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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un 25. 2016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세비아의 햇살과 노닥거리다

스페인 part5.


어제 렌페에 문제가 있어서 1시간 30분이나 늦게 호텔에 도착하는 바람에 몸이 너~무 피곤해서 잠을 좀 더 자고 일정을 시작했다.

어제도 또 다시 느낀거지만 여기사람들은 정말 느긋한 성격인가보다. 기차가 무려 1시간 30분이 연착됐는데도 동요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 불평하는 사람도 없다. 그냥 조용히 기다릴 뿐~

아무튼 느지막하게 호텔을 나와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로 나갔다. 여긴 나름 도시라 그런지 버스 도착예정 시간도 나오고 다음 역에 대한 방송도 해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스페인광장부터 오늘의 투어 시작!

정류장 옆 공원을 가로 질러 잠깐 걷다보니 어느새 스페인광장이 보인다. 와!!! 눈이 확 트인다.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스페인광장은 정말 눈부시다. 수 많은 TV프로그램을 통해 봐왔지만 직접 보니 더 멋지다. 정말 넓고 웅장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교하다.  다른 말 다 필요없이 그냥 멋지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나한테 폰을 들이밀며 사진을 찍어달란다. 내가 그렇게 착하게 생긴 얼굴인건가? 스페인에선 스마트폰 도둑이 많다고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누구한테도 사진 같은거 찍어달랄 생각도 안했는데, 그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나한테 폰을 내밀고 마음껏 포즈를 취하며  너무도 해맑게 웃는다.  즐거운 하루 보내라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고맙기도 또  미안하기도 한 순간이었다.


맘 같아선 하루 종일 광장에 있어도 좋을 것 같지만 우린 가봐야할 곳이 많은 여행자가 아니던가.

아쉽지만 스페인 광장을 뒤로 하고 세비아 대성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세비아대학이 보여서 일단 들어가봤다. 전에 담배공장이었던 곳을 대학으로 쓰고 있다는데 딱 봐도 정말 오래돼 보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몇 번은 리모델링 했을거 같은데 건물 내부는 좀 손을 댔어도 외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세비아 대학을 나와 조금 더 걸으니 세비아성당이 보인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성당이라더니 정말 한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성당 안도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성당 중에 제일 멋지다. 정교한 조각도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정말 아름답다. 꽃할배에도 나왔던 콜롬부스의 관도 직접보니 신기하다. 성당 안을 다 둘러보고 히랄다탑으로 가는데 34층이나 되는 경사로를 올라가야 돼서 저질체력인 나로선 거친 숨을 헐떡이며 가야했다.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니 세비아 성당과 세비아 구시가가 보인다.

그런데  세비아대성당은 너무 넓어서 그런지 전체가 완벽히 다 보이진 않았다.

그 만큼 넓다는 얘기겠지.

세비아성당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알카사르로 갔다. 알함브라궁전의 축소판이라는 얘길 들었는데 규모는 좀 작지만 알함브라처럼 정교한 조각도 보이고 있을 건 다 있다. 그리고 궁전보다는 정원이 훨씬 더 넓다. 마치 미로처럼 여러 개의 정원들이 숨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함브라만큼 웅장하진 않지만 양파같은 매력이 있는 곳이다.

슬슬 배가 고파 노천카페들을 둘러보는데 잘 생긴 청년이 자기네 식당에서 빠에야를 정말 잘 하는데 한 번 먹어보란다. 맛은 자기가 보장한다고~  

긴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이야기를 하는데 깜빡 넘어갈 뻔했다. 근데 결정적으로 그 식당은 생선빠에야만 한단다. 지난번 말라가에서 해산물 빠에야에 질린터라 채소위주의 빠에야를 먹고 싶어서 미안하다고 하고 다른 식당으로 갔다. 이번 빠에야는 1인분도 팔고 다행히 맛도 지난번 보단 조금 낫다.


밥을 먹고 일섭이 할아버지께서도 타셨던 마차투어를 했다. 세비아 구시가 곳곳을 다니며 마부아저씨가 열심히 스페인어로 설명해 주신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중간중간 아저씨의 말을 따라하기도 하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호응을 해주니 아주 좋아하신다. 마차로 6차선 도로 한복판을 달리는데 신기하게도 말이 차선도 잘 지키고 신호도 칼같이 지킨다. 스페인광장에서는 기념촬영도 해주시는 아저씨의 센스~!

좀 비싸긴해도 타보길 잘 한 것 같다.

이제 돌아볼 곳은 다 본것 같아서 노천카페에서 여유롭게 차를 한 잔 마셨다. 이 얼마나 내가 부러워했던 광경인가~~~ 마침 옆에 트램까지 지나가니 딱 영화의 한 장면이다.

내가 스페인에 와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 우리나라랑 다르게 노천카페의 좌석은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마치 일광욕을 하듯 다들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일렬로 앉아있다.  일조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햇살이 좋기론 어디 가서도 뒤지지 않는 스페인인데 그 강렬한 햇빛을 마치 신의 축복인냥 온몸으로 받아내는 사람들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더욱 신기한건 그렇게 강렬한 햇빛에도 피부는 우리보다 더 뽀얗고 주근깨도 없다는거..

아!! 지금 생각난건데 혹시 이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일조량 부족한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인가? 모르겠다~~~~

암튼 나도 그들과 함께 온몸에 햇살을 받으며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물론 난 그들처럼 햇빛에 강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중간 태양을 피해야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할 일없이 노닥거리는건 참~~~좋다. 딱 내 스타일.

한참을 햇살과 노닥거리다가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바로셀로나에 가야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평소보다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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