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탐하다 / 소설 · 에세이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글을 쓰는 것을 시작했을 것이다. 자신이 읽은 책이나 본 영화를 남기기 위해, 또는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그날의 기분을 털어놓기 위해.
관심사가 많은 나 역시 여러 이유로 글을 썼다. 글을 쓰는 것이 때로는 굉장히 고통스럽고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데, 글 쓰는 것이 직업도 아닌데 왜? 아마 한때는 멋진글을, 남들도 다 칭찬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부담보다는, 취미처럼 편안하게 글을 쓰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 방법은 간단했다. 글을 일이나 숙제, 어려운 것, 막막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표현의 일부'라고 여겨보자.
1.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의 일부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영화에 대한 글쓰기를 거의 처음 시작했다. 성인이 되면서 글을 쓸 기회는 억지로라도 찾아오지 않는다. 해봤자 대학교 리포트 과제 정도. 글쓰기와 관련된 학과가 아닌 이상, 높은 글쓰기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글쓰기에서 멀어진다.
어느 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그 영화는 무조건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고, 여러 번 보고 싶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그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대사 등을 메모장에 급히 옮겼다. 간단하고, 별 거 없는 활자였다. '넘어가면 안 되는 흰 선은 지옥의 의미', '괴물 놀이', '아빠처럼은 될 수 없어'. 뭐 이런 간단하고 유치한 말들. 이 정도 만으로도 영화를 기억할 수 있다.
글이 어렵다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전시 작품 등을 보고 간단한 기록부터 시작하자. 혹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쓰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2.
나의 개성을 찾는 방식의 일부
우리는 어떻게든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지키려면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은 분명 큰 자산이 된다.
흔히들 말하는 도파민 중독. 그리고 흐려지는 집중력과 미디어로 인한 유행에 빠져든 사람들. 지하철을 타면 비슷한 옷과 신발, SNS 핫 플레이스, 인기 있는 카페, 모두가 따르는 추구미. 물론 나도 여기서 자유롭진 않다.
가끔은 사람들에게 휩쓸려 내가 원래 어떤 옷을 좋아했는지, 나의 취향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장소를 좋아하는지를 몰랐다. SNS 업로드를 위해 핫한 장소에 가서 좋았는지, 아니면 내가 정말 그 공간의 어떤 점이 인상 깊었는지. 잘 생각해 보자. 그러면 내가 어떤 곳을, 왜 좋아하는 사람인지가 명확해진다.
이 과정에서 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 간 장소가 어때서 좋았는지, 같이 간 사람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어땠는지, 하루의 기분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런 것들을 가볍게 정리하며 글을 써 보자.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좋다. 일상 속에서도 나의 취향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3.
표현하는 것은 나를 위로하는 방식의 일부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취향을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이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나 역시 가장 힘들 때, 글을 쓰고 나면 안 좋은 생각과 감정들을 조금은 털어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글을 쓰는 행동에서, 그것을 밖으로 꺼내었다는 것 자체가 위로의 한 과정일 수 있다.
펜이나 타이핑을 통하여 안 좋은 기억을 뱉어내는 일. 그 행동을 통해 글을 다 써 내려간 후에는 기분이 한결 나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일기나 블로그를 쓰는 것도 다 이러한 유형의 일부이다. 나의 기쁨을 써 내려가면 다른 이들이 그 글을 읽으며 자극을 받을수도 있고, 같이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 나의 슬픔을 써내려 간다면 독자는 당신의 슬픔에 함께 공감하거나,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한 글쓴이를 보며 위로받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글은 나를 위로하는 방식이자, 남을 위로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우리 역시 다른이의 말과 문장에서 위로를 받듯이 말이다.
4.
오래된 것들을 사랑하는 방식의 일부
오래된 것들은 항상 잊었던 것을 떠오르게 한다. 오래된 것들은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들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더 크다. 예를 들면, 오래된 노래나 물건, 혹은 오래된 사람. 그것들에게서 오는 기억과 감정, 그리고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쓰는 습관은 쉽지 않다. 하지만 때로 그것들은 나에게 오래된 것들로 남아, 지금의 나에게 새로운 힘을 주기도 한다. 18년도의 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또 누구를 만나 함께 하였는지. 15년도의 내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뭐 때문에 힘들었는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때의 글은 나에게 이제 오래된 것들이 되었다. 오래된 것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기록이었다. 그때의 것들을 꺼내보면 내가 지금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때로는 부끄러운 기록들로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한다.
오래된 사진처럼 글 역시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될 수 있다. 나중에 꺼내봤을 때, 실제로 큰 위로를 받기도 하니까.
편지를 써 보자. 2025년의 나에게. 2034년의 나에게.
이런 재치 있는 기록은 글을 쓰는 재미를 올려준다.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면, 그냥 내가 어떤 관심사를 가진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것이 나의 글을 시작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