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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Feb 05. 2017

사막을 달리다. 짜릿한 듄베이싱!

즉흥적인 두바이 여행  part4

오늘은 금요일. 한국은 오늘부터 설연휴가 시작됐겠다. 이 곳은 금요일부터 휴일이라 메트로오후나 되야 운영한다. 말 그대로 여기선 오늘이 완전 불금인거다. 오늘은 오후에  사막사파리투어를 예약해 놓은데다가  메트로도 오전에 운행을 안 하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조식을 먹고 10시쯤 나가서 에미레이츠 쇼핑몰 투어를 할 예정이다.


그런데 어제 너~무 많이 걸어서인지 양쪽 새끼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발목까지 다 아프다. 만보기를 확인해 보니 어제 32,832걸음 총 27.32킬로를 걸었단다. 내 인생에 제일 많이 걸은 것 같다. 발바닥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 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어기적어기적 걸어 겨우겨우 조식을 먹으러 갔다. 발바닥은 아파도 밥맛은 좋다. 특히 여행 가서 먹는 조식은 정말 맛있다. 둘이 다섯 접시를 갖다 놓고 앉았더니 일행이 더 있는 줄 알았는지 웨이터가 포크와 나이프 2인분을 더 가져다 놓는다. 우린 진짜 둘 뿐인데... ㅎㅎ


  암튼 조식을 거하게 먹고 익숙하게 무단횡단을 하여 에미레이츠몰에 갔다. 오늘 3일째 가는건데 여전히 길을 못 찾고 헤맨다. 여기가 대체 몇 층인지도 알 수가 없고 좀 전에 갔던 곳도 다시 가려면 찾아갈 수가 없다. 무엇에 홀린 기분이다. 오늘은 맨 윗층부터 훑어 내려가기로 하고 윗층부터 갔더니 매직 플래닛이라는 오락실이 있다. 여긴 역시 오락실도 스케일이 다르다. 인형뽑기 기계, 펌프, 팩맨 기타 등등 없는 게임이 없고 볼링장에 스티커사진기, 어린이용 회전목마, 농구대, 범퍼카, 자이드롭까지 있다. 오락실이  얼마나 넓은지 넋 놓고 다니다간 출구도 못 찾는다. 정말 어메이징하다.

 

오락실 규모에 다시 한 번 놀라고 나서 점심 먹을 식당위치를 찾아 놓고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매장은 엄청나게 많은데 막상 들어가보면 살만한게 없다. 뭔가 엄청 예쁘거나  한국보다 가격이 싸야 사는데 가격도 우리나라 면세점 보다 비싸니 굳이 살 이유가 없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고디바 카페가 보이자 일단 당부터 보충하자는 생각으로 들어가 앉았다.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라즈베리 화이트초콜릿 음료를 시켰다. 비싸지만 맛은 있다. 당을 보충하고 다시 시작된 쇼핑투어. 이건 뭐 고행수준이다. 넓어도 너~무 넓다. 이젠 너무 넓어서 짜증이 날 지경이다. 쇼핑몰 안에서 제일 많이 한 말은 "아이 발 아파..."와 "더럽게 비싸네" 였다. 몇 가지 품목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이 한국보다 2배, 많게는 3배까지도 더 비싸다.

