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 라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울컥하는 감정이 있다. 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무수한 자아들 같이. 나쁜 기억들을 버리고 싶어 어두운 방에서 초를 켜고 울 준비를 하던 나는 이미 울고 있었고 그리운 것들을 어루만졌다.
5년 가까이 나는 혼자가 아닐 때는 눈을 흐리게 하고 사람들의 소리를 피해 비틀거리고 갇힌 공간에는 갈 수도 없었다.
솔직하게.
인간들이 두려워졌고 사후의 나폴레옹 처럼 방안을 혼자 걸어다녔다. 너무 심한 빈맥에 어쩔 수가 없어서. 그 여파로 지금은 악관절이 더 나빠졌고 가끔 갑자기 몸의 중심을 잃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 나의 심지, 에 대해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유연하게 잘 피하며 갈 길을 찾았던 나를, 행복이라는 관념에서 이미 자유로웠던 30대 초반의 오래전 본능을 획득한 나를, 그리고 겉으로는 참 많이 고요해진 나를.
이게 내 심지, 이길 소망한다.
더 침묵하고, 더 강직하고, 더 의연해지고, 못된 것에는 더 휘둘리지 않기를.
내 심지가 죽지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