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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Feb 08. 2017

사막 위에 핀 꽃, 미라클 가든

즉흥적인 두바이 여행 part5

오늘은 두바이에서의 마지막 날.  밤 11시20분 비행기라 체크 아웃을 하면서 호텔에 가방을 맡겨두고 팜 주메이라 끝에 있는 아틀란티스 호텔로 향했다. 아틀란티스 호텔에 가려면 일단 메트로를 타고 트램으로 갈아탄 다음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가야한다.


참~ 복잡하다. 호텔 매니저 아저씨 말로는 택시를 타고 가는 게 낫단다. 30디르함 정도 나온다고 나온다고 하니까 만원 정도 나오나 보다. 택시 맛을 한 번 보고 나니까 자꾸 유혹에 빠진다. 이런 나약한 인간 같으니라구... 그런데 메트로 1일권이 22디르함, 모노레일이 15디르함이니까 둘이 가는거면 사실 택시가 더 싸긴하다.


택시를 탔더니 기사아저씨가 엄청 친절하게 얘기를 잘 하신다. 그리고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근처에 꽃이 가득한 미라클 가든이라는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꿀정보도 주셨다. 아저씨와 이야하는 동안 택시는 해저터널을 통과하여 사진으로만 보던 아틀란티스 호텔에 도착했다. 들어가보니 비싼 호텔이라는 명성답게 규모도 크고 고급스럽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아쿠아리움 때문이다. 호텔 안에 아쿠아리움이 있는데 투숙객은 무료이고 관광객은 110디르함(3만2천원)을 받는다.


두바이에 있는 아쿠아리움이니까 규모가 어마어마할거라고 내심 기대하고 갔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웬만한 우리나라 아쿠아리움 보다도 작은 규모이다. 내 생각엔 호텔측에서 투숙객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어 놓은 건데 관광객들이 자꾸 구경을 오니까 돈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좀 비싼듯 싶다. 정원도 비치도 호텔 투숙객에게만 허용되고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어서 아쉬웠다. 우린 호텔 앞 바다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팜 주메이라 항공사진 - 네이버 이미지 검색

사실 오늘 오후 일정을 정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우린 호텔에 가서 짐을 찾아와야하니까 택시 아저씨가 알려준 미라클 가든에 가보기로 했다. 팜 주메이라를 제대로 보려면 모노레일을 타봐야 한다길래 이번엔 복잡한 방법으로 가보기로 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다보니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물론 모노레일을 탄다고 야자수 모양이 보이진 않는다)위에 지어진 고급 빌라와 주택들이 어마어마하다. 두바이 부자들은 다 여기에 사는 것 같다. 역시 부자들은 도심이 아니라 한가로운 교외 해변가에 사는구나...


모노레일에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다시 에미레이츠몰까지 메트로를 타고 와서 다시 택시를 탔다.  이번 택시 아저씨는 파키스탄 분이셨는데 대뜸 중국인이냐 묻더니 중국, 일본, 한국사람은 얼굴이 다 비슷해서 자기들이 보기엔 다 똑같다고 하신다. 기분이 썩 좋은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그들을 볼 때도 똑같을 것이기 때문에 이해가 갔다. 아저씨와 얘기를 하다보니 미라클가든에 도착했다. 에미레이츠몰에서 택시로 10분이라 했는데 주말이라 차가 막혀서 그런지 30분은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이 두바이 휴일이라 나들이 나온 현지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 놀라며 일단 티켓을 끊고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꽃이 어마어마하다. 역시 두바이 스케일답다. 물이 귀한 사막 한가운데 이렇게 꽃이 가득한 정원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곳은 마치 꽃박람회장처럼 인공적인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웠지만 '사막 위에 정원'이라는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니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하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정원을 둘러보다 식당가에서 이름도 생소한 이집트 음식을 먹었는데 나가려고 보니 다른 테이블에 있는 국수와 노란색깔의 밥이 너무 맛있어 보이는거다. 언제 또 먹어보겠냐 싶어서 두 개를 다 시켰는데 이게 1인분이 아닌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화수분이다. 3분의 2 이상을 남기고 나가며 다른 테이블을 보니 하나를 시켜서 4명이 먹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남지~~~

호텔로 가자니 시간이 남아서 어떻게 할까 했는데 미라클 가든 옆에 버터플라이 가든이 있단다. 나비들이 많은 곳인가? 설마 곤충박물관처럼 나비표본을 전시해 놓은 건 아니겠지? 약간 의심이 가지만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입구에 들어가니 헐~ 나비표본들이 전시돼 있는게 아닌가? 낚인건가? 하며 설마설마하는 심정으로 더 들어가봤더니 정말 다행스럽게도 온실 정원 안에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모두 나비를 옷에 손가락에 붙이고 세상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다. 여기 나비는 겁이 없는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깨에 다리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 나비를 바라보며 앉아 있으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어린아이가 있다면 정말 좋아할만한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함양 나비축제? ㅎㅎ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에 가서 짐을 찾고 에미레이츠몰을 거쳐 1시간 가량 메트로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타지도 않았는데 체력방전에 앞머리는 떡이 졌다. 지친다 지쳐.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한 관계로 카운터가 오픈을 안 해서 커피숍에 앉아 있다가 밤11시 20분 비행기를 탔다.


 갈때는 올때보다 2시간이 덜 걸린데다 두바이 시간으로 잠 잘 시간이라 자면서 오니 자세는 불편해도 생각보다 시간은 잘 갔다. 졸린 와중에도 비빔밥도 먹고 죽도 먹고.. ㅎㅎ 그리고 기장님이 착륙을 너무 잘하셔서 바퀴가 땅에 닿는 줄도 모르게 편안히 잘 내렸다. 발이 퉁퉁 부어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지만 무사히 한국에 도착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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