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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un 15. 2016

정교함의 끝! 알함브라궁전

넋을 놓고 바라보다

스페인 part3.


스페인에 온 지 3일만에 짐을 챙겼다. 말라가를 떠나 알함브라가 있는 그라나다로 가는 길.

막상 말라가를 떠나려니 불현듯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말라가에 머문 시간은 호텔에서 잠잔 시간이 대부분인데도 3일밤을 보냈더니 나름 정이 들었나 보다. 어디든 그렇지만 다시 이 먼 곳까지 올 일이 없을거란 생각이 아쉬움을 더 크게 만드는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는 대전복합터미널 만큼이나 익숙한 말라가터미널에서 아침 10시에 고속버스를 타고 11시30분에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2시에 알함브라궁전을 예약해 놓은 상태라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그라나다는 좁은 골목길 때문에 택시도 숙소 바로 앞까지 못 가고 큰 길가에 세워준다. 택시기사님 설명대로라면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가도가도 상점들만 가득할 뿐 호텔이 안보인다. 방법은 하나뿐! 묻고 또 묻는다. 이번엔 배 나온 아저씨 당첨! 아저씨가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길~게 말씀하시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러다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으니 옷가게 이름! 아마 그 옷가게 옆에 있다는 뜻인가보다 짐작하고 찾아가 보니 진짜 호텔이 거기 있다.  


호텔이 맞나 싶을 만큼 작고 아담한 호텔, 체크인을 하자마자 버거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친구가 유심칩을 써보겠다고 해서 휴대폰매장에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삼성로고가 큼지막하게 보인다. 실제로 내가 본 스페인 사람들은 삼성폰을 많이 들고 다닌다. 참 신기하다. 

1.2기가에 20유로를 내고 유심칩을 사서 끼웠는데 아~무리 해도 안 된다. 우리는 시간이 촉박해서 애가 타는데 그녀들은 1시간 동안 한 번도 인상쓰지 않고 웃으며 천천히 해보고 또 해본다. 느긋해도 너~무 느긋해서 성격 급한 나같은 사람은 숨넘어가게 생겼다. 점원과 번역기어플로 겨우겨우 대화를 이어가며 여러차례 시도하다 1시간만에 성공했다.


그러고나서 보니 시간이 2시가 다 돼서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알함브라로 갔다. 현존하는 유럽 최고의 이슬람 건축물로 꼽히는 알함브라궁전, 여행책자에 일일 입장인원이 정해져있어 티켓을 꼭 미리 예매를 하고 가야한대서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티켓창구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왠지 억울한 이 기분은 뭘까~ 비수기에다 월요일이라 더 그런가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하늘 높이 솟은 커다란 나무들이 우릴 압도한다. 미로정원을 지나 왕족들의 여름 별궁인 헤네랄리페, 투우를 즐겼던 카를로스5세궁전, 전망이 아름다운 천의요새 알카사바 그리고 알함브라의 모든 전설이 담겨있는 알함브라궁전의 꽃 나스르궁전까지~

특히 나스르궁전은 그 정교함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모든 벽에 그렇게 정교하게 조각을 할 수 있었는지~ 그 높은 천장은 대체 어떻게 조각을 한걸까?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엔 안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사진을 찍어봐도 사진에는 그 정교함과 웅장함이 담기지 않아 아쉬웠다.

3시간 동안 궁전을 둘러보고 정원이 딱 10명인 빨간 미니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으로 맥주 한 잔이랑 타파스를 먹으러 나왔는데 근처엔 추로스카페만 많고 저녁을 먹을 만한 곳이 없다. 그러다 결국 와인병이 잔뜩 쌓여있는 좀 비싸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스페인어로 돼 있는 메뉴는 아무리 들어야 봐도 모르겠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웨이터아저씨가 친절하게 영어메뉴판을 주신다. 여긴 큰 레스토랑이라 영어메뉴판이 있나보다. 빠에야는 더이상 먹고싶지 않고 하루종일 빵을 먹었더니 밥이 먹고싶어서 닭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라이스를 시켜서 먹었다. 우리나라 볶음밥 보단 못 하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저녁을 먹고 거리를 다니다 보니 세일하는 옷가게가 많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옷을 또 사고야 말았다. 트렁크도 작은 걸 가져와서 들어갈 데도 없는데 큰일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옷을 싸오지 말고 여기서 다 사입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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