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랄 망(望), 망할 망(亡) 그리고 잊을 망(忘)
"아무렇지 않은 척, 미련따위 없는 척, 전부 잊어버린 척. 언제부터였더라, 그 망(望)이 망(亡)으로 변했던 게."
어느 웹툰의 대사 중에서
나는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좋아한다. 그 속에서 나는 행복을 그리고, 희망(望)을 품는다. 누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관계를 시작한다. 관계 속에서 피어날 행복에 대한 '망(望)', 그것이 이어져 웃음으로 가득할 미래에 대한 '망(望)'.
하지만 그 모든 바람(望)이 망(亡)가지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다. 상대의 단점이 눈에 띄고, 피로감을 느끼며,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하는 순간.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필연일지도 모른다.
희망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기대가 무너진(亡) 바로 그 순간, 관계를 채우던 설렘은 미움과 원망으로 변모한다. 원망은 서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되어 우리를 찌른다.
그리고 그 원망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우리는 결국 관계를 끊어낸다. 처음 품었던 희망은 까맣게 잊은 채, 파국(亡)으로 휘감기는 것 또한 순식간이다. 관계를 끊어내더라도 그 속에 원망이 가득하다면, 그 시간은 결코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단절 이후, 우리는 이제 '망한 것(亡)'에 대하여 '망(忘, 잊음)'하기 시작한다. 원망은 지워버리고, 새로운 추억을 찾아 또 다른 관계를 향해 나를 채운다. 바라고(望), 망가지고(亡), 잊어버리는(忘). 이것이 반복되는 '망망망'의 굴레가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잊어버리는 망(忘)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앎'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연인이나 친구에 대한 앎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앎이다.
관계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그 끝이 어떠했는지 스스로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의 관계는(상대가 악의로 가득 차 있어 끊어낼 수밖에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한 사람의 잘못만으로 끊어지지 않는다. 오해가 쌓이고 미움이 겹쳐 만들어진 악감정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린다.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바람(望)이 절망(亡)이 되고, 그 상처를 그저 잊으려(망, 忘)만 할 때, 우리는 상황을 회피하는 비겁자가 되기 쉽다.
그러니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 도대체 어째서 그 일이 벌어졌는지, 왜 나는 악한 감정을 느꼈는지 집요하게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한없이 부족하기에 실수하고, 후회하고, 낙심한다. 그렇기에 자신을 성찰하고, 나의 부족함을 파악하고,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나의 관계 맺는 방식을 해부해야 한다.
나의 간절했던 바람(望)이 무너졌다(亡) 해서, 그 배움조차 의미 없이 잊히지(忘) 않도록 말이다.
이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임을 안다. 그럼에도 관계의 끈을 조금이라도 이어가고 싶다면, 그리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우리는 '잊음(망)'에서 멈추지 않아야 함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