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참조가 필요한 '나'

삶의 기준점 잡기

by 초마실

지금 당신 삶의 수식에, 당신이라는 기준점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나요?




"김주임! 어떻게 금년에 신설한 영업점의 유효 고객수가 천만명을 넘을 수 있지? 이게 말이되?"

아침부터 부장님의 불호령이다.

어제 퇴근 무렵 급하게 작성한 엑셀 보고서가 문제였다.

첫 번째 셀에 작성한 수식을 다음 셀에 가볍게(?) 복붙(Ctrl+C 복사, Ctlr+V 붙여 넣기)하면서 참조되는 셀이 바뀐 탓이다.




엑셀에서 수식을 짤 때, 우리는 종종 특정 셀의 값을 붙들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합니다.

보통 =A1+B1 이라고 수식을 쓴 뒤 아래로 복사하면, 엑셀은 친절하게도(?) =A2+B2, =A3+B3 이렇게 수식을 바꿉니다. 참조점이 위치에 따라 변하는 ‘상대참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답이 오직 A1 셀에만 고정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기호 ‘$’입니다. =$A$1+B1 이렇게 달러 표시를 붙이는 순간, 수식을 어디로 복사하든 A1 셀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기준점, 즉 ‘절대참조’가 되는 것이죠.




상대참조로 채워진 ‘의무의 삶’

우리는 하루 중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냅니다. 냉정히 말해 보수를 대가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회사에 파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의 뜨거웠던 사명감은 시간이 갈수록 옅어지고, “주인의식을 가져라”라는 구호 앞에서 내가 결코 이 회사의 주인이 아님을 매일 확인합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어깨는 무거워지는데, 정작 이 거대한 조직의 시트 위에서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과거의 세대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압축 성장의 시대 속에서, 사회가 정해준 수식에 따라 살아온 이들이 있습니다. 부모로서, 혹은 회사의 부속품으로서 외부의 요구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켜야 했던 ‘상대참조’의 삶. 그들은 행복을 늘 미래로 양보하며, 언젠가 나타날 진정한 ‘절대참조’를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은퇴의 문턱에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삶의 기준점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음을 말이죠.




회사라는 시트 위에서 ‘나’를 고정하는 법

내가 회사의 주인이 아닐지라도, 그곳에서 흐르는 시간의 주인은 오직 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 소중한 삶의 시간들을 마냥 회사에 ‘팔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이 고민과 노동이 회사 울타리 밖에서도 나를 지탱해 줄 힘이 될 수 있도록, 일의 방향을 나에게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던 ‘의무의 삶’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금 당장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는 ‘영유하는 삶’의 시대입니다.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우리 삶의 수식에도 반드시 ‘$’ 표시가 필요합니다.




당신은 당신 삶의 ‘절대참조’입니까?

사회가 요구하는 값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삶은 결국 오류값(#VALUE!)을 토해내기 마련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조직의 논리에 따라 변하는 상대참조의 삶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나라는 존재야말로 내 삶의 시트를 지탱해 줄 유일한 절대참조($A$1)입니다. 내가 나로서 굳건히 고정되어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이라는 방대한 데이터 사이에서도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정확한 결괏값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오늘도 모니터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 삶의 수식에, 당신이라는 기준점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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