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 약 정말 좋은 거래요.
아버지 퇴원하면 다 같이 여행 가요.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렇게 거짓말쟁이 딸은
응급실에서 맞이한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눈물로
거짓말에 대한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그때는 아버지였지만
지금은 친정 엄마로 대상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거짓말쟁이 딸로 살고 있다.
엄마는 내가 제일 잊고 싶어하는 그 시간
아버지가 힘겨운 임종을 맞이했었는지를
묻고 또 묻는다.
아버지의 병은 불안정한 호흡이 젤 힘겨웠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말을 물어보는 엄마가 때론 밉다.
그래도 나는 하얀 거짓말을 해준다.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불쑥불쑥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를 거절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