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는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

잃어버린 내 이름을 찾아서

by 멍든새

한때 스스로의 직업을 말하기 부끄러운 때가 있었다. 종편 채널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할 때였다. 화제의 연예인들에 대한 논란을 추억으로 포장한 방송이었는데 연예인 당사자에겐 상처를 들쑤시는 일이었기에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시청률은 잘 나왔다. 광고가 점점 늘었고 방송 시간도 길어졌다. 제작진들은 그만큼 고생했다. 옛날 인물들을 다룰 때에는 오래된 기사들을 찾기 위해 도서관의 신문 자료들을 뒤졌고 요즘 인물들을 다룰 때에는 항의 전화를 받는 일이 빈번했다.

방송을 준비하며 연예인 ㅅ씨, ㅂ씨, 전 국회의원 ㅊ씨, 가수 ㅈ씨의 매니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할 위기도 처했다. 누군가는 상처받는 프로그램을 꼭 만들어야 했냐고 묻는다면 수요가 있으니까 했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 되니까 했다. 인기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좋아해서 했고 싫어하는 연예인은 사람들이 욕하는 재미로 했다.

한때는 최고 시청률을 찍고 인센티브도 받았지만 결국 윗선의 결정대로 폐지되었다. 내가 하던 프로그램은 폐지되었지만 비슷한 아류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겼다. 또 종편채널에서는 소위 ‘아이템’으로 이야기됐던 사람들을 MC로 내세운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간혹 ‘이런’ 프로그램은 돈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돈을 많이 받은 건 아니고 정기적으로 방송되는 레귤러 프로그램이었기에 돈이 조금 모였다. 이때쯤 5년차 작가가 되었으니 작가료는 대략 회당 50만 원을 받았다. 결방이 없다는 전제 하에 월급이 200만 원인 셈이다. 한때 나를 먹여 살린 프로그램이었다. 스스로를 작가라고 소개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저 월세를 밀리지 않고 적금도 들 수 있는 수입이 있다는 게 좋았다.

후배들이 거취에 대해 고민할 때 셋 중 하나는 충족되는 걸 하라고 조언했다. 그 세 가지는 사람, 돈, 경력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거나, 통장에 여유가 있을 정도로 돈을 벌 수 있거나, 누가 말해도 알만한 유명 프로그램을 하거나 보통 셋 중 하나는 남는다고 생각했다. 그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제 와서 보니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내 코가 석자인데 나나 잘할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