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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ul 21. 2016

스페인 공항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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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지막 이야기


오늘은 스페인에서의 마지막날.

케이블카를 타고 몬주익성에나 가볼까했지만 어제 구엘공원 전망대에서 이미 바르셀로나 전경은 다 봤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선 공중에 매달린 케이블카가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장시간 비행을 대비해 일단 늦게까지 푹 자고나서 까딸루냐광장과 람브라스거리를 산책하고 핑이나 좀 하며 한 껏 여유를 부려보기로 했다.

어제만해도 바람이 싸늘하더니 오늘은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뭉실뭉실. 뜻하고 따사로운 날씨다.  진작에 좀 이럴것이지...

주변 쇼핑과 산책을 마치고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위해 식당을 찾았다. 마지막이니까  스페인의 향기가 찐~하게 나는 음식을 좀 먹어보고 싶은 마음있었지만 입이 좀 짧은 친구 덕분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가서 피자와 파스타로 스페인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비행기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미리미리! 정신으로 3시간 30분이나 먼저 공항에 도착했다. 터키항공 카운터를 찾으러 다니다 보니까 전광판에 4개 항공편이 캔슬됐다고 떠 있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모두 이스탄불 가는 비행기다. 설마 우리 비행기는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확인해 보니 세!상!에! 우리 비행기가 거기 떡하니 있는것이 아닌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지연도 아니고 완전 취소된거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건...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말도 안 통하는 스페인 한복판에서 대체 어찌해야되는지..  세상에 나와 내 친구 둘만 딱 떨어뜨려 놓아진 기분이었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터키항공사 카운터를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있고 아무도 없다....

이러면 안 되는거잖아....ㅠㅠ

대체 무슨 일인지 ...

이스탄불에 테러라도 발생한건지...

아님 항공사가 파업을 한건지... 

완전 미치고 팔딱 뛰겠다... 

그 동안 여행하면서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우린 완전 패닉~!

멘붕은 이럴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 같았다.

그래도 물어볼 곳이라곤 공항안내소뿐이라 찾아가서 확인해보니 오늘 출발하는 터키항공편은 모두 취소됐단다. 그럼 어떡하냐 물었더니 항공사카운터에 가보란다. '가봤더니 없더라  했더니' 터키항공사 번호를 알려줄테니 전화를 해보란다. 자기도 더이상은 도와줄 수가 없단다. 말도 안 통하는데 전화로 무슨 얘기를 하라는건지...

전화로는 안 될것 같아서 터키항공카운터에 가서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마치 1시간 같은 10분을 기다리니 터키항공사 직원이 느리적 느리적 나타났다. 우리한테 자세한 설명은 없고 e티켓을 달래서 줬더니 한참을 컴퓨터로 조회해보고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다른 직원이 얘기하는 소릴 들으니 이스탄불에 강풍이 불어 운항이 전면 취소가 됐단다.  무슨 제주도도 아니고 스페인에서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이니... 직원 얼굴이 우리 얼굴만큼이나 심각해 보인다. 아... 불안하다...


직원이 20분 정도 이것저것 무언가를 해보더니 방법은 두 가지 란다. 내일 아침 10시 터키비행기로 가든지 아님 다른 항공사를 통해 런던-홍콩을 경유해서 지금 바로 출발하든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려 2번이나 환승을 해야하지만 그렇게라도 오늘 출발해야했다.

e 티켓을 발급 받아 British airway로 갔다. 짐을 부치며 최종 목적지가 인천이라고 몇번이나 확인을 시켜주고 비행기에 올랐다.

바르셀로나에서 런던까지 2시간 만에 도착했다. 런던공항이 워낙 넓어서 환승 게이트까지 가는데만도 한참을 이동해야만 했다. 환승수속도 검색대 보안도 까다로웠다. 한참을 걸려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탑승완료!

홍콩까지 무려 12시간이 걸렸지만 비행 좌석이 편해서 죽을만큼 힘들진 않았다. 그러나 도착예정 시간보다 20분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한국으로 가는 환승수속을 할 시간이 50분 밖에 안 남았다. 보통 출발 20분 전엔 게이트를 닫기 때문에 정말 시간이 촉박했다. 이 비행기를 놓치면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으로  비행기 도착전부터 짐을 챙기고 좌석벨트등이 꺼지자 마자 잽싸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나가고 보니 우리 앞엔 아무도 없고 승무원이 이 출구는 퍼스트 클래스 전용출구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환승이 급하다고 사정얘기를 하고 비행기에서 제일 먼저 내려서 냅다 뛰었다. 뛰다보니 바로 앞에 대한항공 홍콩직원이 우리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다. 직원을 보자 어찌나 반가운지..ㅠㅠ 안심이 되면서 완전 고마웠다. 일단 탈 수는 있다는 거니까~

나중에 휴대폰을 보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영어로 문자도 이미 보내놨었다.

직원이 시간이 없으니 빨리 자기를 따라오란다. 대한항공카운터에 가서 발권을 받고 검색대도 승무원 전용통로?인지뭔지 줄도 서지 않고 다이렉트로 통과해서 모든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리고 비행기에 오른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이젠 됐어...

그런데 한 가지 걱정스러운게 있었다. 아까 홍콩에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우리 짐이 비행기에 안 실렸을 수도 있단다. 그럼 내일 아침 첫 비행기편으로 짐이 도착할 수도 있다고..

완전 산 넘어 산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비행기를 타고 말이 통하는 한국 승무원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 맘 놓고 음악도 듣고 기내식도 처음으로 맛있게 다 먹고 모든 게 완벽했는데 3시간이면 도착해야 할 것을 또 연착이다.

어찌됐든 밤11시가 다 돼서 공항에 도착하고 짐이 나오길 기다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짠~!하고 가방이 나타났다. 얼마나 고맙고 감동적인 순간인지...


이제 진짜 집에 갈 일만 남았구나~ 하고 공항버스 시간을 보니 막차가 11시30분!

지금 시간은 11시17분! 죽어라 뛰어서 갔더니 다행히 버스는 있었다. 그런데 또 날벼락같은 소리가 들린다. 정원이 초과돼서 못 탄다고 가방을 빼란다. 이건 또 무슨 경우냐...

내일 아침 6시가 첫차라는데 공항에서 노숙을 하든 근처 호텔에서 자고 가든 해야 할 판이다.

고민하고 있는 찰라, 콜밴 아저씨가 소리없이 쓰윽~ 다가와 대전까지 1인당 5만원인데 갈거냔다.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집에 가고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불안하긴 했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총알택시처럼 위험하게 운전하면 어쩌나했는데 과속도 안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11시40분에 출발해서 새벽 2시 전에 집에 도착했으니 공항버스 보다도 빠른 것 같다.

집에 오니 긴장이 탁!~  풀린다. 배가 고프다.

시간을 보니 스페인 시간으론 저녁시간.

엄마한테 밥이랑 김치만 달래서 허겁지겁 한 그릇을 먹었다. 엄청  맛있다~~~

어제 오후만 해도 국제미아가 될 뻔했지만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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