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의 잉크 누수현상에 대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압력에 대해'에서
나온 그림을 다시 언급하며 시작하자.
그리고
지상에서 잉크를 채운 만년필을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가정하자.
지상의 압력을 A라고 하자.
잉크저장소 안에는 잉크가 꽉 채워지지 않았고
지상의 압력(A)을 가진 공기가 들어 있다.
그림 1과 그림 2를 번갈아 가며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 이 비행기가 공항을 출발하여 지상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위를 날고 있다고 하자.
비행기가 나는 상공에는 공기가 희박하고
온도도 낮기 때문에 압력이 낮다.
비행기 상공의 압력을 B라고 하자.
(엄밀히 말하면 비행기 실내의 압력은
기압 A와 B의 중간 정도이다.
신체에 크게 부담이 없을 만큼 비행기내에서
압력조절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 귀가 멍해지는 경험을 하듯이
신체는 경미한 압력차를 느낀다.
즉, 압력차는 여전히 비행기 안에 존재한다.)
여기서는 비행기 실내의 압력도 편의 상 B라고 하겠다.
이 상황을 그림 2가 나타내고 있다.
앞의 그림 1과 위의 그림 2를 잘 비교해 보면
잉크가 잉크저장소 공기(압력 A)와 비행기가 나는
상공의 공기(압력 B) 사이를 막는 차단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음과 같다.
하늘 위가 입자 수도 작고 온도도 낮아서 압력이 더 낮다.
즉 A> B.
위의 결론을 조금만 풀어 써 보자.
지상과 하늘 위의 공기의 성분은 같다고 하겠다.
즉, 입자의 종류(수소, 산소, 질소 등의 비율)는 같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압력의 요인으로 입자의 수와
온도의 관점에서 지상(A)과 비행기 주변(B)을 비교해 보자.
우선 공기 입자의 수를 고려해 보자.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중력이 지상보다
약한 상공은 공기가 희박하므로 입자수가 작다.
즉, 비행 기가 떠 있는 상공의 압력이
낮을 요소를 하나 가진 셈이다.
(A > B)
그리고 열을 머금고 있는 지상과 달리 상공의 온도는 낮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프로토타입 아이언맨 슈츠를 입고
높이 날던 주인공이 슈츠가 얼어서 그대로 지상으로 낙하하는 위기를
맞게 되는 장면을 떠올려 보시다.
아무튼 대기의 공기보다 비열이 높은 지상의 온도가
더 높고 이 것은 대기보다 이와 같이 입자 수와 온도는
모두 잉크 저장소 안의 기체(압력 A)가 비행기 밖의
기체(압력 B) 보다 압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A > B)
그렇다면 그림 1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잉크저장소 안의
기체가 잉크(차단막)를 밖으로 밀어내려 할 것이다.
이것이 가끔 듣는 비행기 안 잉크 누수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잘 설계된 피드바는 어느 정도의 압력 변화에 따른
잉크의 이동도 고려한다고 들었다.
잉크저장소를 압박하거나 컨버터를 돌려서 잉크를
밀어내어도 바로 잉크가 나오지 않고
조금 더 눌러야 펜촉에 잉크가 맺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는 피드바에서 잉크를 머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에게 만약 압력변환 장비가 있다면
그 장비 안에 만년필을 넣고
어느 정도의 압력 변화까지 누수를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기록을 명시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수치를 보면
어느 상공 몇 미터 높이까지 이 만년필은 누수가 없다.
라고 매뉴얼에 한 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누수 정도는 잉크저장소의 공기량에 따라 다를 것이다.
팽창이 쉬운 공기의 양이 많을수록 누수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잉크 저장소에 만약 잉크를 꽉 채워서 공기를
없애버리면 위와 같은 현상을 꽤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잉크(액체)는 공기만큼 압력에 민감하게 팽창 및 수축을
하지 않게 때문이다.
가끔 기내 안내 책자를 보면
비행기 탈 때 잉크를 꽉 채우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와 같은 이유 때문 일 것이다.
좋은 만년필은 웬만한 필기 속도에도 잉크흐름에
큰 변화가 없어야 하고 여러 압력, 온도 변화에도
잉크 누수가 없어야 하고 필기감도 좋아야 하고...
이러한 이유로 디자인은 물론 과학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명품 만들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 삽화 그려주실 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