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아직도 같이 사는 나는 꿈꾸던 독립심, 도 조금 접었다. 내 정신이 어떤지 인정하기 싫은 부모님은 이제 연세가 많이 들어버리고 나는 글로 돈 한푼 못버는 작가니까.
너는 인생을 망쳤어.
몇 년 전에 거실에서 마주친 아빠가 말했다.
그 날, 엄마는 외출 중이였고 별 다를 일도 없었다.
나는.
지금 뭐라고 했어?
라고 물어봤다.
내 기색에 아빠는 말했다.
그냥 한 말이야.
내가 인생을 망쳤다고? 그게 할 말이야? 정확히 말 해!
그냥 걱정인데 뭘 그리 화를 내냐?
나는 집을 나와 기가막힌 놀람과 서러움에 복받쳐 울었다.
저녁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있었던 얘기를 했다.
당신이 정말 그런 말을 했어?
엄마는 잠시 뭐라고 아빠와 말을 하다가 내게 말했다.
네 아빠가 가끔 이상하잖아. 그냥 넘겨. 응?
어렸을 때부터 부모 중 누구 하나 내 편을 들어준 사람이 없었다.
엄격하기만 했던 부모는 솔직히 감옥 같았다.
그들이 잃어버린, 잊어버린,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을 나는 전부 기억한다.
내게 잘못도 있었으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문득 그 말이 떠오르면 마음이 시리다.
아프지는 않다. 그냥 목 안이 또 묵직해진다.
진심이든 아니든 말은 누군가의 영혼에 시뻘건 줄을 긋는다.
안 써도 좋았을 얘기지만 오늘 유독 생각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