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포트스테판 투어가 있는 날이다. 집합 장소에 나가 보니, 어제 만났던 가이드 아저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가이드님의 레퍼토리는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에피소드가 있어서 나름 괜찮았다.
첫 번째 코스는 돌핀 크루즈. 바다 위를 점프하는 돌고래 떼를 기대했지만, 돌고래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돌고래 몇 마리를 볼 수 있었는데, 점프는커녕 그저 등 지느러미만 살짝살짝 보여주는 수준이었다. 가이드님 말씀으로는 포트스테판의 돌고래들은 평생 큰 파도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점프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한다. 괌에서 봤던 점프 천재 돌고래들과 자꾸 비교됐다. 그래도 돌고래들이 배 바로 앞부분까지 가까이 와줘서 그걸로 만족했다.
다음은 샌드보드 타기! 무제한으로 샌드보드를 탈 수 있다는 말에 오늘 투어에서 가장 기대했던 체험이었다. 사실 이곳은 사막은 아니고 해안가의 모래가 바람에 쌓여서 만들어진 일종의 사구라고 한다. 말하자면 태안 신두리 사구의 자이언트 버전인 셈이다. 모래 언덕을 보며 두근거렸던 마음은, 뜨거운 모래를 밟자마자 살짝 후회로 바뀌었다. "모래가 이렇게 뜨거울 줄이야..." 발바닥이 달아오를 정도로 뜨거운 모래 위를 커다란 보드를 들고 올라가느라 타기도 전에 체력은 이미 방전 상태. 여러 번 탈거라고 마음먹었으나 두 번 타고나니 온몸이 기진맥진이었고, 속도도 별로 나지 않아 스릴도 재미도 없었다. 결국 두 번 타는 것으로 끝!
쨍하게 뜨거운 날씨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맑은 날씨 덕에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모래 언덕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전화위복인 셈이다. 만약 비라도 왔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마지막 와이너리 투어는 그야말로 끼워넣기식의 생색내기 투어였다. 와이너리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와인 판매장 같았다. 다 같이 일렬로 서서 함께 원을 그리듯 걸어가며 아주 쪼~~~끔씩 따라주는 와인 몇 잔을 시음하는데, 설명도 거의 없고 와이너리 구경은 아예 없었다. “맛있으면 사세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마치 투어가 아닌 와인 판매 홍보회에 온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큰 기대는 없었지만 이 코스는 차라리 없애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어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어디 한 군데를 더 돌아봐도 될 시간이었지만, 버스에서 내리니 피곤이 몰려와 호텔로 돌아가 씻고 일단 쉬었다. 그래도 하루의 마무리는 맛있는 음식으로 해야겠지!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던 말레이시아 음식점 마막에 가서 미고랭과 나시고랭을 주문했다. 오~~~ 생각보다 맛있네? 역시 기대를 하지 않고 먹었더니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