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25
취미로 학원에서 요리를 배우는 중이다. 자격증과 관계없이 취미로 배우는 거라 생활요리 수업이라 부른다. 수강생은 남녀노소 젊은 학생부터 주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신청해서 어느덧 네 번의 수업을 들었고 추석 연휴를 포함해 한 달이 넘었다. 지금까지 한 수업 당 두 가지씩 메뉴를 배워서 어느덧 여덟 개의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누어준 레시피가 없으면 만들 수 없다.
처음 요리를 배우게 된 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당시 열정적으로 다이어트 브이로그를 시작했는데 지인이 요리를 배우길 추천했고 때마침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데 회의감이 들던 찰나였다. 언젠가 부모님의 전원주택을 물려받았을 때에 스스로 텃밭을 가꾸며 의식주를 해결해야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었고 나를 포함해서 남편, 아이까지 편식이 심했기 때문에 채소를 맛있게 요리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요리학원을 알아보게 되었다.
원래 내일 배움 카드를 이용해 저렴하게 수업을 들으려고 했는데 자격증반이 아니면 지원받기 어렵다고 해서 100% 내 돈 내산 (정확하게 남편 돈으로 내가 산)으로 배우게 되었다. 수업은 자격증 수업과 달리 원데이 클래스처럼 진행되어 원하는 메뉴로만 신청해서 들을 수 있었다.
처음 신청한 메뉴는 고등어 무조림과 두부 강정이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 수업에서는 고등어를 손질하는 방법과 두부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결과물을 보니 그럴싸해서 더 만족스러웠다. 수업에서 만든 요리는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 중이던 동생에게 갖다 주었다.
때마침 고등어, 무, 두부가 냉장고에 있어서 집에서 다시 만들었다. 고등어 무조림은 실패했고 두부 강정은 대성공이었다. 오랜만에 배달 음식이 아니라 직접 만든 요리로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식사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그 밖에도 어향 육사 덮밥, 게살수프, 마늘종 파스타, 감바스 샐러드 등의 요리방법을 배웠다.
어제는 통마늘 관자 볶음과 중국식 냉면을 배우는 날이었다. 평소 고명이 많이 올라간 중국식 냉면을 좋아했고 조개관자 요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신청했다. 중국 요리는 간이 세고 기름져서 느끼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내가 요리하기 나름이었다. 많은 이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자극적인 배달음식과 달리 직접 만든 음식은 내 취향에 맞춰 요리하며 결과물이 달라졌다. 속까지 골고루 익힌 통마늘을 입에 넣었을 때 ‘마늘이 이렇게 맛있었나?’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마늘은, 마늘이 아닌 느낌이었다. 마치 교실 한 구석에서 NPC 캐릭터처럼 조용히 있던 친구가 알고 보니 놀라운 재능의 능력자라는 것을 알게 된 느낌이었다.
이렇듯 요리를 배우는 건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운동이나 글을 쓰는 것처럼, 충분히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들여 배워야 되나 회의감을 갖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준 것 같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덕분에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는 기쁨도 느꼈다. 앞으로 또 어떤 요리를 배워서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