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봇은 스타맨을 꿈꾸는가
(이 글은 원래 테슬라에서 옵티머스를 공개했을 당시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로보택시 공개 영상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써둔 글이 기억이 났습니다. 물론 이 글의 내용이 ‘초인공지능이 발전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감상’을 기록하는 매거진과 직접 연관성은 없겠지만 일론의 AI인 그록과 로봇인 옵티머스가 어느 정도의 연결성을 가지고 있으니 읽는 분들이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을 언급한 이후로 일론의 행보를 화성과 연관해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늘었습니다. 그가 벌려놓은 사업들은 언뜻 보기에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화성이라는 조각을 가져다 대면 톱니처럼 맞물리는 지점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화성과 연관된 이야기 중에 사이버트럭에 대한 글은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사이버트럭에서는 그 맞물림을 좀처럼 찾기 힘들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사이버트럭은 일반적인 자동차의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만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문법을 지키지 않은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혹시 화성과의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깁니다. 대략 6가지 정도가 보이는데, 1번과 2번은 사이버 트럭뿐만 아니라 테슬라 전체에 해당되는 요소이고 이미 어느 정도 회자된 사항이니 간략히 짚고 넘어갑니다.
1) 기존 산업인프라를 완전히 배제하고 전기구동계를 도입
2) 운전할 사람이 있는데 굳이 자율주행을 개발
3) 덮개가 있는 픽업트럭 형태를 취함
4) 소재를 더 비싸고 가공이 어려운 스테인리스로 선택함
5) 가공 기술을 개발하면서 까지 외골격 구조를 채택함
6) 도색을 굳이 하지 않음
1) 화성에는 산소가 없기 때문에 내연기관을 구동할 수 없고 연료를 지구에서 화성까지 운송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화성의 이동수단은 산소와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구동계가 필요합니다. 이때 가장 구현가능성이 높은 것은 전기구동계입니다.
2) 운전자가 필요한 운행시스템은 운전가가 용무를 보는 동안 이동수단이 도착지에 고정됩니다. 이것이 싫다면 출발지로 복귀하는 인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런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서 즉 이동수단이 도착지에 구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운전자로부터 자유로운 자율주행이 필요합니다. 지구에서는 사람이 넘쳐나니 자율주행이 굳이 필요없지만 인원과 물자를 공급하는데 제한이 있는 화성에서는 자율주행의 필요성이 커집니다.
3) 테슬라에는 이미 여러 종류의 차량이 있는데 왜 굳이 화성용 차량을 따로 개발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콜로니의 주거인프라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차량 운행 목적의 우선순위가 인원보다 물자 수송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버트럭은 기존 픽업트럭과 달리 적재함 덮개가 달려 있습니다. 지구에서만 사용될 것을 전제로 했다면 굳이 기본 사양이었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화성에는 모래바람이 불기 때문에 물자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덮개가 필요합니다.
4, 5, 6번의 순서는 통상적으로 사이버 트럭을 설명하는 방식이 채택하는 순서입니다. 4)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가공이 힘들고, 5) 가공이 힘든 만큼 강성이 높으므로 외골격 구조를 채택할 수 있었고, 6) 착색이 어려운 물성 때문에 도색을 생략한 것이다라는 식의 설명입니다. 이런 순서라면 굳이 제조공정의 난이도를 올리는 소재를 채택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순서를 거꾸로 바라봐야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6) 3번에서 언급했듯이 화성에는 상시 강한 모래바람이 붑니다. 바람이라기보다는 폭풍에 가까울 정도로 풍속이 강하기 때문에 바람에 실린 모래는 차량의 표면을 긁고 지나갑니다. 도색을 해도 이내 손상되는 환경이므로 화성용 이동수단은 도색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결과 사이버트럭의 소재는 착색의 용이성이라는 요소가 불필요합니다.
5) 화성용 이동수단은 우주복을 착용한 상태로 탑승할 수 있도록 내부 공간이 기존 차량보다 커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차량에는 강성을 유지하는 골격구조가 내부에 있습니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두고 내부 공간을 확보하려면 차량의 전체 부피가 커져야 합니다. 전체 부피의 확대를 최대한 억제하고 내부 공간을 확보할 방법으로써 외골격 구조가 채택되었으며, 이 때문에 가공이 곤란할 정도의 강성을 가진 외골격 소재가 필요했습니다.