에미레이츠몰 안에 있는 스키장

살만한 것도 없고 점심때도 되고 해서 아까 찾아둔 알 할랍이라는 중동음식 전통식당에 가서 램찹, 한국식으로 하면 양갈비를 시켜 먹었다. 양고기는 처음 먹는지라 냄새가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누린내도 전~혀 안나고 맛있다.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이다 했더니 박가네에서 먹었던 쪽갈비구이 맛이랑 완전 비슷하다. 향신료향이 약간 나는 것만 빼면 말이다. 맛있게 양고기를 먹고 지하에 있는 까르프 마트에 갔다. 한국처럼 카트에 동전을 넣어야 하는데 식당에서 동전을 다 쓴지라 지폐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마스터키로 그냥 빼주던데 혹시나해서 물어보니 도우미 아저씨가 하나를 빼준다. 역시 마트는 다 똑같구나. 마트에 가니 살 게 눈에 띈다. 한국보다 훨씬 싸다고 했던 히말라야 수분크림을 잔뜩 사고, 여기 특산품인 대추야자도 사고, 딸기가 맛있어 보여 딸기도 한 팩 샀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낑낑대며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돌아와서 침대에 잠깐 누웠는데 프론트에서 전화가 왔다. 사막투어 차량이 기다리고 있다고 얼른 내려오란다. 3시30분부터 픽업한다고 하더니 20분이나 빨리 왔다. 오늘은 혹시 한국사람을 만나려나 했더니 기사아저씨는 당연히 두바이분이시고, 함께 투어하는 사람들도 모두 외국인이다. 국적 불명의 말 없는 중동 청년 한 명과 호주에서 온 여자 세 명. 기사아저씨가 아랍노래를 틀어주며 흥을 돋우고 긴장과 설렘 속에 사막으로 향했다. 도심에서 1시간 쯤 달리니 사막이 나타났다. 와~~~ 대박!!! 영화에서나 보던 사막이 눈 앞에 펼처져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맨발로 모래를 밟아보니 완전 부드럽다. 물집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 하는 나에겐 완전 천국 같은 곳이다. 치유의 사막이다.

아저씨가 잠깐 차를 세우더니 타이어에 공기를 살짝 빼고는 얼른 안전벨트를 하란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구나! 신나는 클럽댄스노래로 음악이 바뀌고 이제 드디어 출발! 차가 속도도 줄이지 않은 채 사막 위로 미끄러지듯 내달리며 상하좌우로 트위스트를 춘다. 롤러코스터 저리 가라다. 아저씬 멀쩡한 길을 놔두고 일부러 경사진 곳으로만 골라골라 험하게 달린다. 내 몸도 상하좌우로 마구마구 흔들린다. 비명을 질러대며 "아저씨!!!  아저씨 제발~~"을 무한반복한다. 이 와중에 중동청년은 입 한 번 떼지 않고 묵언수행을 하고, 뒷좌석의 호주 아가씨들은 우리 반응이 재밌는지 비명을 지를때 마다 " 꺄르르~ 꺄르르~ " 숨이 넘어간다. 하나도 안 무서운가보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숨 넘어가게 불러대는 아저씨가 아마 '오 마이 갓' 정도의 뜻이리라 생각할 것 같다.ㅎㅎ 멀미를 할까봐 미리 멀미약을 먹고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여 치밀하게 검정 비닐봉지까지 준비했는데 다행히 멀미는 하지 않았다.

사막을 미친듯이 달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캠프에 도착했다. 여긴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곳이다. 캠프에선 바베큐를 먹으며 전통춤을 보고 낙타 타기와 물담배, 헤나 타투 체험까지 할 수 있다. 완전 판타스틱한 코스다. 팔목 안쪽에 작은 헤나 문신을 하고 낙타 구경을 했다. 참 맑고도 슬픈 눈을 가진 낙타였다. 직접 타볼수도 있었지만 비행기에서 나눠줬던 메르스 예방 수칙을 떠올리며 아쉽지만 참아야 했다.  우린 호주 아가씨들이 낙타 타는 사진만 연신 찍어주고 자리에 와서 앉았다. 잠깐 앉아 있자 TV에서 봤던 돌고 돌고 또 도는 남자 댄서 춤과 여자 밸리댄서 공연이 시작됐다. 둘 다 완전 장난 아니다. 특히 여자 밸리댄서는 내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밸리댄서 보다 춤을 잘 추고 관능적이었다. 여자인 나도 넋을 잃고 보게 만들고, 말 한 마디 없던 중동청년을 벌떡 일어서게 만들었다. 완전 대박!!! 공연이 다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원래 투어에는 없는데도 친절한 기사아저씨가 다시 한 번 나이트 사막사파리를 친히 개장해주셨다. 우린 아까 보다 더 소리를 질러댔지만 깜깜한 밤에 하는 듄베이싱은 낮보다 훨씬 더 스릴 넘치고 재밌었다. 두바이에 온다면 꼭 사막투어를 해보기를~ 완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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