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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허법인BLT Mar 03. 2021

디자인권 등록은 쓸모 없다는 말

사실, 특허보다 효과가 좋은 '디자인권'



“어차피 등록이 되어도 타 업체가 조금만 바꿔서 사용하면 권리 주장을 할 수 없지 않나요?”


“특허로 등록이 된다면 디자인 출원은 진행하지 않을게요”


디자인권은 물품 외관의 심미감을 보호하는 권리이다. 등록된 디자인은 동일·유사 범위까지 독점사용권이 인정되며 존속기간은 특허권과 동일한 20년이다. 특허권은 기술적 발명에 대해 보호해 주는 권리이며 디자인권은 물품 외관에 대해 보호해 주는 권리로서 보호 대상에 차이가 있다. 특허는 눈에 보이지 것을,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것을 보호해 준다.


애플-삼성 간 특허 분쟁에서 애플이 초반에 강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권 때문이었다. 삼성은 많은 특허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에플의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받았던 것은 ‘눈에 보이는 디자인권’을 가진 애플의 공격 때문이었다. 


특허와 상표는 자기 권리의 동일성 범위까지 독점권이 인정되는 반면에 디자인은 자기 권리의 동일·유사범위까지 권리범위가 인정된다. 권리범위 측면에서 디자인권이 가장 넓게 인정된다.

[출처- 특허청 지식재산통계연보]


애플-삼성 간 특허 분쟁이 있었던 2014년을 기점으로 디자인 출원 건수가 증가하였고 그 이후 현재까지도 특허나 상표의 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권리라는 오해가 어느 정도 해소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조금만 바꾼 디자인에 대해서는 권리 주장이 어려운 권리이다, 라고 간혹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최근 10년간의 특허/상표/디자인 출원 등록건수 통계표이다.


[출처: 특허청 지식재산통계연보]


디자인권은 상표나 특허와 같이 특허청 전문 심사관의 심사를 거쳐 등록되는 권리라는 점은 갖지만 특허/상표보다 등록률이 2-3배는 높다. 특허와 디자인의 주요 등록요건 3개는 다음과 같이 대비된다.                    


[표: 디자인 특허 등록요건 대비]


특허 심사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거절이유는 ‘진보성’이다. 특허는 기술 분야를 특정하여 선행조사를 함으로서 비교적 선행 기술과 출원 특허 간의 진보성 판단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과거 기술로부터 진보성이 흠결된다면 특허 등록이 어렵다.


디자인은 어떨까? 특허의 ‘진보성’과 대비되는 디자인의 ‘창작성’ 역시 디자인 심사과정에서 빈번히 나오는 거절이유일까?


종래 디자인으로부터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느냐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여서 심사 과정에서 이를 부정하여 거절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따라서 디자인은 창작성은 특허의 진보성에 비해 비교적 관대하게 인정되어 등록률이 높을 수 있다.


등록률이 이와 같이 높다 보니, 실제 분쟁이 일어났을 때 법원에서 디자인 창작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창작성이 흠결되어 거절되어야 할 디자인이 등록된 경우에 권리범위의 인정이 부정되거나 극히 제한적이라고 해석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창작성은 디자인이 단순하다고 하여 부정되는 것이 아니고 그 분야에서 새로운 디자인이라면 디자인이 단순하여도 창작성은 인정된다.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 개편 당시 초록색 버튼 ‘그린닷’을 선보였고, 신세계의 쇼핑앱 ‘쓱닷컴(SSG.COM)’이 그린닷 디자인을 표절했음을 주장하였다. 


그린닷을 누르면 여러 메뉴가 원형 시계형태로 펼쳐서 한눈에 보기 쉽고 세부 항목도 바깥 원형으로 표시되어 시각적 기능적으로 좋은 배치구도이다. 쓱닷컴도 앱 첫 화면의 가운데 하단에 동그란 점을 클릭하면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칸이 나타내며 첫 번째 칸에는 연계 사이트가, 두 번째 사이트는 세부 브랜드가 소개되었다.


