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내 이름을 찾아서
나는 9년간 방송작가로 일했고 일을 쉰 지 3년 정도 되었다. 경력이 단절된 이유는 임신, 출산, 육아 때문이다. 이젠 일을 한 날보다 일하지 않은 날이 더 길어지고 후배들은 더 이상 후배가 아니게 되었다. 방송국은 언제나 사람이 부족해 일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이젠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어졌다.
누군가 일을 다시 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대답하기 힘들다. 함께 일하자고 제안받아도 거절할 수밖에 없다. 마음은 때때로 바뀌지만 아직까진 일보다 육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로또가 당첨되더라도 일을 하고 싶은 워커홀릭이었다.
지금은 일 때문에 아이와 함께할 시간, 유대감, 나에 대한 신뢰와 애정 등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과거에 너무 열정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 건지도 모른다.
제일 좋은 건 부모가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뜻 일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만약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일할 수 있다면 기꺼이 다시 일을 할 것이다. 그게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방송작가는 다시 못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고 재밌는 것들을 함께 하고 싶다. 그런 이유로 나는 3년째 복직을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아이가 태어난 지 생후 100일만 되면 다시 방송작가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과거 어떤 작가님께서 딸이 태어난 지 100일이 되었다며 직접 떡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엄청난 분이셨고 대단한 결정이었다. 다시 복직한다는 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다만 나와는 다른 결정을 한 것뿐이다. 그리고 결정은 언제나 바뀔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