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특허법인BLT Aug 25. 2021

체외진단, 어디까지 왔나 - 스마트워치로 혈당 측정까지


코로나 19가 체외진단기기 산업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체외진단기기의 급성장으로 2020년 국내 의료기기 생산 규모는 전년대비 약 40% 성장을 기록했다. 2020년에 이어 2021년도 체외진단 의료기기 시장의 중요한 한 해가 되어 가고 있다. 신속 항원 진단 키트의 매출에 힘입어 코스피에 상장한 회사가 생겨났고,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분자 진단이 일반인들에게도 일상의 용어가 되어버렸다. 


체외 진단 자체가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인체를 진단하는 방식은 크게 MRI나 내시경과 같이 몸 속을 들여다보고 진단하는 체내 진단(In-vivo Diagnostics)과 인체로부터 채취한 혈액, 소변, 침 등을 검사하는 체외 진단(In-vitro Diagnostics)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체외진단 의료기기법은 체외진단 의료기기를 “사람이나 동물로부터 유래하는 검체를 체외에서 검사하기 위하여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시약, 대조·보정 물질, 기구·기계·장치, 소프트웨어 등 의료기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형태는 시약부터 기계, 장치, SW까지 다양하다. 검체로는 “조직·세포·혈액·체액·소변·분변 등과 이들로부터 분리된 혈청, 혈장, 염색체, DNA, RNA, 단백질 등”이 가능하다.


체외진단 의료기기를 특징과 진단 가능 질병에 따라 분류하고 시장 규모 순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성장률로 보면 코로나 19의 진단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는 분자진단 기술이나 현장진단(POCT) 기술이 가장 높지만, 자가 혈당 측정 기술이 시장 규모 면에서는 2순위에 해당한다. 당뇨가 현대인의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까닭이다.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기술적 분류, 출처: 체외 진단기기 시장 동향(2016))



혈당 측정의 대표적인 방식은 전기화학적 방식으로 포도당 산화효소(glucose oxidase, GOD)를 사용한다. 혈액 내 포도당이 포도당 산화효소와 반응하면서 과산화수소(H2O2)가 발생되고, 과산화수소가 산소(O2)로 바뀌면서 내놓는 전자(전류)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게 된다. 전류를 측정하지 않고, 스트립을 이용하여 과산화수소의 산화환원 반응에 의한 발색을 측정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전기화학적 방식의 혈당 측정 원리)



혈당 측정 방식은 검체, 침습인지 비침습인지, 연속적으로 측정 가능한지 등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다.


첫번째로 기본적인 자가혈당 측정기는 침습법을 사용하는데, 침습법은 손가락 끝 또는 대체 부위로부터 란셋(lancet, 채혈침)으로 전혈을 채취하여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대표 제품은 로슈의 ‘아큐-첵(Accu-Chek)’이다. 침습법의 혈당 측정 정확도가 확보된 현재는 채혈의 고통을 줄이고 사용 편의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아큐-첵 혈당측정기는 특허받은 ‘클릭스모션’ 기술을 통해서 순간적인 채혈 방식과 흔들림 없는 채혈로 통증을 줄여준다.


클릭스모션 기술은 란셋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제어하여, 란셋의 진동이나 떨림을 줄여, 피부와 신경 말단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클릭스모션 기술, 출처: 아큐-첵 제품 소개 페이지)



로슈는 홈페이지(https://diagnostics.roche.com/us/en/about-us/patents.html)에서 각 진단 기기별 보유 특허를 소개하고 있는데, 채혈 시스템(lancing systems)과 관련하여 소개한 특허들을 보면, 드라이브 로터와 드라이브 스프링을 이용하여 란셋의 수평 이동을 생성하는 메커니즘, 빠른 스피드로 란셋이 움직이도록 하면서 동시에 상대적인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한 트랙 컨트롤 메커니즘 등을 다루고 있다. 




(드라이브 로터와 드라이브 스프링의 구조, 출처: 로슈 채혈 시스템 특허)




두번째로 연속 혈당 측정 시스템(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System, CGMS)은 혈당 측정 센서를 피부에 부착하여 연속적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CGMS를 사용하면, 매번 채혈로 인한 통증과 번거로움에서 해방되어 혈중(또는 간질액) 포도당을 연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또한, 하루 동안의 혈당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저혈당과 고혈당의 이상 증세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팬데믹 시대에 환자와 의료진 간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도 유용하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CGMS 중 가장 오래 사용되어온 제품으로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bre)’가 있다.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500원 짜리 동전 크기만한 센서를 팔의 뒷부분에 고정하여 최대 14일 동안 연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손가락 끝의 모세혈이 아닌 팔의 뒷부분 피하지방의 간질액을 검체로 하여 혈당을 측정한다. 간질액(interstitial fluid, ISF)은 혈관 밖에서 세포와 세포 사이의  체액을 이루는 액체를 말한다. 프리스타일 리브레의 경우 휴대용 리더기로 센서를 스캔하여 실시간 혈당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애보트는 아이폰과 호환되는 모바일 앱도 지원하고 있다.