4) 즉 6번과 5번의 항목에서 도출된 물성을 충족하는 소재로 스테인리스가 채택된 것입니다.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에 원가 비용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것입니다. 아니라면 스테인리스를 채택해서 굳이 원가 비용을 상승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화성용 셔틀인 스타쉽의 외장재를 스테인리스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 조달 비용을 낮추려고 사이버 트럭의 외장재로 채택했다고 설명합니다. 스타쉽에만 적용하기에는 소요 수량이 적어서 단가가 높으니 사이버 트럭에도 적용해서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일응 이해되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스타쉽의 외장재가 왜 스테인리스로 채택되었는가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대기권을 왕복하며 재활용되고 있는 펠컨의 부스터는 여전히 스테인리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이버 트럭의 외장재로 스테인리스가 선정된 후에 그 원가비용을 낮추기 위해 스타쉽의 외장재로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외부에 공개된 시기는 사이버 트럭이 스타쉽보다 늦지만 내부 로드맵에는 사이버 트럭이 먼저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으로 사이버트럭은 유리가 방탄이라며 쇠공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보이다 깨지는 바람에 비웃음을 샀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픽업트럭에 굳이 방탄유리를? 외장재가 방탄이라 같은 급으로 강성을 올리려고?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화성의 모래바람을 생각하면 화성용 이동수단의 유리 강성이 일반 차량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야 한다는 점을 수긍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생화학 방어가 가능하다고 마케팅하는 헤파필터를 채택했는데 이것도 모래바람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수긍됩니다. 우주복을 입고 있다 하더라도 차량 내부로 유입된 모래는 운행하지 않을 때 내부에 계속 침전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운행 중에 양압을 발생시켜 외부 공기를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단지 이를 생화학 방어 모드라고 마케팅한 것뿐입니다.
이제 사이버 트럭이 화성용 이동수단일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제 1번과 2번 항목을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필요성이 있다는 것과 실제로 그런 방식을 채택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국면이기 때문입니다.
1-1) 전기구동계 이동수단을 화성에서 실용화하려면 전력을 발생시킬 수단이 필요합니다. 화성까지 연료를 공급할 필요가 없는 발전방식은 태양광 발전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런데 지구에서 상용화된 태양광 패널은 화성의 모래바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양산되었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지구용보다 강성이 높고 오염을 상대적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 필요합니다. 이 패널은 일론이 소유하고 있는 솔라시티라는 기업에서 제작/판매 중입니다.
1-2) 한편으로 태양광 패널에서 발전된 전기를 저장하고 공급할 인프라가 화성에도 필요합니다. 이것이 테슬라가 에너지 월과 슈퍼차저를 직접 운용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전기자동차 제조기업이라 할지라도 굳이 이 두 가지 사업분야를 같이 추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전기차 기업이 그렇듯이)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최근에 ‘테슬라는 사실 에너지 기업’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분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1) 지구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이유는 차량의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화성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화성에도 위치정보 시스템 GPS가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시스템은 GPS 위성이 쏘아주는 신호를 기반으로 작동하므로 화성에서도 GPS 위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 위성 시스템은 일론의 스페이스 엑스라는 기업에서 스타링크라는 이름으로 상용화 중입니다. (2024. 11. 19. 테슬라-스타링크로 연결될 것)
2-2) 그런데 화성에는 항법장치 이외에 통신을 위한 중계기지도 없습니다. 이를 화성 표면에 구축하려면 커다란 비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어차피 설치해야 할 GPS 위성을 통신중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스타링크가 저궤도 위성 타입이 된 것입니다. 사실 GPS용으로만 사용하기 위해서는 굳이 저궤도 위성일 필요가 없습니다. 저궤도 위성이 고궤도 위성보다 훨씬 더 많은 수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024. 11. 8. 마르스링크 계획발표)
화성 이주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초기 이주자에게는 너무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입니다.
