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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애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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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 수집가 Nov 11. 2022

낭만을 찍다니..낙엽이 너무 이쁘지요..

아버지 계신 그곳 하늘나라도 지금 가을일까 하는 생각에 묻혀서

총총 걸음으로 

거리를 지나고 있던 나에게

그러다 넘어질것 같으니

앞을 보고 걸으라는 당부를 하려던 것이었을까?


은행잎들이 우수수 내 눈 앞에서 바람에 흩날리면서

어지럽게 흔들리는

나의 파동을 

노란색의 물결로

잠시 진정시켜 주었다.


왜였을까?

의식의 흐름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가던 길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주섬 주섬 

핸드폰을 꺼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길을 가던 어르신 부부가 말을 건네온다.


젊음이 좋네요.. 낭만을 찍다니..낙엽이 너무 이쁘지요..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걷고 있는데

젊은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우리도 모르게 말을 걸고 말았네요.. 


순간 울컥한 감정이 저 아래에서 올라왔다.


우리 부모님 또래인것 같은 

부부의 모습이 너무 다정하고 

평온하고 따듯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뭔지 모를 안도감으로 가득 채워졌다. 


눈 앞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두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려본다.

두분 오래 오래 건강하게 지내시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한참을 그렇게 어르신들의 뒷모습과

낙엽을 보고 서 있다가


그 옛날 아버지와 함께 시골길을 산책하고

듣던 "유주용의 부모라는 노래가 생각이 나서 

찾아서 들어 봤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아~~~ 또 다시 울컥이로구나...

부모가 되었지만서 부모님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한 불효녀는 

가을 무렵 어느 길목에서

오늘도 그져 나이먹기 바쁜 어른으로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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