(프리스타일 리브레 적용 방법, 출처: 프리스타일 리브레 제품 가이드)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고정하기 위해서는 어플리케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센서의 바닥면에는 짧은 바늘(5.5mm의 필라멘트)이 있기 때문에,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플리케이터를 이용하여 센서를 들어올린 후 팔의 뒷부분에 어플리케이터를 두고 가압하여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침습 방식의 CGMS는 주기적인 관리나 교체가 필요한 단점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고 개선한 비침습 방식의 CGMS가 개발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비침습형 제품은 손목시계 형태의 ‘글루코와치(GlucoWatch)’로 FDA의 승인을 받아 상용화된 적이 있다. 역이온 삼투요법(Reverse Iontophoresis)을 이용하는 글루코와치는 두 개의 전극을 피부와 접촉시키고 전류를 흘려주어 피부 아래의 나트륨 이온 및 염소 이온의 이동으로 만들어지는 유동으로 함께 운반되는 포도당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포도당의 농도를 측정하는 데에는 앞서 설명한 효소 기반의 센서가 사용된다. 전기 자극에 의한 피부 자극과 안정성의 문제로 판매가 중단되었다.



(글루코와치의 작동 원리, 출처: 글루코와치 제조사)



인테그리티의 ‘글루코트랙(GlucoTrack)’은 귓불 센서를 사용한다. 클립형 센서를 귓불에 물려두고 메인 유닛을 동작시키면 1분 내에 혈당이 측정된다. 초음파(ultrasound), 열(thermal) 및 전자기 감지(electromagnetic sensing) 기술을 통합하여 피부로부터 혈당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란셋, 스트립, 패치형 센서 등 소모품이 필요 없어 관리 비용이 절감되는 이점이 있다. 



(글루코트랙 사용 이미지, 출처: 글루코트랙 제품 페이지)



눈물, 땀, 소변 등의 체액을 이용하여 혈당을 측정하는 제품들도 있다.


콘택트렌즈를 이용한 혈당 측정은 구글의 포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연구 개발되고 있다. 눈물에는 포도당이 포함되어 있는데, 눈물 중 포도당 농도를 혈중 포도당 농도로 변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센서, 안테나, 컨트롤러 등의 전자 회로를 안구에 장착하는 것의 안전성을 떠나서, 농도와 시간의 정확도 문제가 먼저 제기된다. 간질액을 통해서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 측정 시스템의 경우 포도당이 혈액으로부터 간질액으로 이동하는데 따른 지연 시간이 존재한다. 눈물 중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는 경우에도 생리적 지연 시간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급격한 혈당 변화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교란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이므로, 지연 시간은 혈당 측정에 있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식약처는 혈당 측정용 콘택트렌즈 개발에 대비하여 스마트 콘택트 렌즈의 허가·심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혈당 측정의 원리 외에도 눈물의 포도당 농도와 혈액 중의 포도당 농도의 변화가 동일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나타날 수 있는 생리학적 지연 시간, 센서의 포도당 농도 측정 및 연산에 소요되는 시간 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혈당 측정의 처리 지연 시간 등에 대해서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구글의 스마트 콘택트렌즈, 출처: 구글)



2022년 하반기에 출시될 애플워치8에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서류를 참고하면, 애플의 협력사인 록클리 포토닉스가 개발 중인 혈당 측정 센서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록클리 포토닉스가 개발 중인 혈당 센서는 적외선 분광법(Infrared Spectroscopy)을 사용한다. 한편, 애플의 공개된 특허는 테라헤르츠 분광법(Terahertz Spectroscopy)을 이용한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을 다루고 있다. 테라헤르츠는 직진성과 투과성을 가진 전자기파이다. 혈당 측정 센서가 테라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전자기파를 특정 객체를 향해 방출하고, 객체로부터 반사되어 수신된 전자기파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형태이다.


(록클리 포토닉스의 센서 시스템, 출처: 록클리 포토닉스)


(애플의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 특허, 출처: 미국 특허청)



삼성전자에서도 차기 스마트워치에 혈당 측정 기능을 포함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참고하면, 레이저를 이용하여 혈당을 측정하는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방식은 MIT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레이저 빛이 특정 물질에 조사돼 산란할 때 물질 분자의 고유 진동에 의해 산란된 빛의 파장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비접촉 사축(non-contact off-axis) 라만 시스템’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비스듬하게 기울인 빛을 피부 아래에 도달시켜 혈당에 부딪힌 빛이 산란할 때 발생하는 스펙트럼을 측정한다. 

(비접촉 사축 라만 시스템의 여기 및 수집 구성, 출처: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자가 혈당 측정기의 경우 ISO15197:2013의 국제 규격을 준수해야 한다. 저혈당은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 인자이므로 국제 규격은 매우 높은 안정성과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 혈당 측정 기능을 갖춘 스마트 워치를 비롯하여 비침습 혈당 측정을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 시도들도 이러한 요구사항을 만족해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소개

김성현 파트너 변리사는 한양대 정보통신학부와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기술가치평가사, 기술거래사 및 VC전문인력 자격을 함께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사업화, 투자 및 IPO에 관심이 많습니다. ICT 전공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IoT,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등과 지능형 반도체, 체외진단기기와 같은 융복합 기술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허법인 BLT

누군가는 특허를 만들 때, BLT는 당신의 사업의 성공을 만들어 냅니다. The Only Firm for Your Success!!


https://blt.kr/news/?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7632302&t=board&category=KQ666QX0t1

작가의 이전글 브랜딩 좀 하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