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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May 13. 2017

문수전에서 숨을 고르다

episode -2017.05.05

연휴라 정말 정말 좋긴 하지만 막히는 고속도로와 비싼 숙박요금 그리고 수많은 인파를 피해서 갈만한 곳은 사실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차가 막히지 않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찾지 않을 만한 곳을 찾다가 결국 평소에도 자주 가던 반야사로 향했다. 예상대로 어린이 동반 가족은 없었으나 연휴라 그런지 주차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다행히 절 안쪽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호랑이쪽을 먼저 올려다 봤는데 매번 보던 호랑이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산 아래쪽으로 더 내려온 느낌이다. 지각변동도 아니고 그럴일은 없겠지만 스님이라도 계셨으면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호랑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삼층석탑과 대웅전을 지나 숲속 오솔길을 걸어 세조대왕님이 목욕하셨다는 곳까지 갔다.

평소라면 여기까지가 나의 반야사 코스이다. 그런데 뭔가에 홀렸는지 깎아질듯 가파른 문수전까지 올라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에 한 번 올라가보고 다시는 안 올라가리라 다짐했건만 내가 잠시 미쳤었나보다. 처음엔 '힘들면 내려오면 되지!'하고 시작했으나 손에 닿을듯 가깝게 보이는 문수전의 모습에 홀려 터질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결국 끝까지 올라가고야 말았다. 시간을 재보니 중간중간 숨을 고르고 올라갔어도 15분? 17분?이 채 안 걸리는 짧은 거리다. 그러나 거리 대비 가파름의 정도나 힘듦의 수치는 아마 에베레스트 버금가지 않을까 싶다. 이러다 심장마비 오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장이 미칠듯이 뛰었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은 119 구급대원이 이 가파른 길에 어찌 나를 들것에 실어 내려 갈까?하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고 있었다.

암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문수전에 오르니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가슴이 확 트인다. 이래서 사람들이 산에 오르나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래 난 등산이랑은 안 맞지. 아무렴~!" 때마침 그 시간 문수전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절을 다녔어도 법당에 들어가서 절을 한 적은 많지 않은데 이 산꼭대기 법당에 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법당 안으로 이끌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세 번의 절을 하며 그 짧은 시간에 참 여러가지도 빌었다. 절을 하고 내려가는 길, 다리에 힘이 풀려 후들거린다. 밧줄을 잡지 않고는 내려갈 수도 없을 만큼 내려가는 길도 여전히 가파르다.

원래는 도마령까지 들렀다 가려고 했으나 다리에 힘이 풀려 엑셀 밟을 힘도 없으니

"오늘은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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