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IF] 클릭하는 인생에서 수식을 거는 인생으로
/* 인생의 진정성을 구하는 수식 */
엑셀을 처음 접하면 누구나 ‘초짜’ 시절을 겪습니다. 합계를 구하기 위해 마우스로 셀 하나하나를 더듬더듬 클릭하며 =A1+C2+T5... 식을 만들곤 하죠. 그러다 도구 상자 속에서 그리스 문자 ∑(시그마)로 표시된 SUM 함수를 만나는 순간, '어! 이런 게 있었어?!' 신세계를 경험합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 함수 하나로 우리는 비로소 엑셀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SUM(number1, [number2], ...)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SUMIF나 SUMIFS라는 중급 함수의 문법을 마주하게 됩니다. 도움말에 적힌 설명은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명쾌합니다.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값들만 골라 합산하라"는 것이죠. 이 함수들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시작할 때쯤이면, 업무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스스로의 전문성에 어깨가 조금 으쓱해지기도 합니다.
=SUMIF(조건들의 범위, 조건, 합산할 범위)
=SUMIFS(합산할 범위, 조건들의 범위1, 조건1, [조건들의 범위2, 조건2], ...)
10여 년 전만 해도 일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지원자를 검증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프로필을 훑어본다 것이 논란이라는 기사1)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많은 이들은 나이키 NRC 같은 앱을 통해 자신의 운동 기록을 매일 SNS에 자발적으로 공유합니다. 인스타그램의 #100DaysOfPractice 해시태그만 해도 100만 개에 가까운 게시물이 쌓여 있습니다.
송길영은 그의 저서 《그냥 하지 말라》에서 말합니다. 부지런한 지능(AI)에게 노동의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시대에 개인이 생존하려면 창의성과 진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이죠. 여기서 진정성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고 성장의 과정을 채록(採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꾸준한 기록들이 모여 비로소 나라는 사람을 증명하는 강력한 '프로파일'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18세기 산업혁명기, 수공업자들이 대량생산 기계에 일자리를 내어주었던 것처럼, 2016년 알파고의 승리 이후 우리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문명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세상이 급변할수록 누군가는 위기를 겪고, 누군가는 기회를 얻습니다. 이미 우리 삶의 수많은 흔적은 엑셀의 SUM 함수처럼 데이터의 형태로 여기저기 '합산'되어 쌓여가고 있습니다. AI는 이렇게 합산된 데이터를 학습해 나의 취향을 파악하고, 내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를 추천합니다. 내가 남긴 데이터의 합계가 곧 '나'를 정의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더듬더듬 셀을 클릭하며 합계를 구하던 초보의 단계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엑셀과 씨름하며 하루를 보내는 우리 '회사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내 삶에도 정교한 SUMIF를 거는 지혜입니다. 세상이 던져주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나의 성장에 필요한 값들만을 적절히 골라내고 합산하는 능력.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 나의 전문성과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들을 전략적으로 쌓아가는 태도. 급변하는 시대라는 시트 위에서, 여러분은 지금 어떤 수식을 걸어 자신을 합산하고 계신가요? 이제는 단순한 합계(SUM)를 넘어, 나만의 조건(Criteria)이 담긴 단단한 기록의 합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1)https://www.cnbc.com/2012/03/20/jobseekers-get-asked-for-facebook-password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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