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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애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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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 수집가 Dec 14. 2022

여전히 거짓말쟁이 딸로 살고 있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사실이 거짓말 같다.   

  

나는

아버지 곁에서 간호를 하는 동안

거짓말을 수백 번도 더 했다.   


아버지 맛난 거 많이 먹으면 나아질 수 있대요.

아버지 이 약 정말 좋은 거래요.

아버지 퇴원하면  다 같이 여행 가요.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한부라는 사실을 나의 입으로 말할 수 없었다.   


하얀 거짓말이라고 

애써 나를 달래 보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에게 말하는 하얀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거짓말쟁이 딸은

응급실에서 맞이한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눈물로

거짓말에 대한

용서를 빌어 보았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그때는 아버지였지만

지금은 친정 엄마로 대상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거짓말쟁이 딸로 살고 있다.


엄마는 내가 제일 잊고 싶어하는 그 시간

아버지가 힘겨운 임종을 맞이했었는지를 

묻고 또 묻는다.


아버지의 병은 불안정한 호흡이 젤 힘겨웠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말을 물어보는 엄마가 때론 밉다.


그래도 나는 하얀 거짓말을 해준다.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불쑥불쑥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를 거절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들 모두 이별에 약한게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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