ㄱ) 따라서 실제로 화성행 스타쉽에 처음 탑승하는 인원은 최소화하고 사람 대신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동행시켜 위험을 감소하려고 할 것입니다. (2024. 11. 20. 2년내 무인 우주선, 4년내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것) 이 로봇이 테슬라의 옵티머스입니다. 로봇이 굳이 인간 형태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도 있지만 우주선 및 각종 설비가 인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범용성 측면에서 인간형 로봇이 우위를 차지합니다. 이제 일론이 스페이스 엑스의 팰컨헤비 발사체 검증을 위해 더미 위성을 화성 궤도로 쏘아 올렸던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테슬라의 로드스터에 탑승한 스타맨. 이 퍼포먼스를 두고 사람들은 일론의 괴짜성 표출로 바라봤었지만 당시에는 사이버 트럭과 옵티머스가 없었을 뿐입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스타맨과 옵티머스의 외형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보면 일론의 괴짜성은 단지 사람들이 그의 로드맵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ㄴ) 그런데 화성으로 가는 옵티머스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로봇의 몸체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달아 둘 것이 아니라면 의사소통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또한 통신이 두절된 상황이나 독립작업이 필요한 순간에는 독단적으로 상황을 헤쳐나갈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 능력이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상황인식능력의 근본이 자율주행이며 소통능력이 대규모언어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론이 OpenAI에 초기 투자를 한 이유일 겁니다. 그래서 OpenAI가 테슬라로 들어오기를 요청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인공지능 단독 프로젝트였다면 거기서 멈췄을 수도 있지만 대규모언어모델이 옵티머스에게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트위터를 인수해서 X라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그록을 만들어냅니다. 트위터를 LLM의 학습데이터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무리한 인수를 시도했다고 하겠습니다.
ㄷ) 화성에 도착한 옵티머스봇은 독립적으로도 활동가능하지만 AI로 감당할 수 없는 돌발사태를 맞이한 경우나 탐사활동의 경우에는 사람이 직접 제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언어를 통해서만 제어할 수 있다면 그 효율이 떨어질 것입니다. 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치 아바타처럼 제어할 수 있는 모드가 필요한데 이때를 위한 연결시스템이 일론의 뉴럴링크 시스템일 겁니다. 화성에서 옵티머스를 제어하는 경우를 넘어서 지구에서 직접 아바타처럼 옵티머스를 제어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에서 옵티머스를 통해 화성을 체험하는 첫 인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론 자신이 화성에 간다는 말은 이 상황을 표현하는 것에 가깝다고 여겨집니다.
ㄹ) 어느덧 화성의 초기 정착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영구 거주구역이 개발될 즈음에는 주요 시설이 지표보다는 지하에 설치될 것입니다. (또는 반지하 구조) 유지보수의 관점에서 훨씬 비용이 덜 들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지하 시설 간의 이동을 위해서는 지상보다 지하 이동로가 안전성이 높을 테니, 지하설비를 구축하기 위해서 터널 등 굴착기술이 필요합니다. 일론은 보링 컴퍼니를 설립하고 라스베이거스에 터널형 이동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ㅁ) 또한 영구 거주구역 간의 거리가 멀어지면 차량형 이동수단 보다 철도형 이동수단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이 경우에는 궤도를 보호하는 구조물이 거대한 물호스처럼 설치되고 그 안을 철도형 이동수단이 왕래하는 것이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일론은 이런 형태의 이동수단을 하이퍼루프라는 개념으로 소개했습니다. 다만 직접 사업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구는 화성과 달리 대기압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호스 내부의 기압을 떨어뜨리는 기술은 화성에 적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화성에서 사용될 기술이 아니니 비용이 들 일이 없으므로 이 기술로 수익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아이디어는 일반에 공개해 버렸습니다.
화성에 콜로니를 건설한다. 이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단계별로 쪼개고 각 단계를 사업화함으로써 중간 단계를 비용이 아니라 수익으로 전환하는 능력. 이 능력이 일론의 진정한 비범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이버트럭도 이 가설에 해당되는 요소가 보이므로 화성용 이동수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물론 전체 로드맵이 실제로 구현되기 전에는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옵티머스를 태운 사이버 트럭이 스타쉽에 실려서 화성 궤도로 발사되는 날이 온다면 일론의 화성 노래가 괴짜의 망상이 아니라 오선지의 로드맵 위에 그려진 비범함이라는 스타카토였노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4. 11. 20 먼저 발사되는 무인스타쉽에 무엇을 탑재할 것인가 묻는 질문에 사이버트럭과 옵티머스 봇이라고 밝힘)
로보택시 소개 영상에서 일론 머스크를 배웅하는 사람이 왜 우주복을 입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면, 로보택시가 화성에서의 이동시스템 그 자체일 가능성이 있으며, 우주인은 일론이 이것을 눈치채 달라고 넣어놓은 화성과의 연결고리, 이스터에그로 보는 것이 해답을 찾는 방법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