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 시네마. 코믹=월드
생각해 보면 그때였다. 내 기억 속에 청바지를 보고 '패션(fashion)'이란 단어의 의미와 스펠링조차 모르던 초등학생 시절 본능적으로 "저건 패션이다!"라고 느꼈던 사건. 당시 인기 절정 홍콩스타 유덕화의 청청 패션을 흉내 냈던 터울 차이가 큰 사촌 오빠를 보면서였다. 1년에 두 번 명절에만 만났던 큰오빠는 어느 날 하얀색 터틀넥에 중청의 청남방과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그 시기가 만두 빚을 때인지 송편 만들 때인지는 가물가물해도 그의 빛나던 옷차림은 방에 붙어 있었던 영화 <천장지구>의 포스터와 함께 소녀의 가슴에 강렬한 이미지로 남았다.
성년이 되어 직접 일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살 수 있게 된 시점에 나는 디자인보다는 오래 튼튼하게 입을 수 있는 가성비를 만족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이후 의류 매장의 직원으로 일하며 옷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전공한 패션디자인은 나를 청바지 만드는 곳에 데려다 놓았다. 청바지를 만드는 원단인 데님(Denim)은 목화를 원료로 만든 면직물로 여기에 인디고(Indigo)라는 특수한 염료가 들어가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청바지를 제작하는 일원으로 알게 된 데님의 다채로운 물성은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아 그와 연계된 문화에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영화와 만화. 언젠가부터 그 이야기 속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에는 뭔가 남다른 의미가 숨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러다 만난 나의 특별한 옷 청바지가 대중문화 안에 이미 오래전부터 깊숙이 파고들어 사랑받고 있었다는 깨달음은 무수히 많은 작품에 담긴 데님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내 시선이 머문 곳은 서로가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모아보니 사랑하는 세상이 펼쳐진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연결점으로 가슴 안에 빛나는 작품을 리뷰한다.
데님(Denim). 시네마(Cinema). 코믹(Comic)= 월드(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