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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만년필 Jul 12. 2015

만년필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1]

만년필과 테니스 [1/2]

윔블던 결승 대회를 하루 앞두고

내가 테니스를 막 시작할 무렵엔

메이저 15승에 빛나는 샘프라스가 은퇴하고

페더러의 천하가 시작된 때였다.


외계인이라 불리는 그 앞에서 다른 선수들은 힘을 제대로

못썼다. 라인에 딱 붙여서 여기저기 공을 꽂아 넣는 그의

기량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너무 잘해서 얄밉기까지 했다고 할까.

그런 그의 독주체제를 위협한 것이 라파엘 나달이다.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 오픈에서는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더니

잔디코트의 제왕이던 페더러를 윔블던에서까지 몰아 부쳤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벌어진 그 둘의 윔블던 결승 경기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2006년은 나달이 좀 힘겨웠지만 2007년의 결승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 

잠시나마 '나달이 이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 경기였는데

결국 페더러에게 트로피가 돌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2008년에 나달이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되는데

아직도 회자되는 명승부 중의 하나이다.

2015년은 작년에 이어 이 두 명이 결승에서 만난다.

올해 2015년 경기는 여성 단식의 경우 세레나 윌리암스가,

힝기스❤︎가 미르자와 짝을 이뤄 여성 복식에서 각각 우승했다.

한국시간으로 일요일 밤 또는 월요일 새벽에 펼쳐질 남자단식 결승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페더러와 조코비치의 경기로 결정되었다.

(이 글을 쓰는 시각은 2015년 7월 12일 오후임.)


나달의 부진이 아쉽지만 

조코비치의 패기와 페더러의 완숙함과 마지막 열정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 궁금하다.



테니스로부터 배운 점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운동하지는 못했지만 필자는 기간을 

다 합쳐 레슨을  2년가량 받았고 구력도 10년을 넘는다.

테니스를 하면서 느낀 건 배드민턴이나 탁구 등의 라켓 스포츠는 

물론 골프나 야구, 배구 등 기타 다른 운동과도 공통된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단순히 라켓이 들려진 팔의  힘뿐만 아니라 온몸의 탄력을 

팔을 통해 라켓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나 스윙을 할 때는 

힘을 빼야 하는 것 그리고 힘과 더불어 스윙 스피드가 중요하다는 점 등이다.

Rafael Nadal

최근에는 운동을 하면서 체득한 여러 지식과 규칙들이 

만년필 필기에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고 잘 적용하면 

필기라는 손과 필기구의 운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테니스 라켓을 통해서 본 균형

라켓을 사면 balance라고 라켓의 균형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이것은 플레이 스타일과도 관련되어있는데 좀 더 설명해 보겠다.


라켓의 균형(balance)이 수치로 나와 있고 이 수치에 따라 라켓을 

분류하기도 하지만 보통 라켓의 균형을 체크할 때 손가락 하나를 

위의 라켓 사진의 빨간 원 부분에 넣어 라켓을 매달아 본다. 


이렇게 라켓을  손가락에 걸었을 때 라켓이 라켓면 부분으로 기울어 지면 

haed heavy(라켓면 쪽에 무게중심이 있음)라고 부르고 

손잡이 부분으로 기울어 지면 head light

(중심에서 무게중심이 손잡이에 가까이 있음)라고 부른다. 

그리고 대략 둘 사이의 균형이 잡히면 even이라 부른다.


위에서 나눈 세 타입을 대략 플레이 스타일과 관련해 나눠보자.


• Head Heavy Type: 보통의 초심자와 여성이 주로 사용하는 타입니다. 

공을 치는 타이밍이 조금 늦거나 큰 힘이 없어도 밀리지 않고 공을 넘길 수 있다.

• HeadLightType: 중수이상의 고수들이 선호하는 타입으로 

빠른 스윙 스피드나 네트플레이에 용이하다.

• EvenType: 두타입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되는데 경기취향에 따라 

중수이상에서도 even을 사용하는 이도 꽤 있다.



다시 만년필로 돌아와서

만년필의 펜촉을 공을 치는 라켓의 head부분이라고 하고 만년필의 

뚜껑 부분을 라켓의 손잡이라 생각하면서 다음의 논의를 따라가 보자.

필기에 있어 head heavy형의 예를 들기가 조금 곤란한 면이 있는데 

나라면 캘리그라퍼의 딥펜(dippen)을 예로 들고 싶다. 


손잡이는 보통 나무로 되어 가볍고 펜촉은 굵고 묵직하다. 

펜의 중심 부분에 손가락을 얹으면 십중팔구 펜촉으로 기울어질 터이다.


◼︎사진 왼쪽: 딥펜의 예 ◼︎사진 오른쪽: 캘리작품의 예 (by ScarletWoo)



동양의 서예도 영어로 캘리그래피(calligraphy)라 쓰지만 보통은 

서양의 영문을 쓰는 것을 지칭하는데 주로 쓰이고 있다. 

어느 쪽이건 그런 동서양의 서예인 캘리그래피는 속기에 

그렇게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소 굵고 묵직한 펜촉으로 다양한 굵기와 색깔을 구사하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글씨를 만들어 내느냐가 중점이다.


캘리그래피에도 여러 필법과 여러 도구가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딱히 단정 짓지는 않겠다 다만 다른 필기구에 비해 head heavy형을 

떠올리기가 좀 쉬울 듯하여 예를 들어봤다.


반면 빠르고 경쾌한 필기감을 원한다면 head light형이 무난할 

것이라고 본다. 

무게 중심이 펜의 뒷부분에 가 있어 펜촉에 무게 부담이 

적어 필압이 자연스레 낮아진다. 

(필압은 펜이 종이를 누르는 세기, 압력)

따라서 펜촉이 종이 위에서 좀 더 자연스레 미끄러지면서 

필기가  이루어질 수 있겠다.


◼︎사진 왼쪽: 연필의 한 면 ’PALOMINO BLACKWING 602’ 

◼︎사진 오른쪽: 반대면 ’HALF THE PRESSURE TWICE THE SPEED’



앞 서 ’필기감의 상대성에 대하여’에서 소개한 지우개 달린 

연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BlackWing602라는 제품인데 연필에 새겨져 있는 문구가 재밌다.

`half the pressure twice the speed’

필압을 반으로 줄여 필기속력을 두 배로 낼 수 있다는 뜻인데 

실제 속기를 하는 전문직종 사람들에게 애용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연필심 자체도 속기를 위한 최적화된 경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예측된다. 

더불어 앞에서  말한 균형의 측면에서 볼 때도  

지우개 때문에 무게 중심이 뒤로 가서 자연히 필압을 낮추는데 기여해

좀 더 날렵한 필기를 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 다음 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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