-왼쪽부터 네이버 앱, 신세계 쓱닷컴(SSG.COM) 앱, 각 앱 캡처


네이버에서는 “쓱닷컴이 네이버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표절하였고, 이 디자인은 등록디자인권으로 법률 조치 등 대응 방법을 고려 중”이라 하였고, 신세계에서는 “휠과 반원 형태의 판에 콘텐츠가 있는 UI는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반박하였다.

현재는 네이버만 그린닷 UI를 사용 중에 있고 신세계에서는 해당 UI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흔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이라 막연히 생각되는 것이라도 그 디자인이 등록되어 권리증을 가진 사람은 거래시장에서 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네이버 그린닷 등록디자인 (등록 제30-1002430호) 도면


다음은 ‘엘 엔피코스메틱’의 메디힐 마스크 팩(이하 L사 디자인)과 ‘산성앨엔에스사’의  리더스 마스크팩(이하 S사 디자인) 의 디자인 분쟁 사례이다.


-왼쪽부터 엘 엔피코스메틱사와 산성앨엔에스사의 마스크팩


L사 디자인이 먼저 등록이 되고 S사 디자인이 후 등록되었던 사안에서 L사는 S사의 등록디자인이 자사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무효 심판을 청구하였고, S사는 해당 물품의 특성 상 유사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반박하며 두 디자인은 유사하지도 않고 L사 디자인으로부터 용이 창작한 디자인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허심판원은 마스크팩 포장용 파우치에 표현된 주사기의 형상과 기울기, 상단부의 타원형 및 좌·우측의 홈 유무, 내부 디자인 등의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쉽게 취할 수 있는 변형이며,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심미감(형태, 주사기 유무, 내부디자인)이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S사의 등록디자인은 무효라고 심결하였다.  L사의 주사기 컨셉 마스크팩의 디자인권 권리범위가 넓게 인정받은 케이스이다.

억스코리아사의 아이링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안에서 대법원은 링의 하부에 직선부분을 형성하는 것은 등록디자인의 출원 전에 그 디자인 분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하부에 직선부분을 형성하는 것이 그 디자인 분야에서 흔한 창작수법이나 표현방법이라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신규성은 물론 창작성이 있다고 보아 디자인권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대법원2016다219150)

-억스코리아 아이링


이처럼, 비교적 단순한 디자인으로 보여도 해당 물품의 거래사회에서 신규한 것이라면 창작성이 부인되지 않으며 등록 후 강한 권리, 즉 유사범위가 넓은 권리를 가질 수 있다.


2021년부터 디자인 일부심사 품목이 종래 제2류(의류 및 패션 잡화용품), 제5류(섬유제품, 인조 및 천연시트 직물류), 제19류(문방구, 사무용품)의 로카르노 기준 3개 분류에서 제1류(식품), 제3류(가방), 제9류(포장용기), 제11류(보석, 장신구)의 4개 분류가 증가하여 확대 됨에 따라 디자인 등록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매우 단축되었으며 등록률도 상승할 것이라 예상한다. 이에 디자인 출원 건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심사란 심사 단계에서 신규성, 창작성 심사를 하지 않고 등록을 허여해 주는 제도로 유행 사이클이 짧은 물품을 조기 등록시켜주어 디자인권에 기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리하자면, 신규한 디자인을 창작했다면 공개 전에 출원하여 등록을 받는 것이 좋다. 내가 등록하지 않은 디자인을 경쟁사에서 먼저 등록하여 역으로 침해 주장에 몰리거나 모방품에 대한 제재가 불가한 상황에 처하는 것 보다는 분쟁에서 유효한 권리가 될지 추후 판단 받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법적으로 인정받는 권리자가 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디자인권 등록은 쓸모 없다는 말, 사실이 아니다. (끝)


필자소개

노지혜 BLT 파트너 변리사는 국내외 대기업 상표 및 디자인의 국내 및 해외 출원 업무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상표 및 디자인 분쟁 관련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소기업의 상표, 디자인 출원 업무 및 관련 컨설팅 업무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특허법인 B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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