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읽어주기..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쉬운 듯 하면서도 가장 어렵고, 반드시 꼭 필요한 게 있다면..그것은 감정의 반영이다.
감정 반영이란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파악하여 이를 거울에 비추는 것처럼 상대에게 반영해주는 것으로, 특히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반영을 통해 자신이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서 감정을 변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감정반영을 통해 유사한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에 따라 감정이 세분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색깔의 감정 스펙트럼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을 평가하다보면, 양육과정에서 감정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성장하여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한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러한 아이들은 모호한 내적 불편감을 경험하지만 이를 언어화하지 못하기에 여러 행동문제를 보이게 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여 또래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평가적 면담 과정에서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만나게 되면, 아이들의 결정적인 시기에 정서적 공감이나 감정적 반영이 이뤄지기 어려웠던 여러 이벤트들이 있었던 것이 다시 확인하게 된다.
요즘은 많은 육아서적들을 공부하는 엄마들이 많아서,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쯤은 대다수가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까지도 어떻게 감정을 읽어야 하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평가 후 면담에서 만나는 많은 엄마들의 경우,
아이에게 어떤 기분이냐고 물으면 "몰라" 라고 답하여 답답하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아이의 "몰라"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데,
첫번째 경우는 자신의 현재 감정 상태를 노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두번째 경우는 어떤 감정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명확하지 않아 말할 수 없다는 것이고,
세번째 경우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번째 경우라면, 아이의 사생활을 배려해주면서 기다린다면 아이가 자신의 기분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때는 아이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주면 된다.
하지만 두번째 경우와 세번째 경우라면 성장 과정 중에 감정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이가 자신의 감정상태를 명확하게 읽어내는 발달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기에,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우선, 감정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몰라 말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아이도 답답하고 난감한 상태에 있음을 이해하고 배려해주어야 한다. 이때는 아이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고 재촉하지 말고, 아이에게 대략적으로 어떤 기분인지를 물어보는 작업부터 하면서 아이가 단계적으로 감정을 파악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야, 기분이 어때? 좋은 것 같니, 아니면 좀 나쁜 것 같니?"
보통 좋고 나쁘고의 감정은 명확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두 감정에 대해서는 아이들도 쉽게 인식한다.
대표적 감정 중 한 감정을 답한다면, 이제 세부적으로 접근해주어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단계부터 어려움을 느낀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망설이거나 초조해한다면, 이때부터는 보호자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 나쁜 감정들 중 어떤 감정들인지를 하나하나 예를 들어주면서 아이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기분이 나쁜 거구나. 그럼 화가 난 걸까, 슬픈 걸까, 속상한 걸까, 짜증이 난 걸까?"
이때는 아이가 방금 전까지 당면했던 상황, 현재 속해 있는 상황에 따라 감정의 예를 달리해서 제시하면 된다.
"짜증이 난 것 같아요." 라고 답한다면, 왜 그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얘기해보고
아이가 짜증이 날 수 있었던 상황을 이해해주고 반영해주며,
만약 그것이 상황에 부적절한 감정표현으로 나타났다면
좀 더 수용할 수 있는 표현으로 나타내도록 알려주는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세번째의 경우라면, 아이가 자신의 감정상태를 전혀 읽지 못한다는 것으로, 이는 아이의 정신건강에 큰 위험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아이의 내적인 상태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부모가 성장과정 중에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하여 늘 모호한 정서적 상태에 머무른 채 성장하면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이 어떤지를 알 수 없는 경우,
극단적인 감정상태에만 노출된 채 성장하면서 적응적이고 정상적인 감정적 반응과 표현을 학습하지 못한 경우에 나타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아동의 모든 행동에 다 반응하고 아이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의 감정을 엄마와 아빠가 알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을 아이가 전달받으며 성장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체감되는 부모의 긍정적 감정뿐 아니라 부정적 감정도 아이에게 전달함으로써
긍정적 감정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공유할 수 있고,
부정적인 감정을 노출하여도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음을 학습하는 것도 아이의 사회적 발달에 중요하다.
단 부정적 감정을 노출할 때에는 갑작스러운 폭발이 아니라,
상황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아이의 감정반영에 앞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양육자가 얼마나 자신의 감정상태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내 감정을 내 것으로 볼 수 있고, 아이에게 투사하지 않는 것..
나의 감정과 아이의 감정이 다른 것이고, 투사된 나의 감정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어주는 것..
아이와 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