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정용 산소발생기 용량 잘 조절할 것
시골집에 내려와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의 방문을 밀어냈다. 대문에 안내문을 붙여 양해를 구하고 집안에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엄마는 그동안의 맘고생을 수척해진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자리를 비운 안방의 아랫목에는 의료용 침대가 아버지를 대신 맞이했다. 가정용 산소발생기 업체 직원도 제시간에 도착해 우리에게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그 주변을 감싸고 있던 나와 엄마 그리고 막냇동생은 작동을 직접 해보며 확인하고 또 확인을 했다. 외부인이 모두 사라지고 아버지는 그제야 집안의 공기를 본인 앞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다시는 못 오는 줄 알았다며 울먹이는 아버지의 표정에는 겁먹은 어린아이들로 가득했다. 아버지는 천천히 본인의 집을 둘러보면서 마음을 기대어 갔고 불안을 견디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시간이 흐르던 오월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아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가고 있었다. 이것저것 연장들로 가득한 헛간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동안 잘 보살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지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다른 자식들 모두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동선을 위해서였지만 그런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송골송골 맺혀갔다. 나중에 직접 정리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말은 작심하고 나선 아들의 효도를 멈추지는 못했다.
평생의 손때와 숨결이 녹아있는 아버지의 살점 같은 존재들이 우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마당으로 꺼내졌다. 아버지만의 질서가 부여된 창고 속의 연장은 아버지의 삶이었고 몸의 일부였다. 연장의 손잡이에는 아버지의 지문이 이식되어 있었고 자식들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을 것이고 그들이 아버지의 손발이 되어줬을 것이다. 주인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던 연장들을 일제히 깨우던 그날 익숙했던 살 냄새가 아니어서 당황했겠지. 일하러 나갈 채비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한참 후에나 알았을 것이다.
모든 것 하나하나에 생(生)과 사(死)의 의미로 해석을 했을 아버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창고는 정리되어갔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말문을 열면 상황이 시끄러워질 거라 생각하신 모양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옆에서 휴대용 산소발생기의 모터 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한 사람의 지극한 효심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쓰러진 다음에 고치면 무슨 소용이냐는 물기 머금은 혼잣말을 병실에서 오래도록 쏟아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린 불효에 불효를 저지른 것이다. 아니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를 위한 효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정리된 그 창고의 문을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채 떠나셨고 결국 아버지의 부재로 연장들은 일자리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