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는 근육이 없다. 그저 기력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은 모르겠다.
잠시 멀쩡할 때는 또 그 에너지를 최대한 사용하니
결국 도돌이표, 같다.
가끔 타인의 일상을 엿보면 ㅡ 그래봤자 친 여동생이지만 ㅡ 놀랍다. 끼니들을 차리고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고 아이를 돌보고.
나는 불가능이다.
몇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생에서 주어진 일상의 에너지는 예전에 다 써버린 것 같다.
남은 건 그저 가방에 노트북을 챙겨 동네에서 오고가는 것뿐.
어느 의사의 안타까움에 괜잖아요, 라고 말했던 무덤덤했던 진심.
일찍 고장나버린 걸 받아들이는 일보다 더 아팠던 건 대책이 없는 앞으로의 시간들.
이건 용기나 마음가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혼자 결정해버린 축적.
가끔은 묻고 싶다. 아니, 속으로 질문했다.
내게 왜 이렇게 이해받지도 못하는 고통을 주신건가요.
내게 무얼 바라시나요.
나는 현자도 아니고 강한 인간이길 바라지만 약한지 강한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 어디에 사용되라고.
이렇게 영혼의 바닥을 치게 하고 굳건하길 바라시나요.
무표정으로 울컥만 한다.
무표정으로 앉아서 손가락만 움직인다.
무표정으로 생, 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