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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Feb 02. 2017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두바이

즉흥적인 두바이여행 part3

점심을 나름 배부르게 먹고 아브라라는 수상택 비슷한 작은 배를 타고 건너편에 있는 골드 와 향신료 수크를 보러 갔다. 혹시 멀미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5분밖에 안 걸리는데다가 바람이 시원해서 괜찮았다. 게다가 비싼 두바이 물가와 다르게 단돈 1디르함(우리 돈 320원)이라니 정말 맘에 든다. 수크는 전통시장 비슷한 곳인데 그 중  골드수크는 정말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막상 가보니 '싸면 귀걸이라도 하나 사올까?' 생각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흔히 하고 다니는 귀걸이, 목걸이, 반지 사이즈는 어디에도 없다. '과연 저걸 걸고 걸어다닐 수나 있을까?'싶은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목걸이며 팔찌를 마치 동네 슈퍼 매대에 있는 라면마냥  전시해 놓고 있다. 여긴 아마도 금을 kg단위로 파는 것 같다. 우리가 살만한 물건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금시장이라 그런지 아까와 같은 호객행위는 거의 없다.

향신료수크까지 돌아보고 다시 아브라를 타고 바스타키아로 건너왔다. 


다음 일정으로 주메이라 모스크에 가려고 했는데 그 동안 너무 많이 걸었더니 메트로를 타고 또 한참을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잠깐 고민하다가 택시를 탔는데 택시아저씨가 여간 친절한 게 아니다. 두바이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시더니 우리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으신가보다. 직업이 뭐냐고 해서 회사에 다닌다고 했더니 회사이름이 뭐냐고 물어보신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친구가 삼성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랬더니 엄청 좋은 회사 다닌다며 좋아하신다. 아... 찔린다. ㅎㅎ


두바이 날씨가 좋다고 했더니(사실 덥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전~혀 덥지 않고 정말 딱 좋은 날씨다) 여긴 지금 겨울인데 한국은 겨울이 있냐고, 여기 보다 춥냐고, 설마 눈까지 내리냐고 물어보신다. 당연히 눈이 내리고 엄청 춥다고 했더니 완전 신기해하신다. 한국엔 어느 계절에 가면 좋은지 물어보시더니 몇 월에 가면 좋은지 물어보셨는데 세상에 내 친구 왈 " nine(9) month"  친구도 아차 싶었는지 다시 "september"라고 얘기한다.


순간 기사아저씨도 우리도 완전 빵 터졌다.

참고로 이 곳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영어를 잘 한다. 아랍어와 영어를 공용어처럼 쓰기 때문인가 보다.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를 다닐땐 서로 영어를 잘 못 하니까 몰랐는데 영어권 나라에 오니 나의 영어실력이 얼마나 비루한지 여실히 깨닫게 된다. 이렇게 빵터지는 어록을 남기고 우린 택시에서 내렸다.

주메이라 모스크는 두바이에서 관광객이 들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모스크인데, 가보니 뭔가 분위기가 쎄하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오전 10시에 딱 한 번 75분간 체험을 할 수 있나보다.  이런... 여기 오려고 비싼 택시도 타고 스카프도 따로 챙겨왔건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온 우리 잘못이지뭐.


원래는 주메이라 비치까지 갔다가 가려 했으나 발이 너~무 아파서 그냥 두바이몰로 바로 가기로 했다. 여기선 메트로역도 없고 일단 버스를 타고 나가서 메트로역까지 가서 갈아타야 한다는 말에 또 다시 택시의 유혹이 시작된다. 이래서 앉으면 눕고 싶어진다는 말이 생겼나보다. 결국 우린 유혹을 뿌리치지 못 하고 택시를 탔다. 두바이는 경찰차도 슈퍼카라고 하기에 택시를 타고 도로의 차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는데 두바이에 널렸다던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주로 도요타, 닛산 같은 일본차들이 많고 심지어 현대차도 종종 눈에 띈다. 두바이라고 다 비싼차만 있는 건 아닌가보다.


두바이몰 가까이 가니 차량 정체도 심해진다. 그래도 에미레이츠몰과 달리 여긴 사람들을 위한 커다란 정문이 있다. 두바이몰에 들어서니 정말 사람들이 엄청나다. 단체로 온 관광객도 많고 이 넓은 두바이몰을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으니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에미레이츠몰에 스키장이 있다면 여긴 아이스링크와 대형 아쿠아리움이 있다.

다 돌아볼 수 조차 없는 몰 안을 조금 둘러보다가 분수쇼가 잘 보이는 식당을 찾아보았다. 웬만한 곳은 자리가 다 찼고 '쿠마르'라는 식당 테라스에 자리가 있는 것 같아 가보니 일식당이다. 두바이까지 와서 팔자에 없는 일식을 먹게 생겼다. 식당 분위기가 뭔가 비밀스럽고 비싸보여 잠깐 망설이다 일단 분수쇼가 보이는 테라스 자리로 갔다. 주문 전에 음료를 뭘로 하겠냐길래 물이랑 콜라를 시키고 메뉴판을 보니 세상에나 물이 29디르함에 작은병콜라가 19디르함. 계산해 보니 물은 대략 만원, 콜라는 6천원이나 한다. 우리가 시킨 캘리포니아 롤이랑 와규 타다키도 100디르함 정도씩 했으니까 다 합치면 8만원 정도... 롤이라고 해야 1인분에 6조각, 8조각씩 나왔으니까 한 조각에 대략 4천원이다. 양도 적은데 정말 엄청 비싸다. 그래도 어쩌랴. 추운데 서서 떨지 않고 보려면 이 정도 돈은 내야지. 결국 분수쇼는 8만원 짜리였던거다.

분수쇼는 6시부터 시작해서 9시까지 하는데 계속 하는게 아니라 30분 간격으로 감질나게 한 곡씩 펼쳐진다. 시작이라 그런지 6시 분수쇼는 뭔가 약하다. 엑스포 분수쇼를 좀 크게 만든 것 같은 느낌?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쇼가 더 화려해지는 것 같다. 부르즈 할리파와 고층 빌딩숲의 조명과 어우러져 화려하고 아름답긴 하다. 그런나의 기대가 커서인지 아님 내가 이청하처럼 여배우가 아니라 감수성이 메말라서 그런지 눈물이 나오진 않았다. 분수쇼를 끝까지 보지 못 하고 가는 게 아쉬웠지만 식당에 몇 시간씩 앉아 있기가 눈치가 보여 우린 8시 분수쇼까지 보고 다시 두바이몰의 수많은 인파 헤치며 호텔로 향했다. 분수쇼도 장관이지만 분수쇼를 찍는 수 많은 사람들의 휴대폰도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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