크니까 이게 싼건지 비싼건지도 모르겠고, 그래봤자 우리돈으론 얼마 차이가 안 날거라는 생각에 계산을 대충하게 된다.

암튼 9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하고 차로 25분쯤 달려 오행산에 도착했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다섯 개의 산인데 대리석이 많아 영어로는 마블 마운틴이라 불린다. 오행산은 특이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거기가 끝은 아니고 또 계단을 올라가야 사원과 동굴, 전망대를 볼 수 있다. 분명 내 친구들이나 블로그에서는 그리 힘들지 않고 산책하는 정도라고 했는데 내 체감 강도는 절~~ 대 산책이 아니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몸이 축축 쳐져서 나름 힘든 산행이었다. 누가 안 힘들댔어~~~!

정확하게 1시간 만에 내려와 차를 타고 다낭 미케비치 앞에 있는 호텔로 가서 짐을 맡기고 다시 한시장으로 갔다. 한시장 근처에 가니 상인들 빼고 90퍼센트 이상이 한국사람들 같았다. 그래서 대한민국 다낭시라는 말이 있구나. 곳곳에 보이는 간판도 한글로 된 게 많아서 정말 한국 같았다. 일단 2층으로 올라가서 아오자이를 맞추려는데 아오자이 가게는 너무 많고 맘에 딱 드는 옷을 찾기는 어려웠다. 비좁은 가게들을 헤치며 맘에 드는 아오자이를 찾았는데 다른 곳은 맞춤이 25만 동이라는데 여긴 30만 동이란다. 다 한국말로~ "왜 30만 동이냐~ 다른 가게는 25만 동이란다"라고 나도 한국말로 얘기하니까 여기 옷이 예쁘고 바느질을 잘한단다. 나도 아줌마한테 반말로 "그래도 비싸! 깎아줘~ 우리 둘 다 살게~" 아줌마는 계속 안 된다고 하고 우린 깎아달라고 하고 밀당이 이어지다가 결국 27만 동으로 합의했다. 근데 치수까지 다 재고 나니까 바느질을 잘하려면 저녁 7시에 완성된단다. "엥? 다른 가게는 다 1시간 걸린댔는데?" 그래도 두 개나 바느질하려면 그 전에는 안된단다. 어이가 없지만 치수까지 잰 마당에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럼 7시에 찾으러 오겠다니까 굳~~ 이 호텔로 가져다주겠다며 왕복 택시비 15만 동을 달란다. 우리가 가지러 오겠다고 말해도 계속 가져다주겠다는데 뭔가 느낌이 쎄~ 했지만 다낭 시내에서 7시까지 있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10만 동으로 합의를 하고 마침 잔돈이 9만 동 밖에 없다고 깎아달라고 우겨서 9만 동을 내고 거래가 끝났다. 근데 이상하게 뭔가 찜찜한 게 호갱이 된 것 같다...  그래도 뭐 옷은 그중 제일 맘에 들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슬리퍼가 있어서  8만 동 달라는 걸 6만 동으로 깎아달랬더니 그거 깎아봤자 500원 차이라며 한국에서 500원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며 7만 동으로 하잖다.(물론 다 한국말 반말로) 그 말에 더 이상 깎지도 못 하고 7만 동(3,500원)에 슬리퍼를 샀다. 사고 보니 한국에서도 이 돈이면 슬리퍼를 살 수 있겠다 싶으면서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물가가 싸다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한국보다 싸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한국이랑 비슷한 느낌? 아님 우리가 못 깎아서 그런가?

한시장을 나와 반미집으로 갔는데 여기저기 온통 한글이다. 메뉴도 한글이고 주문도 우리말로 해도 다 알아듣는다. 여기가 대체 베트남이 맞나 싶다. 불고기랑 양념치킨 반미를 시켜 먹었는데 예상했던 맛이었다. 뭔가 이것 마저 한국스럽다.

배도 부르니 슬슬 걸어서 다낭 대성당으로 갔다. 일명 핑크 성당이라 불리는 곳이다. 뙤약볕을 뚫고 갔더니 사람이~~! 그것도 한국 사람이 엄청나다. 시간이 남아도는 우린 그늘 밑에 의자를 갖다 놓고 한참을 앉아있었는데 패키지팀이 왔다가 밀물처럼 빠지면 바로 또 다른 패키지팀이 그 자릴 썰물처럼 채운다. 결국 계속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사진을 찍어도 사람이 많으니 누가 사진의 주인공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예쁘긴 하지만 성수기엔 정말 사람이 너~~~ 무 많다.

