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OOKUP] 나만의 고유한 의미를 찾아서
/* 인생의 시트에 미리 걸어보고 싶은 수식 */
월요일 아침 회의실.
프로젝터 화면에는 매출 데이터가 빼곡히 들어찬 엑셀 파일이 띄워져 있다.
부장님이 한 줄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항목은 달성률이 왜 이렇게 낮지? 이 달 목표가 얼마야?"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는 작년 자료를 뒤적였고, 누군가는 윈도 탐색기 폴더를 뒤지고 있다.
나는 조용히 엑셀 시트 한쪽에 있던 평가 항목 옆에 커서를 두고 수식 하나를 입력했다.
=vlookup(A12, 항목별목표, 2, FALSE)
엔터를 누르자 이달 목표가 바로 나타났다.
"아, 이거 이번에 기획부에서 일방적으로 목표를 두 배로 늘리는 바람에 컴플레인 하고 조정 중인 항목입니다."
회의실의 공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직장인에게 엑셀에서 가장 소중한 함수를 꼽으라면, VLOOKUP을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순간 때문일 것입니다. 방대한 데이터의 바닷속에서 내가 원하는 '기준값'을 찾아 그에 맞는 '정보'를 콕 집어내 주는 이 신박한 기능은 차가운 격자무늬 시트에 생명력을 불어넣곤 하죠.
이 함수의 문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VLOOKUP(무엇을 찾을까, 어디서 찾을까, 몇 번째 정보를 가져올까)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우리는 엑셀 창 밖에서도 이미 수많은 VLOOKUP을 실행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점심시간, 식당 메뉴판 앞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인 연산에 들어갑니다. '메뉴판'이라는 데이터 시트에서 '김치찌개'라는 기준값을 찾고, 그 행의 끝에 걸려 있는 '8,000원'이라는 가격 정보를 매칭하여 주문서를 완성하죠.
=VLOOKUP(김치찌개, 메뉴판, 8,000원)
도서관에서도 이 함수의 문법은 유효합니다. 머릿속에 든 '도서명'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시스템은 방대한 도서 목록 DB를 훑어 '종합자료실 476.01'이라는 정확한 서가 좌표를 반환합니다. 책 제목만 알던 막연한 상태가 '정확한 위치'라는 데이터로 치환되는 순간, 엑셀의 로직은 우리 현실에서 완벽하게 구현됩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회사에서 처럼 삶에도 이런 함수를 하나 걸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의 일상은 늘 안개 같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삶이라는 거대한 시트 위에도 이 명쾌한 함수를 걸어보고 싶어 집니다. 지금 잠을 줄여가며 쌓는 이 스펙이 훗날 어떤 보상과 매칭될지, 내가 묵묵히 걷고 있는 이 커리어패스가 직장이라는 행과 열 속에서 결국 어느 위치에 나를 데려다 놓을지. 엑셀처럼 엔터 키 한 번으로 그 결괏값을 미리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속 시원할까요?
=VLOOKUP(나의 노력, 인생의 시트, 성공의 좌표)
하지만 수식을 입력하자마자 결과가 튀어나오는 삶이 정말로 행복할까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가로저어집니다. 인풋(Input)에 따른 아웃풋(Output)을 미리 다 알고 시작하는 게임만큼 지루한 것은 없으니까요.
때로는 정답을 찾지 못해 뜨는 오류값 #N/A(Not Avaliable)가 우리를 당황하게 하지만, 어쩌면 그 공백이야말로 우리가 채워나가야 할 진정한 삶의 영역인지도 모릅니다. 적당한 예측 가능성으로 안심하고, 기분 좋은 불확실성으로 설레는 것. 수식대로만 풀리지 않기에 우리는 오늘이라는 행에서 예상치 못한 행운을 만나기도 합니다. 오늘도 나는 인생이라는 시트 위에 정성껏 데이터를 입력합니다. 비록 당장 결괏값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 수많은 데이터가 쌓여 언젠가 나만의 고유한 의미를 찾아줄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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