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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ul 02. 2016

바르셀로나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샹그리아에 츄로스면 충분한 밤

스페인 part6.


아침 일찍부터 공항에 가야한다는 부담감때문인지 밤새 잠을 설쳤다. 호텔조식이 시작되기 전에 나가야해서 배고프면 어쩌나했는데 체크아웃하며 보니 우리처럼 일찍 나가는 손님을 위한 빵과 커피가 준비되어있다. 크로아상과 물 한 잔으로  허기를 달래고, 호텔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탔다.


그런데 기사아저씨가  미터기를 누르지 않는다.  공항가는거라 그런가 싶었는데 10분쯤 후 공항에 도착하고 요금을 물어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무려 30유로를 달란다. 세상에 채 10분도 안 되는 거리를 30유로나 달라니... 바가지를 씌우려고 작정을 하고 미터기를 안 누른 모양이다. 우리가 말을 못하니 따질수도 없고 울며 겨자먹기로 그 돈을 다 주고 내렸다. 기분이 너무 나빠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걸로 소심한 복수했다.

지금까지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그런지 배신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아무 일없이 좋게만 여행을 한거야. 이제 바로셀로나로 가니까 긴장하라는 뜻일거야!"라


일찍 와서그런지 공항이 텅 비어있고 우리가 발권도 제일 먼저 했다. 작디 작은 면세점을 돌아보고 게이트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람이 없다. 저~~쪽에 양복 입은 아저씨가 보여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여기가 바르셀로나 가는 게이트 맞냐고 하니까 자기도 거기 가려는 중인데 게이트가 3번으로 바뀌었단다.

헐~! 여긴 뭐이렇게 갑자기 바뀌는게 많다니~

분명 방송을 했겠지만 우린 또 못 알아듣고 무작정 기다릴뻔 했다. 기차도 아니고 비행기를 놓쳤으면 어쩔뻔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3번 게이트로 오니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비행기 시간이 또 연착됐단다. 지난번 렌페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우리가 운이 나쁜건지 여기가 원래 이런건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11시면 도착할 것을 12시가 돼서야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공항는 그저께 그라나다역에서 만났던 친구의 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숙소가 너무 멀어서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때 다시 만나기로 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까딸루냐광장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니 숙소가 나타났다. 세비아만큼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나름 예쁜 호텔이다.


배가 고파서 일단 보케리아시장부터 들렀다. 스페인 최대의 전통시장이라는데 생각만큼 크진 않지만 과일, 채소, 생선, 고기, 하몽, , 튀김, 견과류, 초콜릿...등등 종류가 다양하다.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해산물 철판요리가게가 보인다. 일단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그 중 사람들이 제일 많이 먹고있는 새우요리를 시켰다. 새우 다섯마리가 철판에 구워져 나온다. 맛은 괜찮은데 간에 기별도 안 간다. 게다가 값이 24유로~ 시장 음식인데 꽤 비싸다. 이건 아니다싶어 다른 데 가서 닭꼬치를 먹고 아까부터 먹고싶었던 과일을 사서 맛있게 먹었다. 또 뭔가 허전해서 오징어튀김을 샀는데 맛이 영~ 아니다. 괜히 입맛만 버렸다 싶다.

배는 부르지만 여행책자에 시장 안에 한국반찬가게가 있다는 정보를 보고 찾아갔다. 예상대로 한국인 아주머니가 계시고 반찬만 파는 게 아니라 라면도 끓여주시고 간단한 한국 음식도 판다. 그저께부터 먹고싶었던 라면과 친구가 좋아하는 잡채, 한국식 밥이 먹고싶어서 볶음밥까지 시켰다. 김치까지 서비스로 주신다.

다~~~맛있다. 지금 이 순간, 난 또 행복하다.

스페인에 와서 처음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바로셀로나성당으로 갔다. 바로셀로나 역시 골목길이 미로처럼 복잡했지만 그동안 단련이 된건지 생각보다 빨리 찾았다.

스페인에 와서 벌써 다섯 번째 성당~

이러다 진짜 천주교 신자 되겠다. ^^

성당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각기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의 명성에 밀리긴했지만 바르셀로나 성당 역시 정말 아름답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예술~

성당을 뒤로 하고 람브라스 거리 끝에 있는 콜롬부스 동상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앞에 있는 바다까지 보고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아까 만나기로 한 친구의 아는 언니를 까딸루냐광장에서 6시에 만나 람브라스 거리로 와서 언니가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빠에야를 시키고 배가 부른 우리는  타파스에 맥주를 한 잔씩 시켰다. 혼자 여행하려니 말 할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다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이때 친구의 대학원 동기가 마침 람브라스거리 근처 숙소에 있다고 해서 합석을 했다. 여자 셋, 남자 하나~ 넷이 모이니 더 시끄러워진다. 츄로스에 맥주와 샹그리아를 더 시키고, 술이 좀 더 들어가니 웃음소리가 더 커진다. 그 남와는 초면임에도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다는 이유로 말을 탁! 놓고 '얘.쟤'해가며 논다. 이런게 스페인의 힘이 아닐까? 아니면 님의 힘? ㅎㅎ


아까 낮에 도착했을때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불어 스페인답지 않게 뭔가 싸~하니 낯설었는데 밤이 되니 오히려 날씨도 춥지 않고 더 활기가 넘친다.

바르셀로나의  살랑이는 밤공기에 취하고, 달달한 샹그리아에 취한다.

이래서 바로셀로나의 밤이 좋다고 하는구나~

아... 한국 돌아가기 싫다~

이 밤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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