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내 이름을 찾아서
데일리 아침방송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일자리가 자주 올라오는 편이다. 사람을 자주 구하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작가들이 한 번쯤 경험하는 것 같다. 2014년의 나 역시 그랬다. 내가 했던 아침방송은 2022년인 지금까지도 아침 방송계를 주름잡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작가는 4명이 한 팀으로 구성됐으며 요일마다 방송을 담당하는 제작사가 달랐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나영석 PD가 만들었고 화요일은 김태호 PD가 만들어 방송했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의 안방극장을 꽉 채웠다. 제작사마다 선호하는 게스트도 다르고 다루는 아이템의 주제도 달랐다. A회사가 건강 아이템을 전문으로 다룬다면 B회사는 여행지를 소개하고 C회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주로 방송했다.
내가 일했던 팀은 주로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소개했다. 그래서 2014년의 나는 한국에 없는 바다포도를 구하고 서울에 없는 하수오를 고속버스 택배로 받았으며 한여름에 없는 생딸기를 구하는 일상을 살았다.
아침방송 특유의 PPL도 녹여야 했다. 티가 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PPL은 방송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 부족한 제작비에 보태 섭외를 하기도 하고 소품을 좀 더 퀄리티 있는 걸 준비하기도 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PPL은 고추였다. 제철 고추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고추를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했다. 문제는 출연자가 위암 병력이 있었다는데 있다. 고추가 발암 과정을 막는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번은 후배 작가가 연예인에게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난 적 있었다. 호칭 때문이었다. 보통 연하인 연예인에겐 ‘누구 씨’라고 부르고 연상인 여자 연예인에겐 ‘언니’라고 불렀다. 종종 ‘선배님’이나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원로가 아닌 이상에야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부담스러워했다.
한 후배는 내가 연예인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본인도 연예인들에게 ‘선배님’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날도 녹화가 끝나고 연예인 ㅊ씨에게 배웅을 하며 “선배님. 안녕히 가세요.” 뭐 이런 상황이었다. 그랬더니 후배 작가에게 네가 내 후배냐며 화를 낸 거다. 아니 방송계 후배, 인생의 후배를 얘기하는 걸 수도 있지, 그게 화를 낼 일인가? 그는 그 문제로 후배에게 화를 잔뜩 내곤 집으로 돌아갔다. 후배 작가는 자신이 뭔가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며 많이 울었다. 이후에 연예인 관리 차원에서 메인작가가 해당 연예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별거 아니라며 통화했단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호칭은 핑계였던 것 같다. 자기는 연예인인데 메인 작가나 PD는 눈에 띄지도 않고,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막내에게 화풀이를 한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이젠 TV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후배 작가는 그보다 더 잘 됐고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다. 인생은 알 수 없다.
그때의 우리는 오늘만 살았다. 마치 하루살이 같았다. 지금은 모두 추억이 되었지만 그땐 그 모든 게 힘들었다. 그때는 이유 없이 자주 아팠다. 차라리 많이 아파서 그만둘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일이 무척 고픈 상황이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해도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일하진 못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