지금쯤이면 호텔에 들어가서 한 타임 쉬어갈 시간인데 그걸 못하니 몸이 견디질 못하겠다. 콩카페에 코코넛 커피가 유명하다던데 지금 가면 또 한국사람들 천지겠지? 싶지만 여기까지 와서 안 먹어보고 갈 수도 없고 너무 더워서 무조건 실내로 들어가야 했다. 자리가 없을까 걱정하며 갔더니 역시나 사람이 꽉 차서 앉을 곳이 없다. 그래도 일단 안으로 들어갔더니 운 좋게 바로 앉을자리가 생겼다. 카페인이 걱정스럽지만 유명하다는 코코넛 커피를 시켜 한 잔을 다 마셨다. 디카페인 커피를 제외하고 내 생에 한 잔을 다 마신 건 처음이다. 카페인이 온몸의 피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진다. 치사량을 넘겨서인지 심장도 빨리 뛰는 것 같고 자꾸 헛구역질이 난다.... 오늘 밤 과연 잠을 잘 수 있을는지...

콩 카페를 나와 현지인들이 주로 간다는 꼰 시장으로 갔다. 걸어서 1.4킬로미터... 날이 더우니 가는 길이 너무 멀고도 힘들다. 그러나 좋은 점은 관광객이 없다. 죄다 현지인들뿐이다. 원피스를 하나 사고 어제 못 산 망고스틴이랑 망고를 사려는데 망고스틴은 1킬로에 5만 동에 사고 망고는 1킬로에 4만 동 이래서 사기로 했는데 처음에 저울에 4개만 올리길래 그게 다인 줄 알고 계산했는데 나중에 보니 우리가 산 것 말고 6개나 더 줬다. 뭐지? 이상한데? 왜 이렇게 많이 주지? 설마 우리가 4만 동 보다 돈을 많이 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지만 이미 받은걸 뭐 어쩌겠니. 덤으로 더 줬나 보지.

그랩을 불러 호텔로 돌아왔는데 프런트에서 우리한테 배달된 물건이 있다며 준다. 예상대로 아오자이였다. 7시 전에는 절~대 안된다던 옷이 5시 밖에 안 된 지금 떡하니 배달돼 왔다. 역시 사기를 당했네~ 정성 들여 바느질하느라 늦는다더니 다 거짓말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시장에서 나온 지 1시간 후에 배달돼 왔을 거다. 배달비를 더 받으려고 그런 수를 썼나 보다. 오늘도 또 눈탱이를 맞았다. 친구들이 베트남 사람들은 착하고 순진한 얼굴을 하고 사기를 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물론 사기 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고 사기치는 액수도 정말 작지만 말이다.

방에 가서 땀부터 식히고 서로 찍은 사진을 보내주려는데 와이파이로 사진 전송이 안된다. 프런에 전화해서 얘기하니 네트워크 상태를 확인해 보고 연락한단다. 그러나 몇 번을 다시 연결해 봐도 직원이 직접 올라와서 체크해 봐도 안 된다. 뭐니~ 이렇게 큰 호텔에서 와이파이가 안 터지다니 말이 되니? 와이파이는 포기하고 호텔 앞에 있는 미케 비치로 나갔다.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라는데 모래도 곱고 해변 길이도 9킬로미터나 된다. 안방 비치 보다 바다도 파란 것 같다. 그리고 느낌이 딱 해운대다. 안방 비치가 시골 바다라면 미케비치는 도시 바다 느낌이다.

해변가 산책을 마치고 호텔 로비에 앉아 사진 전송을 해보니 여전히 안 된다. 옆 호텔 와이파이가 잡히길래 설마 하는 마음으로 연결해 봤더니 세상에 완전 빠르다. 뭐 이런 경우가 있는지 그래도 옆집 거라도 되니 다행이다. 사진 전송을 마치고 루프탑 수영장을 구경 갔다가 아까 사 온 망고(4개는 깎아 달랬었다)를 먹었는데 완~~~ 전 맛있다. 망고로 배를 채우는 날이 오다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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